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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제안. 생각해 봐.”
 
 
자취방 앞까지 차로 데려다 준 티타니아가 작별 인사로 혀를 섞는다. 제안이란 그녀의 집에서 동거하자는 이야기다.
 
정욕으로 가득 찬 삼십대 여성의 음탕한 몸뚱아리를 틈만 나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맛있는 제안이지만 보류했다.
 
티타니아까지 책임질 생각이지, 그녀의 기둥서방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티타니아는 먼저 키스했던 일이 뒤늦게 부끄러웠는지 대꾸하지 않고 출발했다. 그녀의 차가 완전히 시야 밖으로 사라지길 기다렸다가 집에 들어간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보면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오늘 언니를 부채질했어. 팍팍 공략해.
 
 
발신자가 장화임을 확인한 충남은 그녀가 자기 언니를 바치겠다 선언한 걸 떠올리고 자지를 빳빳하게 세웠다.
 
스스로 생각해도 괴물 같이 정력적이고 참 지조 없는 물건이다.
 
장화와 정사가 상상 속에서 홍련과의 정사로 바뀐다. 홍련이 여동생이 그랬듯이 다리를 천박하게 벌리고 음란하게 물이 고인 음부로 유혹하는 광경을 망상한다.
 
얼마 전까지 처녀였던 여동생보다 아이를 넷이나 낳은 자신의 원숙한 허리놀림이 좋으리라 나지막히 속삭이는 상상만으로 열 발은 뽑을 수 있을듯 싶다.
 
홍련과 섹스하고 싶다.
 
티타니아 이상으로 농익은 미망인의 살집 좋은 육체에 올라타.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할 때마다 발기 참기 어려운 젖소 같은 우유통을 움켜쥐고 서로 혀를 소용돌이처럼 섞으면서 자궁이 배 부를 때까지 듬뿍 사정하고 싶다.
 
두 번째는 네 아이의 어머니를 다섯 아이의 어머니로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소위 교배프레스라 부르는 자세로 쿵쿵 내리찍고 싶다.
 
세 여자를 책임지겠다는 결심이 발목을 잡지만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세 여자를 책임지나 네 여자를 책임지나 어려움은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까짓 것 홍련에 그녀의 딸들까지 책임지지 뭐.
 
결론을 낸 충남은 홍련으로 한 발 뺀 뒤에 장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위해두지 않으면 용건이 아니라 내 방으로 와서 보지 벌리라고 명령할 것 같았다.
 
벨소리와 함께 휴대폰 액정에 내 남자 세 글자가 뜬 것을 확인한 장화는 일 초만에 전화를 받고.
 
 
“어? 어, 어? 지금 뭐라고 그랬어요?”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녀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튀어나왔다.
 
 
“내일 나랑 데이트하자고.”
“아하. 섹스하자고 불러내려다 말실수한 거죠. 오빠도 참.”
“물론 섹스도 하겠지만 밥 먹고 놀고 영화 보는 데이트하자고.”
 
 
장화는 방에 걸려있는 달력을 확인했다. 내일은 금요일. 철학과 전공 수업이 하나도 없는 공강 요일이다.
 
 
“싫어? 싫다면 미안해. 리리스한테 부탁…”
“존나 좋아. 내일 어디서 만날까?”
 
 
두 사람은 점심 무렵에 역에서 만나기로 정한 뒤 통화를 종료했다.
 
데이트라니 거짓말. 장화는 자신의 볼을 한 번 세게 꼬집고 실실 웃으며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홍련과 데이트하게끔 판을 깔아줬는데 설마 자신한테 데이트하자 말할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깜짝 놀랐고 기쁨은 배가 됐다.
 
행복감에 젖어 있기도 잠시. 무슨 옷을 입고 나가지 고민에 옷장으로 호다닥 달려간다. 깜짝 놀라게 만들기 위해 평소에는 안 입는 옷을 찾았다.
 
조금 부끄럽지만 이거라면 충남 오빠도 깜짝 놀라겠어.
 
다음날.
 
장화를 발견한 충남은 그녀의 예상대로 눈을 휘둥그레 떴다. 평상시의 악동 같은 인상은 온데간데 없고 청순한 소녀가 서 있었으니까.
 
청순과 순수의 상징, 새하얀 원피스. 장미 무늬 펀칭 레이스 사이로 맨 살갗이 드문드문 보인다. 팔뚝의 커다란 문신 또한 살짝 보여 오늘 옷과 언밸런스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장화라는 옷걸이는 그 언밸런스함까지 아름답게 소화해냈다.
 
역앞을 지나가는 남자들이 모두 장화를 한 번 흘겨보고 지나간다. 그녀에게 다가가 오래 기다렸냐고 물으면 시기 어린 시선이 곳곳에서 날아든다.
 
이런 눈 돌아가는 미인에게 질내사정을 수도 없이 했다는 사실에 우월감이 솟구쳤다.
 
 
"그래서 오빠. 무슨 바람이 분 거야?"
"섹스만 했지 정작 제대로 된 데이트는 한 번도 안 한 것 같아서. 자."
 
 
장화를 향해 손을 뻗으면. 수줍은 소녀처럼 살며시 충남의 검지와 약지를 잡았다.
 
자기가 하고서 낯 뜨거워져 오늘 날씨가 덥다며 반대편 손으로 연신 부채질하는 모습이 귀여워 픽 웃는다.
 
 
"왜 웃어."
"장화가 이렇게 귀여운 애인 줄 몰랐거든."
"귀엽다고 하지 마!"
 
 
아이가 투정 부리듯이 볼멘소리를 낸다. 한참을 티격태격하면서 지하철에 올라탄다.
 
평일 낮인지라 사람은 거의 없었고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갈 수 있었다.
 
한적한 지하철을 둘러본 장화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듯이 귓가에 속삭였다.
 
 
"오빠. 우리 다음에 지하철에서 섹스해볼까?"
 
 
충남이 잘못 들었나 놀라 그녀를 바라보면 찰칵 소리가 울려퍼진다.
 
귀여운 옷을 입어도 장화는 장화다.
 
 
"아무리 그래도 진담일 리 없잖아. 내가 리리스도 아니고."
 
 
리리스는 피학성향이 강하니까 겉으로는 싫어하는 척하면서 좋아하겠지.
 
그러는 장화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지만 충남은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휴대폰 카메라를 켠 후 장화의 어깨를 끌어안고서 촬영 버튼을 눌렀다.
 
찰칵.
 
어안이 벙벙한 장화에게 다정하게 말해준다.
 
 
"기왕 데이트 사진을 남길 거면 같이 찍은 사진을 남겨야지 않겠어?"
 
 
목적지로 가는 동안 장화는 고개를 충남에게서 홱 돌리고 있었다. 머리칼처럼 새빨갛게 익은 얼굴을 보이기 싫어서.
 
두 사람은 대학가에서 제법 떨어진 역에서 내렸다.
 
데이트할 장소는 대학가에도 많았지만 충남은 한 여자와 사귀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일부러 멀리 나왔다.
 
역 바로 옆에는 커다란 백화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 데이트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삼안 백화점 이곳저곳을 순회할 셈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가장 먼저 식당으로 향했다.
 
 
"중국 요리?"
"이곳 쉐프가 대만에서 엄청 유명한 요리사래."
"그래서 가격이 이렇게 비싸구나. 다른 데서 먹자."
"가격 걱정 말고 먹어. 고마워서 사는 거야."
 
 
고맙다니 무엇이?
 
장화에게 짐작가는 일은 하나 뿐이었다.
 
 
"언니 일 말하는 거야?"
"없지는 않지."
 
 
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지금 데이트는 홍련과 데이트를 위한 예행 연습 아닐까?
 
결국 나는 언니의 들러리구나. 데이트라고 들떴던 게 바보 같이 느껴진다.
 
들뜬 기분이 얼음처럼 차갑게 식는다. 무어라 계속 말을 거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그것도 있지만 내 아이를 낳아줄 여자가 어떻게 안 고맙겠어."
"응."
 
 
대충 응, 응. 듣지도 않고 응수하면서 식사를 마쳤다.
 
아무 맛도 안 나.
 
유명 쉐프의 요리 솜씨가 형편 없게 느껴졌다.
 
정신을 차려보면 장화는 귀금속 가게에 와 있었다.
 
손가락을 감싸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에 흐렸던 정신이 맑아진다.
 
 
"지금은 비싼 건 못 해주지만."
 
 
충남은 장화의 왼손 약지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가게에서 가장 저렴한 반지라서 미안해."
"어? 잠깐만. 왜?"
"뭐야. 식사할 때 안 들었어? 책임질테니까 내 아이 낳아달라고 했잖아. 요리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네. 자주 데려오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다."
 
 
하복부가 뜨거워진다.
 
 
"다음은 어디 갈까. 영화 한 편 볼래?"
"반지, 리리스한테도 해줄 거지?"
"물론 리리스랑 티타니아 교수님도 책임져야지. 홍련 씨한테도 고백할 생각이야. 성공하면 좋겠어."
"그 말은 나한테 처음 반지 줬다는 얘기지?"
"그렇지?"
 
 
장화는 자기 손에 끼워진 반지를 사랑스럽다는듯이 살펴보았다.
 
눈에 띄는 세공 없는 값싼 반지지만 지금까지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기쁜 선물이었다.
 
더 값싸다고 해도 좋았을 것이다. 어린 애들 소꿉장난에 사용되는 사탕반지라 하여도 틀림없이 기뻤으리라.
 
 
"그래 영화 보자."
"장화야 영화관 그쪽 아닌데?"
"모텔 가서 보자."
 
 
충남의 손목을 잡고 백화점 밖으로 끌고 나갔다.
 
모텔에 도착한 장화는 샤워할 시간도 없이 충남의 옷을 벗겼다.
 
이윽고 자신도 새하얀 원피스 아래 새하얀 속옷을 벗은 후 새하얗고 두툼한 대음순을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고 V자로 벌린다.
 
장미처럼 빨간 속살에서 애액이 줄줄 흐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남은 대학생활 임신해서 볼록한 배로 생활하게 해줘. 졸업할 때 아기 안고서 사진 찍게 만들어줘♡"
 
 
불뚝 선 자지를 넣어달라고 졸랐다.
 
 
2
날짜가 바뀔 때까지 박아댄 충남은 핸드폰 진동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미호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충남 오빠. 오늘 우리 엄마한테 데이트 신청해. 우리가 다 설득해놨어. 권유만 하면 백 퍼센트 넘어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장화의 부채질이 제대로 먹혀든 모양이라고 생각한 충남은 알겠다고 답변한 후 장화의 기특한 보지에 다시금 자지를 집어넣었다.





추석 끝난 기념 선물입니다.

출근이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