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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고하셨어요. 호드는 어땠나요?

- 잘 놀고 있는 것 같았어. 몇 명의 과음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 방금 숙취 해소제를 드론으로 전달했습니다, 폐하.

- 발할라가 머무는 곳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될 예정이예요.


라비아타가 총괄하는 와중에 아르망과 알렉산드라가 보좌하는 것이 너무 함교에서의 일상과 비슷해서, 사령관은 피식 웃고야 말았음.

그 와중에 리제가 자리에 없다는 게 허전하긴 했지만 - 서로 떨어져 보내는 시간도 존중해줘야 한다면서 머리를 흔들어 털어냈고.

좌석에 몸을 깊이 묻고 부유감에 몸을 맡기자니, 의식하기도 전에 짧은 하품이 세어나왔음.


- 피곤하신가요?

- 약간은.


본인은 술을 안 마시면서 술주정뱅이들의 텐션에 맞춰주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지.

한 번 더, 이번에는 길게 하품을 내쉬고 사령관은 좌석을 젖혀서 반쯤 누운 자세를 잡았음.


- 이동하는 동안 눈 좀 붙일게.

- 요깃거리라도 만들어 둘까요?

- 그래주면 고맙고.


안주만으로는 역시 식사라는 기분이 안 들어서- 라고 어쩐지 변명조로 이야가하다가, 사령관은 문득 뭔가를 깨달음.


- 라비아타, 요리할 줄 알았던가?

- 취미 정도지만요.


사양하는 기색이 진하게 묻어 나오는 어조를 보니 보통 잘 하는 게 아니겠구나.

하긴 자기 다음으로 - 가끔은 자기보다도 더 - 바빴으니까 요리 같은 쪽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겠지.


- 원하시는 메뉴라도 있으신가요?

- 라비아타가 좋아하는 걸로 해 줘.


그게 어딘가 미안해서 다소 기묘한 주문을 한 다음, 사령관은 바로 눈을 감아 반론을 사전에 차단했음.

모처럼 대대적인 휴가를 벌였는데, 역시 수뇌부에겐 '다소 특별한 일'이 되어버렸구나.

수고해준 만큼 이쪽에도 뭔가를 더 챙겨줘야 할 텐데…


까지 이른 즈음에서 생각의 흐름은 잠기운에 막혀 멈춰버렸고, 결국 의식이 끊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생각한 건 '리제 보고싶다'였음.


*   *   *


한편, 리제가 끼어 있던 페어리의 모임은 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어.


-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 오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아뇨, 그럴 리가요.

움찔해서 리리스에게서 시선을 돌렸더니 그쪽엔 방긋거리며 손을 흔들어 보이는 소완이.

요컨대 컴패니언이랑 애니웨어 - 라기보단, 주방조 - 도 페어리 시리즈가 머무르는 호텔로 찾아온 거였어.


- 아무래도 삼안 계열의 자매는 전체적인 수가 많지 않으니까요.

 레아 언니가 좋은 장소를 찾아낸 김에 간친회라도 가지는 게 어떻겠냐 하는 의견이 나와서.


물론 배틀메이드도 마찬가지였고.

웃으면서 설명해주는 콘스탄챠는 참으로 선녀 같았지만, 그 뒤에서 관심 없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던 앨리스와 시선이 마주친 시점에서 안심이고 뭐고 없었지.


객관적으로 보면 괜찮은 협업이긴 했음.

완력이 필요한 부분에는 컴패니언의 손을 빌려가면서 배틀메이드가 진심을 낸 결과, 사람의 손을 타지 못해서 허름해져 있던 호텔이 적어도 내장만큼은 앙헬의 별장에 비견될 만큼의 화려함을 되찾았고.

페어리가 복구한 공중정원까지 더한 결과 휴가를 보내기에 더 없이 좋은 숙박지가 완성되었으니까.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 그럼, '모두 함께' 가든 파티라도 할까요?


양 사이드에 소완과 리리스가 붙은 채, 원작 리제와 앨리스의 시선을 받아가며 이동하는 건 과연 휴가에 꼭 필요한 과정이었을까?

사령관이 보고 싶다는 내심의 절규를 마지막으로, 리제는 그렇게 연행(?)당하고야 말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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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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