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2.5편






4. 발각




아침방송 <오르카마당>의 촬영현장.


모모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 조명은 저기다 설치해. 4212번 브라우니! 넌 쟤 좀 도와줘라. "



페더의 카메라 화면엔 촬영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브라우니들과 그들을 지도하는 스프리건의 모습이 나타났다.





길었던 철충과의 전쟁이 끝난 이후, 대부분의 브라우니들은 군인 신분을 벗어나 일반인이 되었다.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브라우니들은 각자 다른 직업군으로 퍼져나갔다. 노가다판, 요식업계, 배달부 등등..


그들이 비록 군인 신분이었다고 하지만, 자유의 몸이 된 이후로 그들은 각자의 직업계에서도 생각보다 일을 잘 해냈다.

물론 몇몇 개체들은 여전히 폐급이었지만.


그래서 방송계의 스태프들은 대부분 브라우니들로 채워졌다.

비록 그들이 작가나 감독같은 높은 지위까지 올라가진 못했지만, 그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일에 만족하는 듯 했다.



잠시후, 모모가 <오르카마당> 촬영현장에 나타났다.


보련샾에서 옷을 토끼 변신 코스튬으로 갈아입고 온 상태.



" 오오.. 모모님.. 변신 코스튬을 입으시니깐 너무 좋잖아 wwww "


" .... "



흐레스벨그는 아까부터 모모의 바뀐 모습을 보고 헤벌레하는 중이다.



모모가 보련샾에 다녀온 뒤 모모의 수척했던 그 모습이 화장으로 약간 감춰졌다.


아까 페더의 카메라로 보련샾에서 화장을 받는 모모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던 게 떠오른다.


순식간에 모모의 그 수척한 모습이 가려지는 장면을 보고 나는 넋을 놓고 말았다.


사실 흐레스벨그가 저 화장법에 대해 부연설명을 엄청 해댄 것 때문이지만.


복잡하긴 해도 여자들의 화장법은 정말 대단하다니까..



" 모모님이 나타났어요! "



페더가 작은 목소리로 무전을 보내왔다.


화면을 보니 모모는 대기실로 향하는 모양이었다.



" 응. 나도 봤어. "



모모는 웃으며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건네고있었다.



" 그럼.. 모모님한테 가까이.. "




그때,



" 야!!!! 탈론페더!!! "



갑자기 누군가 큰 목소리로 페더를 불렀다!



" ...!? "



" 또 뭘 찍고 있는거야! "



스프리건의 목소리인데..?



" 으엑!? 들켜버렸어요! "



갑자기 카메라 화면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 흔들리는 화면 너머로 문화방송국의 복도가 나타났다.



" 아니, 무슨 일이야! 페더! "



" 03번 스프리건님한테 들켰어요! 저 분,

다른 스프리건님들과 다르게 성격이 좀 괴팍하거든요! "



" 뭐? 들켜? 아니 카메라가 품속에 있는데 어떻게..! "



" 사령관님. 전에 사령관님께서 문화방송국으로 오신 적 있죠? "



" 응? 어.. 있어. "



1년전이었던가. 나는 SBS 방송국이 있는 벨루가 시티로 간 적이 있었다.


대원들이 세운 벨루가 시티 곳곳을 한 곳씩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에 O-엔터테이먼트에도 갔었지만 모모는 만날수 없었다.



나중엔 스프리건들이 세운 SBS 방송국과 문화방송국에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페더의 말에 그제서야 떠오른 사실인데, 문화 방송국장 03번 스프리건은 고단한 직장 생활때문에 성격이 괴팍해졌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03번 스프리건에게서는 다른 스프리건들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얼굴만 똑같은 다른 인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 근데 그게 왜? "


" 그때 제가 촬영장에 카메라를 설치하다가 03번 스프리건님 앞에서 중요 장비를 깨먹은 적이 있거든요! "


" 뭐? 설마.. 너.. "


" 에..헤헤.. 사령관님을 찍으려다.. "



페더.. 안본사이에 브라우니급 바보가 된거같다.



" 그때 안그래도 낙인이 찍혀있었는데, 그분이 생각보다 눈치도 빨라요. 그 때 사령관님이 촬영장에 오셨을 때

그 분이 이후에 제 품안에 있는 카메라를 알아챈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었죠! "



" 넌 그걸 알면서 저길 그냥 간거야!? "



" 에헤헤.. 깜빡하고 있었어요. "



진짜 바보가 된거 같은데.



" 어서 도망가! 절대 걸리면 안돼! "


" 네! 물론이죠! "



카메라 화면은 더더욱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만약에 우리들의 도촬사실이 드러나면 페더뿐만 아니라 나까지 철창행을 지게될 것이다.

아무리 내가 사령관이고 지금이 평화로운 세상이라 한들, 시티가드의 체포권에는 예외가 없다.

그렇기에 지금 페더가 시티가드에 체포라도 되는 날엔 답이 없어진다.



" 헉.. 헉.. "



페더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격렬하게 흔들리며 복도를 따라 달리던 페더의 화면은 문화방송국의 로비를 비쳐보였다.



그때,



" 삐요옹. 삐요옹. 삐요옹."



사이렌 소리와 함께 눈앞에 희고 파란 경찰차들이 나타났다.




" 헉.. 헉.. 시티가드가 도착했어요! "


" 이런, 어서 다른 곳으로 도망쳐! "



페더의 카메라 화면이 다른곳으로 옮겨졌다.


사이렌 소리가 멀어져가며 화면에 또 다른 복도가 나타났다.


마치 범죄영화를 보는듯 흔들리며 복도를 달리는 장면이 계속 이어진다.



" 으앗! 깜짝 놀랬지 말임다! "


" 실례할게요! 비켜주세요! "



달리는 페더를 보고 놀란 브라우니들의 얼굴이 차례차례 화면으로 스쳐지나간다.



그때,



" 콰삭. "



... 이 심각한 상황에 갑자기 어디서 웬 과자 베어무는 소리같은게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소파에 앉은 흐레스벨그가 어디서 난건지 모를 팝콘을 들고 화면을 보고 있었다.



" 정말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꽈? 쩝..쩝.. "



" 흥. 생각보단요. "



그리고 그 옆에 앉은 바닐라가 함께 팝콘을 먹으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언제 들어온거야..



"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재미없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재밌군요. "



바닐라가 팝콘을 한움쿰 집어들며 말했다.


바닐라.. 여전히 이 캠화면을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천하태평인 이 녀석들을 뒤로 하고 나는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페더의 화면은 복도를 따라 어떤 문을 향해갔다.


문이 가까워지더니, 페더의 손이 화면에 나타나 손잡이를 힘껏 잡고 밀었다.



그때,



" 어이. 범죄자 양반. "



문을 여니 그 문 앞에 누군가 서있었다.


...화면에 잡힌건 영락없는 사디어스였다..



" 헉..헉.. 헤엑!? 어떻게 여길..! "



당황한 페더와 함께 카메라가 사디어스에게서 멀어졌다.



" 어딜 도망가시려고? "



사디어스가 품에서 수갑하나를 꺼내 카메라 앞으로 다가온다.



" 아이고. 페더씨 아니야? 

페더씨가 범죄자라니, 언젠간 이런 순간이 올줄 알고 있었지. "


" 아... "



그리고 페더의 팔을 잡아 수갑을 채우려고 한다.


이제 어쩌면 좋지? 지금 페더가 잡혀가면 나까지 철창신세를 지게될텐데..


그렇게되면 무리하게 일에 빠져사는 모모를 막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때,



" 그.. 사디어스님! "


" 뭐? "


" 전에 얘기 했던거.. 아시죠? "


" ...아. 그러고보니.. 그랬었지? "



... 갑자기 알수없는 대화가 오고간다.



" 설마 이런 순간을 위해 거래를 했던 건 아니겠지? "



거래?




" 무슨 소리에요~ 저한테 먼저 거래를 제안했던건 사디어스 씨잖아요. "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 아하하. 잘 기억하고 있구만.

그때 페더 씨가 내게 준 동영상 파일 덕에 사령관이 무슨 플레이를 좋아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지.


그땐 고마웠어. "




...아...


문득 페더가 오르카호 시절에 내 성관계 동영상을 찍어 온갖 대원들에게 나눠주던 녀석이라는게 다시 한번 상기된다.

그 당시에 이런 거래가 오고갔었단 말인가..



" 그럼.. "



페더의 기대하는 말에 부응하듯 사디어스가 무전기를 들었다.



" 뭐, 누가 보면 시티가드가 부패했다는 소리부터 하겠구만.


아, 맞나? "




" 띠리리리. "




" 야. 전원 철수! 오인 신고로 파악되어 병력을 철수한다!

펍헤드도 철수해! 가자! "



사디어스가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 페더 씨. 앞으론 착하게 살아. 전에 신세진게 있어서 이번만 봐주는거라구.


알았지? 다음엔 얄짤없어."



사디어스는 도로 열린 문으로 나갔다.


문 밖에서 따스한 햇살이 들어와 후광이 그녀를 감싸는 듯했다.




" 휴우... "



한바탕 난리가 끝나자 페더의 한숨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 휴우.. "



나도 페더를 따라 한숨을 푹 쉬었다.


쫒기는게 내가 아니라 페더이긴 했지만 예전에 철충들을 상대할 때보다 더 숨막히는 순간이었다..



" 사령관니임.. "


" 응.. "


" 저.. 모모님 촬영 끝날때까지 O-엔터테이먼트 본사로 돌아가있을게요.. "


" 알았어.. 다음 일정인 <요리여왕 모모>의 촬영때문이지? "



흐레스벨그의 수첩에 적힌대로 <요리여왕 모모>의 촬영은 O-엔터테이먼트 본사에서 한다고 한다.



" 맞아요.. 거기선.. 신고당할 일도 없을테니까요..


조금 있다 연락드릴게요.. "



곧 페더의 무전이 끊기고 도촬 화면도 꺼졌다.



" 쳇. 한창 재밌는 장면이었는데."



뒤에서 지켜보던 흐레스벨그의 탄식이 들려온다.

우리가 도촬을 왜 하고 있는지 또 잊어버린 모양이네..



" 흥. 5분도 못가서 흥미가 팍 식는군요. "



흐레스벨그 옆에서 함께 화면을 보던 바닐라가 툴툴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왜인지 방에 있는동안 내가 촬영 중인 페더와 무전을 나눈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 주인님. "


" 응. "


" 아스널님이 방금 전에 찾아오셔서 면담실에 모셔두었습니다. "


" 아스널..? "



' 아차!


1시에 아스널과 면담약속을 잡아뒀었지! '



까맣게 잊고있었다.



" 지금 갈게! 흐레스벨그, 화면 잘 보고있어! "


"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








5. 면담




" 달그락. "



컵과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면담실을 울렸다.



" 커피를 조금 묽게 탔군. "



로열 아스널이 커피잔을 앞접시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 바닐라가 실수한 모양이야. 바닐라를 부를까? "


" 아니. 사령관. 이정도면 충분하다. "



아스널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곧 옆에 있는 유모차로 다가갔다.



그리고 안에 있던.. 하늘에서 내려준 천사를 안아올렸다.



" 정말 예쁘지 않은가? 이게 사령관과 나의 아들이라니. "



아스널이 남자아이를 안고 내게 웃어보였다.



" 요놈. 누굴 닮아서 이렇게 잘생긴거야? "



" 확실한건, 그대는 절대 아니다. "



" 뭐? "



" 나 덕분에 이렇게 잘생긴 아들이 나올수 있었던거다. 

그대같이 생긴 이를 닮은 아이는 절대 이렇게 잘생기게 태어날리가 없지. "



" 내가 못생겼다는 이야기야..!? 내 얼굴이 어때서! "



" 하하하. 그대는 참 놀리는 맛은 여전하구만. "



아스널이 웃으며 아이를 내게 넘겨주었다.


간만에 보는 아스널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평소에도 생각하던 거지만 아스널은 입만 열지 않는다면 정말 미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이다. 


그 놈의 입이 색욕으로 가득차서 그렇지..



나는 아이를 안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아이는 눈을 부릅뜨고 나를 멀뚱히 보고 있었다.




나는 이후 아스널과 함께 아이를 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기용 장난감으로 아이의 시선을 이리저리 끌거나 장난을 쳤다.


아이의 표정에서 미소를 띄울 때마다 우리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띄워졌다.



그렇게 한참을 놀아주다보니, 아이는 잠들어버렸다.



" 그대여. "



" 응. "



" ..... "



나를 불렀던 아스널이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 왜 그래? "



"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




아스널이 갑자기 눈치를 보며 시선을 피했다.



' 뭐지..? '



지금 당장이 아니라, 사실 아스널은 이전과는 조금 달라져있었다.


분명 아스널은 이런 인물이 아니었다.


아스널에게 전투 외에 진지한 이야기란 자신의 자식을 몇명까지 낳을 것인지에 대한 출산계획들 뿐이었다.


심하면 나와 낳을 자식들로 축구단을 만들거라고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리고 때때로 아스널은 어떤 이야기를 하려다가 시선을 피하며 눈치를 보곤 했다.


지금도, 뭔가를 말하려다 시선과 대답을 피한다.



그녀에게 뭔가 일이라도 있는걸까?



그러고보니, 내가 깨어났던 2년전, 오랜만에 만난 오르카의 대원들은 모두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인류 재건을 위해 나와 관계를 가진 바이오로이드들은 하나같이 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어딘가 눈치를 보곤 했다.



아스널도 마찬가지였다.


성관계에 있어서는 절대 눈치같은 걸 볼리가 없는 아스널이 그때 망설이는 것을 나는 분명히 느꼈다.



마치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듯이.



" 사령관. "



" 응. "



" 요즘 스케쥴은 어떤가? "



" 뭐.. 요즘은 좀 바뻐. 보고서 정리라던지 할게 태산이야. 


지금처럼 면담을 하기도 하고, 다른 대원들과 약속을 잡기도 하고... "




" ...말만 들어서는 바쁜건지 한가한건지 모르겠군. "



아스널이 그렇게 말하며 커피를 마셨다.



" ..아..하하.. "



" 사령관. "



" 응. "



갑자기 아스널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스널은 내게서 아이를 받아 안아올렸다.



" 난 그대가 7년전에 겪은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많은 생각이 든다.


그때 우리는 다시는 그대가 일어날 수 없을줄 알았다네.


특히 나는 다시는 그대와 관계도 가지지 못할줄 알았지. 그런데.. "



" .... "



아스널이 품에 안고있는 아이를 보며 옅은 미소를 띄웠다.



" 이렇게 멀쩡히 깨어나서 우리들의 아이를 만들수 있었던건 가히 기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안그런가? "



" .... "




" 그대여. 난 이만 가보겠다. 스케쥴도 적당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정을 좀 해보는게 좋을거다.



앞으로도, 몸 건강하길. "



" ...응. 고마웠어. 안녕. "




" 덜컹. "



아스널이 면담실에서 나가고, 면담실에는 나 혼자만이 남겨졌다.



' 7년전에 겪은 일이라.. '



7년전. 기나긴 철충전쟁의 종전을 알리던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확실하게 들은 것은 그때 내가 모종의 이유로 머리를 크게 다쳤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내가 의식을 차리지 못해 지휘를 할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오르카호의 대원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다행히 내게 일어난 그 사고 당시에 존재하던 모든 적들을 대원들이 섬멸하는데 성공했지만,


나는 깨어나지 못한 채 짧지 않은 세월동안 침실에 누워지냈다.



무려 5년동안.




이후, 내가 깨어났을때, 그동안 대원들은 이미 알아서 인류 재건 계획을 실행하고 있었다.


내가 혼절하기 이전부터 명령을 내려둔 덕인지, 자유 의지를 심어줘서인지는 알수 없었다.


아무튼 결과물은 좋았다. 이 빌딩의 숲, 오르카 시티, 벨루가 시티, 바키타 시티,

내가 살고 있는 이 거대한 저택, O-엔터테이먼트, 브라공업... 기타 등등의 성대한 빌딩들과 도시가 세워졌으니.



하지만.. 나는 내가 깨어날 당시의 모든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던 시기라서 그랬던 것일지도.




소파에 앉아있던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나는 과거의 일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과거의 일을 생각하기보단, 지금은 현재에 집중할 때니까.





내가 면담실을 나오자 바닐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바닐라를 지나쳐가자 늘 그랬듯이 바닐라 역시 내 뒤를 밟았다.



복도를 따라 걷던 내 시선에 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 ... "



손님방이라고 불리는 방.


하지만 내 저택에 손님이 올 때마다 손님방은 한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즉, 언제나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빈 방이다.



저 방에 대해서 전에 한번 메이드들에게 물어본적 있긴 했지만.. 아무도 제대로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소완이나 메이드들은 저택 내에 자신들의 방이 있어서 저 방을 사용할 이유도 없었을테니.



다만 저 방은 늘 비어있기 때문에 메이드들이 가끔 들어가서 먼지청소를 한다고 한다.



결국 나는 궁금증이 폭발해 저 방을 들어가 본적이 있는데 방 안에는 침대와 수납장, 옷장 정도만이 있었다.


분명 누군가 살만한 방이다. 그런데 왜 손님도 들이지않고 비워둔걸까?




저 방을 볼 때마다 나는 이런 의문점을 잠시 떠올리곤 했다.


잠깐뿐인 의문을 뒤로하고 나는 시계를 보았다.



면담을 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2시가 넘었다.


나는 바닐라에게 돌아가 있으라고 명령한 뒤 흐레스벨그가 있는 내 방으로 돌아갔다.



방 문을 열자 흐레스벨그가 홀로그램 화면에 뭔가를 조작하고 있었다.



" 흐레스벨그, 뭐해? "



" 모모님이 다음 일정때문에 이동하시기 시작하셔서 탈론페더님이 화면을 전환시켜 주셨습니다. "



그런데 흐레스벨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뭔가에 경악한 듯한 모습이다.



" 너 표정이 왜 그래? "


" ...이걸 좀 보셔야겠습니다. "



흐레스벨그는 홀로그램 화면을 조작하더니, 차 내부에 앉아있는 모모의 모습이 드러난다.


아까랑은 조금 다른 장면인데.



" 이건.. 방금 모모님이 차로 이동하면서 페더님의 블랙박스에 찍힌 장면을 뒤로 돌린 것입니다. "


" 그런데? "


" 손에 저걸 보십시오.."



흐레스벨그가 모모의 손을 가리켰다.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모모의 양 손이 다리 위에 올려져있다.


그런데.. 내 시선은 모모의 오른손에 집중되었다.



얼핏보면 무릎 위에 양 손을 모으고 있는 자세의 모양새지만,


자세히 보니 모모의 오른손에 뭔가를 쥐고 있었다.



" 저거... "



마치 다리에 뭔가를 꽂고 있는 듯한...


어디서 많이 본 것이다.




" 설마..



전투자극제..? "




end.






6236자


22606 / 20000자


이번 편으로 20000자 소설쓰기 공약은 이행 완료되었음


하지만 완결을 해야 공약을 완전히 지키는거라 생각함


다음편에서 뵙겠스빈다!

읽어줘서 고맙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