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3316232

이전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0297135


--------------------------------------------------------------------


두 번째 네스트의 등장이 여러모로 산통을 깨는 일이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리제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기도 했어.

바로 요정 마을의 탐색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단 거였지.


리제가 요정 마을의 아리아에 신경을 쓴건 꽤 오래 전부터의 일이었음.

비슷하게 어두운 이벤트인 할로윈 파크 패닉이야 멸망 전 인류가 부린 행패를 돌아보는 식이라지만, 이쪽은 실시간으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으니까.

찜찜해서라도 가능한 빠르게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 정도야 하지.

원작에서 틀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야 내버린지 한참은 지난데다가, 적당히 미확인 구역의 탐색 방향을 유도하기만 해도 시작을 앞당길 수 있으리라는 확신도 있었고.


그럼에도 리제가 지금까지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어.

만에 하나라도 오르카 호와 사령관의 통신이 끊기는 시점과 두 번째 네스트의 출현이 겹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었으니까.

페어리 드론을 비처럼 쏟아붓는 괴물과 사령관의 지휘 없이 마주쳤을 때, 어떤 참상이 벌어질지.

비겁하기 그지없지만, 리제로서는 아직 얼굴도 모르는 요정 마을의 주민보다는 저항군의 동료를 우선할 수 밖에 없었던 거야.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지난 일.


용을 전송한 것을 마지막으로 저항군은 재차 섬을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리제는 이따금 확보한 구역을 어린 바이오로이드들 - 가끔은 사령관 - 과 함께 둘러보면서 착실하게 섬 중앙을 향하는 작전의 빈도를 늘려두고 있었어.

조금씩 나아가는 점령 구역의 지도를 초조함 반 기대감 반으로 지켜보면서도 조금은 여유가 생긴 생활을 만끽하던 나날의 언젠가.


- 닥터에게 경고를 받았어요. 이대로는 몸이 망가질 거라고.


종종 그러하듯 카페에서 합석한 라비아타가 주저하다 꺼낸 한 마디가, 아직 7지역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줬지.


*   *   *


사실 마리아를 복원했을 때부터 리제는 라비아타에 관해선 그리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기로 했어.

자신이 가지게 될 사령관의 아이 -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미래' - 에 다소 과할 만큼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이쪽의 라비아타는 정신적으로 충분히 건강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라비아타가 꺼낸 이야기는 이대로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지.


- 체내의 오리진 더스트를 다소 제거할까 해요.


대신 좀 다른 식으로 리제의 예상을 벗어나긴 했지만.


- 괜찮으시겠어요?

- 네. 제가 전선에 나설 일도 확연히 줄어들었고… 용 님이 정식으로 합류한 후에는 전투 관련은 거의 일임하게 될 테니까요.

 지금 정도는 아니겠지만 주인님을 지키지도 못할 만큼 약해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창 너머를 향한 시선에 다소의 그리움이 묻어 나오는 것까지 숨길 수는 없었지.


- 길었네요. 정말로.

- …저는 한참 나중에 합류한 데다 바깥 일에도 거의 안 끼었지만요.


실제로 저항군 시절의 기억이라고 해봤자 좌우좌랑 놀아준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조금은 의욕을 낼 걸 그랬나. 그래도 솔직히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싸울 수 있겠냐면 좀 그럴지도.

리제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비아타는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음.


- 좋았던 일도 아쉬웠던 일도 전부 포함해서 추억이니까요.

 지금 웃으며 떠올릴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 그렇네요.


언젠가 다가올 다시 지금의 기억을 추억하게 될 미래에도- 여전히 웃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고.

그렇게 말하는 리제의 손을, 라비아타는 가볍게 잡았다 놓았지.


- 주인님께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리제 양과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도움이 되었나요?

- 물론이죠.

 제가 기대하는 미래에는 리제 양도 꼭 있어야 할 테니까요.

- 아, 아하하….


잊을만하면 아이 이야기는 빠지질 않는구나 싶어서 다소 딱딱하게 웃은 리제에게 장난스럽게 윙크를 남기고, 라비아타는 함교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지.


음. 생각보다도 스무스하게 해결되었….


- 그러고 보니….


평범하게 체내 오리진 더스트만 줄이는 방식이면 굳이 체형까지 변하지는 않겠구나.


보고 계신가요? 어딘가의 코 큰 이사님.

이 세계에서 당신의 꿈은 무사히 살아남았답니다.


-------------------------------------------------------------------

7지는 이걸로 마무리이빈다.

에바 씨는 펙스 관련 정보를 전해줄까 하다가 타이밍이 별로라는 이유로 일단 두고 보기를 선택했스빈다.


전에 말한 대로 노벨피아쪽에 업로드할 겸 프롤로그 같은 걸 좀 적어볼까 해서 며칠 정도 휴재할 가능성이 높스빈다.

156일 동안 함께해준 분들의 관심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0437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