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읽어보면 좋음


느와르 사령관


느와르 리리스


느와르 아르망


느와르 팬텀 / 느와르 레이스


느와르 닥터


ㅡㅡㅡ


조금 과거의 일이었다. 사령관이 감정을 조금 덜 억눌렀던 그 때, 금란이라는 하나의 난초가 있었다. 그에게 있어 조금은, 더 아픈 손가락. 다른 가족들보다 조금 더 눈이 가는 여자였다.


무슨 계기나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몇 번의 대화와 산책. 그 뿐이었다. 그 후 사령관은 그녀를 조금 더 가까히 두었다. 콘스탄챠에게만 허용되었던 바로 뒤편의 자리도 내어줄만큼. 그런 사이였다.


금란 또한 자신의 주제를 잘 알고 있는 여자 중 하나였다. 그가 조금 더 내어준 사랑을 더욱 갈망하지 않고 질투하지도 않았다. 자신에게 한정된 감정을 조금 더 떼어내어도 만족할 줄 알았고, 한 발자국 더 물러나 지켜보기도 했다.


그런 거리감은 남들이 보기에는 가깝지만 먼, 애매한 관계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시선을 하등 신경쓰지 않았다. 모두를 지켜야하는 그와 보필해야 하는 그녀. 적어도 짐이 되려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그를 매혹시켰음이 확실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사령관과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당직을 서는 날이 많아졌고, 곱게 땋은 머리와 고운 한복에 장신구가 하나씩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토를 달거나 지적하는 이는 없었다. 그녀는 사령관이 선택한 여자였고 사랑의 크기를 자랑하고 다니는 이는 아니었기에.


하지만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결말은 그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잿빛으로 가득찬 세상에는, 그런 메르헨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ㅡㅡㅡ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 사이에서 고요함을 연기하는 사령관은 지금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간신히 초조한 감정을 담배로 억누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붉은 글씨로 ‘연락 두절’이라고 출력된 화면이 머리를 헤집어 놓고 있었다.


그는 머리에 손을 괴고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복잡했다. 지금 자신이 지나치게 충동적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억누를 정도로 단련된 이는 아니었다. 사령관은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을 폐에 들이밀고 재털이에 던졌다. 툭하고 떨어지는 모습을 보지도 않은 채 의자에 등을 기댄 그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시계의 초침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늘어가는 담배 꽁초의 갯수도 늘어갔다. 그는 자신의 판단에 대한 자책과 그녀들의 무사 안위를 바라며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자연스럽게 불이 붙혀지는 성냥과 담배. 그는 꺼져가는 성냥불을 보며 가볍게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


“콘스탄챠.”


“네. 주인님.”


“수색대에서의 추가 연락은?”


“아직 없어요.”


사실,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단 한번, 오늘 임무에 감정을 섞은 것. 금란의 부탁으로 그녀가 동행하고 싶다는 것을 단호하게 쳐 내야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간절히 바라는 그 눈빛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것이 실책이었다.


반 쯤 차있던 재털이가 거의 가득찰 때 쯔음에야 책상 위의 화면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검은색 보안관 모자를 반듯하게 쓴, 붉은 머리와 황금색 눈. 자칭 ‘보안관’이라 불리는 아이언 애니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보스. 미안해. 나머지는 다 찾았는데, 금란 아가씨는 못 찾았어.”


사령관은 순간적으로 입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분명 그 말은 제 앞의 그녀에게 큰 상처가 될 말이었다. 일에 감정을 넣거나 드러내지 않는다. 그의 지론이었다. 물론, 깨져버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렇지만 사령관은 그 파편들을 그러모으며 말했다. 


“상관없다. 다친 곳은?”


“응. 다행스럽게도. 패밀리들은 중상자는 있어도 죽지는 않았어.”


“그래...”


안도와 슬픔의 눈빛. 결국, 그는 체념해야만 했다. 이 이상 그녀들을 위험에 허우적거리게 할 수 없었다. 사령관으로써, 그리고 보스로써 결정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돌아와. 애니. 수색은 중단한다.”


“괜찮겠어 보스?”


“내 실책으로 벌어진 일이다. 짊어지는 것도, 감내 해야하는 것도 내 몫이다.”


가벼운 한 숨이 내뱉어졌다.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뒤에 있는 인원들을 통솔하기 시작했다. 그는 머뭇거리는 손을 들어 간신히 패널을 종료했다. 힘 없이 떨어지는 손은 조금씩 바들거렸다.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것을 잃어버린 상실감은 그의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어찌되었든, 사령관은 무언가로 그것을 채워야 했다. 독한 술이 필요했다. 마시고 채워 잠겨버릴 정도의. 온더락이 아닌 스트레이트로.


그 날 밤. 하늘의 달은 지독하게 울고 있었다.


ㅡㅡㅡ


그 일의 이후 오르카 호에는 하나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것의 근원지는 알 수 없었다. 가십거리라는 것은 그런것이기에. 하지만 그 내용은 사령관과 다른 지휘관들이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며칠 전, 실종됬던 금란이 오르카호를 배신했다는 풍문. 처음은 하나의 의혹이었다. 시간을 끌어보겠다며 모두를 보낸 그녀의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음과 단신의 몸으로 적들을 막아낸 비현실성. 작은 의심암귀가 커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사령관은 이 소문을 듣자마자 순간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얼굴을 아무도 보지 못한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다른 이들이 언제나 냉철해야할 자신의 감정적인 모습을 본다면, 실망을 감추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어찌되었든 결정을 내려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정보를 통제하고 주동자를 찾는 쪽을 택했다. 가장 간단하면서 원론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한번 불타오른 의심은 쉬이 꺼지지 않았다. 의심들은 억눌러져 있어도 새어나오는 법이었다. 겉으로는 안정화 되어 보이는 오르카호는 어느 순간 조금씩 갉아먹히고 있었다.


심지어 그 날 이후로, 정보들이 새어나감과 동시에 피해가 조금씩 누적되기 시작했다. 병동에는 신음소리가 병상을 메웠고 모두의 불신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사령관과 지휘관들도 대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내부자를 잡기는 커녕 실마리조차 잡지 못해 헛 손짓만 하는 날이 늘어갔다.


기껏해야 붙잡은 이들은 꼬리 자르기에 불과한 이들이었다. 모두가 지쳐가던 그 때의 어느 날, 헤진 치마와 바스라져가는 동개일습. 그리고 흙과 먼지로 덮힌 몸뚱아리와 머리에서 말라 붙고 엉겨 끈적거리는 피. 그녀는 비틀거리며 오르카호의 앞에서 쓰러지며 간절한 숨을 내 뱉었다. 


금란이 돌아왔다.


ㅡㅡㅡ


솔직히 이번 문학은 빌드업 자체도 허술하고 과거 서사를 짧게 풀어야 할 거 같아서 억지로 좀 짜낸 느낌이 있음


그래도 빨리 올려서 읽을거리 만드는게 낫지 않나 싶어서 올림


대충 2~3화안에 끝내보려고 노력해 봄


금란 이쁘다 금란 애껴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