"미안하다 얘들아... 나는 더 이상, 너희들을 볼 면목이 없어."


사령관은 모두가 잠든 어둠 속에서 조용히 흐느끼며 중얼거렸다.


"나는... 어째서 이런 짓을..."


"동감이다. 사령관."


그의 옆에서 알바트로스가 나즈막히 대답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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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회의실에서는 큰 소란이 일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콘스탄챠? 사령관이 오르카 호에서 모습을 감췄다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마리가 테이블을 내려치며 일어섰다.


"예... 평소와 같이 주인님을 깨워드리러 사령관실로 찾아갔습니다만..."


정말 특별할 것 없었던 어제, 그리고 그랬어야했을 오늘.


콘스탄챠가 그를 깨우려 사령관실의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섰을때 


오르카 호를 지휘해야할 사령관의 모습은 사라져있었다.


어제의 일상을 그대로 남겨놓은듯한 풍경 그대로, 어떠한 쪽지나 흔적도 남기지 않은채 사령관 혼자만 덩그러니 사라져있었다.


"비상탈출용 도크에 설치된 카메라는 살펴본거야?"


레오나는 짐짓 차분한 어투로 말했지만,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카메라 확인 결과, HQ1 알바트로스 1기가 도크를 열고 나간 것이 촬영되었습니다만, 주인님의 모습은 없었어요."


카메라 하면 탈론페더가 아니던가, 지휘관들의 시선은 자동적으로 칸에게 쏠렸다.


"탈론페더는 어찌된 일인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어젯밤에 무언가를 본 모양일텐데, 분명 사령관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칸은 담담히 얘기했지만, 그녀의 더스트 스톰은 어느때보다도 격렬히 울리고 있었다.


"사령관... 어째서...."


언제나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메이였지만, 그에게 그만큼 호의를 품고 있던 메이는 상심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제 동생들과 함께 오르카 호를 샅샅이 수색했지만 주인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리리스는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령관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리고 왜 사라졌는지 지금으로썬 아무것도 알지못한다.


사령관이 없어진 지금, 이러한 혼란을 잠재울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혼란 속에서 지휘관들은 서로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린다.


'왜 사령관이 오르카 호를 벗어났나.'


항상 사령관에게 군사적 식견이 모자라다고 까기 바빴던 마리와 레오나, 평소의 태도와 더불어 대담한 전술을 펼치지 못한다고 닦달했던 메이, 이도저도 아닌 입장에서 그저 방관하던 칸.


리리스의 눈에는 모두가 사령관을 오르카 밖으로 쫓아낸 멍청이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그럴 의도는 가지고 있지 않았겠지.


실제로 마리와 레오나는 그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과 그에 따른 연정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으며 메이는 말할 것도 없고 칸은 표면적으로는 방관의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만 속으로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고 남몰래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사령관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 때, 닥터가 회의실로 헐레벌떡 달려와 외쳤다.


"언니들! 방금 페더 언니가 의식을 되찾았어!"


"!"


현재 사령관의 행방을 찾을 유일한 열쇠는 탈론페더 뿐이다.


그 소식을 들은 지휘관들은 너나할것없이 탈론페더가 누워있는 수복실로 달려갔다.


"탈론페더..."


침대에 누워있는 탈론페더의 안색은 누가봐도 상당히 좋지않아보였다.


대체 그녀는 어제 무엇을 본 것인가.


"탈론페더, 괜찮나?"


칸이 그녀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물었다.


"으..아아...으.. 칸... 대장님...?"


탈론페더는 칸의 얼굴을 보자마자 덜덜 떨며 칸의 팔을 꽉 잡았다.


"탈론페더. 어제 무엇을 봤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그리고 사령관의 행방에 관해서 알고 있는게 있나?"


칸은 침착하게 설명했지만, 탈론페더는 단순한 몇 마디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알바트로스... 사령관실... 알바트.... 꺄아아아악!!"


결국 탈론페더는 재차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아무래도 어제 본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것이었나보다.


"아이고.. 이거 대체 뭘 본건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충격이 컸나봐."


닥터가 의식을 잃은 탈론페더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하지만 페더 언니의 태블릿은 아직 남아있지."


"어제 사령관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야?"


레오나가 닥터에게 반문했다.


"뭐 그렇지! 그런데 그 페더 언니가 의식을 잃을 정도란건 생각보다 더 엄청난 영상일 수도 있어."


"상관 없다. 지금 그런걸 신경 쓸 때인가! 어서 태블릿을 넘겨라."


마리가 눈을 청색으로 물들이며 말했다.


태블릿을 받아본 그들은 어제의 날짜가 적혀있는 동영상을 찾아냈고, 그것을 재생했다.


태블릿에서 재생되는 영상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담겨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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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은 아직 신체 재건 설비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 말인 즉슨, 현재 사령관의 신체는 철충에 감염된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사령관을 비롯한 바이오로이드들은 모르고 있었고,


에이다와 알바트로스를 비롯한 AGS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알바트로스의 주유구에 박힌 그의 물건은 마치 유사 철충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했으며,


결국 알바트로스의 주유구와 완전히 합체해버려 어떤 수를 써도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


"씨발 좆됐다 이거 어떡하냐 알바야..."


"내 알 바인가 사령관. 나도 주유구가 막혀서 연료 부족으로 굶어 죽게 생겼다."


"이거 내일 애들이 보면 진심 큰일나는데.. 일단 여기서 나가고 보자. 어떻게든 안들키고 빼낼 방법을 찾아야해."


"성기 절제 수술은 어떠한가 사령관. 사령관과 본 개체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다. 내 입자포로 고통없이 잘라주겠다."


"좀 닥쳐봐."


우연히도 사령관은 알바트로스에 가려 카메라에 보이지 않는 각도에 있었으므로 알바트로스는 별 의심없이 도크를 열고 탈출할 수 있었다.


과연 사령관과 알바트로스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오르카 호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이 꼬라지를 보고도 과연 사령관을 찾으러 갈 것인가?


기대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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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


시험기간이라 정신이 나갔지 내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