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읽어보면 좋음


느와르 사령관


느와르 리리스


느와르 아르망


느와르 팬텀 / 느와르 레이스


느와르 닥터


느와르 금란 1 / 23


ㅡㅡㅡ


사령관은 언짢은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언제나 제 멋대로인 트리아이나가 자신의 명령도 받지 않고 수색을 나간 것은 사소한 것으로 여길 수 있을 정도였다. 원체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물론 돌아온다면 큰 엄벌을 내리겠지만, 그것은 나중에 일이었다. 하지만 체벌 또한 당사자가 돌아와야만 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끊긴 통신에 사령관과 부관들은 가벼운 두통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추가 수색대를 편성하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말괄량이가 만들어 낸 깊은 한숨이었다.


그럼에도 사건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트리아이나가 실종된지 단 하루만에, 호라이즌의 대원들이 바다 한 가운데에서 표류하고 있는 노란색 기체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팔과 다리가 묶여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는 말괄량이가 있었다.


그는 나름대로 다행이라고 여기며 묶여 있는 트라아이나를 불렀다. 풀리지 않는 팔과 다리를 꿈틀거리며 바닥에서 헤엄치고 있는 그녀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하하... 보스... 화났어...?”


“트리아이나. 이미 정해진 답을 물어보는 것은 어리석은 말이란 것. 잘 알고 있을텐데.”


사령관의 입에 물린 담배가 조용하게 연기를 뿜었다. 그녀는 그것이 굉장히 위험한 상태임을 알고 있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조금씩 끄집어내려 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황급히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잠깐! 보스! 지금 내 손! 내 손에 좀 중요한게 있는데!”


그는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없이 트리아이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콘스탄챠는 능숙하게 묶여 있는 손을 천천히 펴 그 안에 있던 것을 제 손에 쥐었다. 땀에 흠뻑 젖은 작은 종잇조각이었다. 그것을 집는 순간, 트리아이나는 멋쩍은 웃음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 그러니까... 그게 소위 말해서 통신 코드라는건데... 내가 일부러 그런건 아니야. 보스. 아주 사소한 사고가 있었달까? 그런거 있잖아. 모험을 하다보면...”


“결론만 말해라.”


“레모네이드 감마한테 붙잡혔다가 돌아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보스.”


그녀의 입에서 가장 나와서는 안될 인물이 튀어나왔다. 현재, 망가질대로 망가진 오메가와 사령관의 전속 비서가 된 알파. 그녀들의 세력을 규합한 감마. 트리아이나는 자신의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언급된 순간, 속으로 큰일났다고 생각하며 침을 삼켰다. 하지만 그는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것이 자신이 살 길임을 깨닫고는 다시 말했다.


“내가 처음에 잡혔을 때, 죽는 줄 알았는데... 레모네이드 감마가 포로는 겁쟁이들이나 잡는거라면서 살려줬어. 의외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바이오로이드여서 놀랐다니까? 아 참. 그리고 살려주면 그 값을 해야한다면서 그 코드로 연락주라고 하더라고.”


사령관은 주절주절 떠들고 있는 트리아이나의 말은 닫아두기로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레모네이드 감마는 자신의 가족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그렇기에 자신도 감사의 인사를 표하는 것이 맞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 괘씸한, 권고 사항조차 듣지 않는 바이오로이드에게는 벌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는 작은 한숨과 함께 형을 선고했다.


“콘스탄챠.”


“네. 주인님.”


“오늘부터, 나흘동안 트리아이나에게 물 한 모금 주지말고 엔진실에서 일하게 해. 감시는 케르베로스로. 이를 어길 시에는 둘 다 내가 직접 처벌한다.”


그녀는 침을 삼키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보았지만, 그는 냉정한 사람이었다. 어느 정도의 처벌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명이 내려진 순간 구석에서 위장을 푼 팬텀은 묶여 있는 트리아이나를 그대로 끌고 문 밖을 나섰다. 발버둥치는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몸을 축 늘여트렸다.


두 사람이 사라지고난 뒤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에 다시 한 숨을 쉬며 콘스탄챠에게 말했다.


“유미를 불러. 감마와 할 이야기가 있다.”


ㅡㅡㅡ


유미는 능숙하고 재빠르게 레모네이드 감마가 준 코드로 연결을 시도했다. 몇 번의 노이즈 끝에 레모네이드 알파와 같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서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철저히 쌍방의 목소리만이 오갈 뿐이었다. 그들 중 가장 입을 연 것은 레모네이드 감마였다.


“안녕하세요. 제 부하 하나 간수 못 하는 인간께서 제게는 무슨 일로?”


“아이러니하군. 호랑이가 잡혔으니,여우가 왕 노릇을 해야하는데. 괜찮겠나?”


서로 주고 받는 대답에는 비수가 하나씩 숨어있었다. 그와 그녀는 이 대답이 썩 마음에 들었다. 몇십 초간의 침묵 끝에 입은 연 것은 감마였다.


“그래요. 이런 의미 없는 잡음은 그만두죠.”


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동안 다시 침묵을 만들었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닌, 말을 정리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선, 우리 트리아이나에게 배푼 자비에 대해 감사 인사를 표하지.”


“겨우 그것 때문에? 자존심이 꽤 높다고 들었는데. 적에게 머리를 숙이다니. 제가 당신을 잘못 봤군요.”


“가족에 관한 일이기에 감사를 표하는 것을 언제라도 할 수 있다. 그것이 보스가 행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네가 만약 반대로 행했다면 지금 내가 내 뱉는 것은 선전포고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납득이 안되는 건 아니네요. 알겠어요. 받아들이죠. 비겁한 수를 쓰는 것은 회장님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셈이 되니까요.”


사령관은 미묘하게 미소지었다. 비웃음의 의미는 아니었다. 단순히 대화에 대한 흥미였다.


“그렇다면 내 합류 권유도 받지 않겠군.”


“참으로 치욕스러운 제안이로군요. 제 주인은 오직 회장님 뿐입니다. 오메가처럼 당신에게 굴복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는 편이 좋겠네요.”


레모네이드 감마는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도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는 듯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그가 담아두었던 말을 대신 꺼냈다.


“좋아. 너는 나의 가족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그러니, 훗날 네 목숨을 내 손에 쥐었을 때 고통 없이 편안히 눈 감을 수 있게 배려해주지. 이것이 내가 베푸는 자비이자 경의다.”


“그것은 꽤 맘에 드네요. 그렇다면 저도 최대한 자비를 베풀어 편히 눈 감을 수 있게 해드리죠. 하지만 그때까지 살아있어보시죠. 금방 쓰러지면 재미 없으니까요.”


그렇게 둘은 동시에 통신을 끊었다.


ㅡㅡㅡ


외전격으로 가볍게 마무리 해봄 댓글들 다시 보는데 신청이 하나가 더 있더라고...


무시하거나 넘기기는 양심에 찔려서 호다닥 썼다.


막상 쓰고보니 캐릭터성이 조금 붕괴되는 것 같지만... 때려 죽여야하는건 오메가니까 괜찮지 않을까?


느와르 시리즈 봐줘서 고맙다!


다음 단편은 뭘로 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