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36571706


모음집- https://arca.live/b/lastorigin/3347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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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추적을 당하는 것 같다고?"


"오늘 시라유리한테 들었어요. 그 공장단지에서 운영되는 CCTV가 누나랑 절 찍었고, 희미하지만 얼굴인식은 충분히 가능하데요."


"..."


에키드나는 짜증난다는듯 쌔한 얼굴로 허공을 보다 숟가락을 순식간에 뭉쳤다.


"쳇, 한주먹도 안될 새끼들이... 그냥 한번에 쓸어버려?"


"안돼요. 아무리 누나 힘이 쎄다 해도 그건 제가 허락 못해요. 숟가락도 원래대로 돌려놓으세요."


"흥, 내가 가볍게 슥 훑으면 건물도 날려보낸다고."


"그래서 쿠키 안먹을 거에요?"


"..."


서현의 손에 든 초코칩 쿠키를 들고가서는 와삭거리며 음미하는 에키드나였다.


"쿠키 먹으니까 진정되죠?"


"...조금은."


"그래도 한 나라의 군인데 그렇게 무턱대고 그러겠어요? 그냥 당분간 조심스럽게 지내요."


"...뭐, 그래야지. 그나저나 너, 엘리랑 한 약속은 언제 지킬거야?"


"무슨 약- ...민속촌!"


"이번주 주말에 다 데리고 갔다오는게 어때?"


"누나도 가실 거에요?"


"가야지. 너 냅두고 집에 있을 순 없잖아?"


사실 에키드나도 내심 기대중이긴 하였다. 그녀는 민속촌이라는 곳을 처음 듣기도 하였고, 꽤나 재밌는 행사들도 많이 있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토요일이 좋을까요, 일요일이 좋을까요?"


"토요일이 그래도 사람이 좀 적을거 아냐. 난 사람 많은거 질색이야."


"그럼 토요일날 가기로 해요. 엘리야!"


서현이 그녀를 부르자, 엘리가 쫑쫑거리며 방에서 나왔다.


"토요일날 민속촌 갈 건데, 무슨 일 없지?"


"...! 좋아요! 갈래요! ...근데... 시라유리 언니랑... 니키 언니도 부르면 안돼요...?"


"...학교에서 부탁해볼게. 근데, 안될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그, 그럼요!"


서현은 은은한 웃음과 함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다시 쉬라면서 그녀를 방으로 돌려보냈다. 


그때,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렀고, 화들짝 논란 서현이 인터폰을 보자, 어느 남자 2명이 출입문 앞에 서있는 것을 확인했다. 두 남자는 각각 기자와 카메라맨처럼 보였고, 남자가 든 카메라에서는 '국방TV'라고 쓰여 있었다.


"...?"


생각치도 못한 방송사 카메라를 보자, 서현은 떨떠름함과 의아함이 들면서도 통화버튼을 눌렀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국방TV에서 왔습니다. 혹시 여기가 윤서현 씨 집이 맞나요?"


"..."


금새 에키드나가 그의 뒤로 와서 등을 두들겼고,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부정의 뜻으로 얼굴을 가볍게 양 옆으로 저었다.


"...아닌데요."


"에이, 저희가 직접 찾아봤는데, 진짜 아닌가요?"


"네, 잘못 찾아온것 같은데요."


"인터뷰 하러 왔습니다! 윤서현씨의 헌신적인 희생 모습에 감동해 이 사실을 전국의 군인들께 알리고 싶어서 말이죠!"


"...저기 죄송한데, 저 윤서현 아니라니깐요?"


"...정말 아니신가요?"


"네. 계속 말했잖아요."


"...인터뷰 비용도 필요 없으세요?"


"아니 제가 윤서현이 아닌데... 자꾸 그러면 경찰에 신고할 거에요?"


"..."


더이상 말이 없던 남자 둘은 그렇게 집을 떠나는듯 하였다. 그러나, 갑작스레 그의 집앞에 있는 마당에서 둘은 시끄럽게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서현의 집 안으로 기분나쁜 말소리가 들어왔다.


"아 씨발새끼가 진짜... 여기 윤서현 집 맞아?"


"맞다고 나왔지 말입니다?"


"근데 왜 아니래, 씨발... 하루종일 동네 돌아다닐거야?"


"아닙니다!"


"아니면 뭐, 네가 찾기라도 하게?"


"..."


"대답이 없어, 븅신 장애인 새끼가."


"..."


허연 연기가 집쪽으로 이동하는게 보인 서현은 더는 참지 못하고 문을 창문을 열어재꼈다.


"저기요!"


"...?!"


"여기 금연장소거든요?"


두 남자는 잠시동안 서현의 얼굴을 보고서는 깜짝 놀라 담배를 끈 후 카메라로 찍어대기 시작했지만, 서현은 이미 창문을 닫았다.


두 남자는 다시 출입문을 두들겼다.


"서현씨, 윤서현씨 맞죠? 얼굴 보니까 딱 맞네! 얼른 나오세요! 인터뷰 한번 하자니까요!"


서현은 밖에서 들리는 함성에 가까운 소리와 함께하는 문 두들기는 소리에 미칠것 같았다. 가만히 있으면 갈 줄 알았지만, 20분이 지나서도 마당밖을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서현, 갔다오겠다."


은폐장을 킨 레이스와 팬텀이 그들을 처리하려 했지만, 그렇다고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그들을 말린 서현은 저 밖에 서 있는 남자를 쫓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아으... 이를 어쩌지..."


그러던 사이, 집 뒷문으로 누군가가 다시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에키드나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식칼 여러개를 띄우고서는 뒷문으로 나섰지만, 그 앞에 서있던 것은 시라유리였다.


"..."


에키드나는 심호흡을 하고서는 문을 열어줬다.


"여긴 왜 온거야. 쟤네랑 한 편이야?"


"전혀요."


"...?! 시라유리? 여긴 어떻게 들어온거야? 아빠가 장치 켜놨을텐데?"


"닥터가 조금 도와줬어요."


시라유리는 리모컨 같아보이는 장치를 흔들었다.


"그나저나, 역시나 군쪽에서 사람을 보냈군요?"


"그러게 말야...미치겠네 정말..."


"시라유리, 무슨 방법 없어?"


"제가 알려드린 방법은 안쓰신 건가요?"


"...아아!"


서현은 오후에 시라유리가 귓속말로 알려준 방법이 기억나 주먹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감탄하였지만, 시라유리가 이미 행동으로 나섰다.


그녀는 서현을 제외한 모두를 방에 숨어있으라 하곤 품속에서 휴대폰을 꺼내고서는 녹화를 시작한 후 출입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두 남자가 집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드디어 만났습니다! 윤서현씨! 만나서 영광입니다! 오오, 여기가 집이시군요! 으리으리하네요!"


그렇게 집안에 카메라를 돌리며 미친듯이 촬영하던 기자를 시라유리는 말없이 똑같이 녹화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영상을 찍던 기자와 카메라는 마침내 시라유리와 마주쳤다. 그녀가 휴대폰을 들고 그들을 찍고 있는 것도 함께 파악했다.


"..."


"여기 허락도 안받고 찍고 나돌아 다닌다구요?"


"...인터뷰만 하러 온 겁니다. 저희는 왜 찍으시는 겁니까?" 


"글쎄요? 아저씨들이 찍어서, 우린 찍으면 안되는 건가요? 서현이 집인데?"


"...저희는 국군 TV 기잡니다. 그러니까 카메라 내리세요!"


시라유리는 담담하게 영상 녹화와 나래이션을 이어나갔다.


"현재 불법적으로 타인의 집에 침입하여 허가하지 않은 영상녹화를 하고 계신데, 심정이 어떠신가요? 주거침입죄와 사생활 침해죄로 징역과 벌금을 물 수도 있는데, 심정이 어떠신가요? 현재 23분동안 남의 집 앞에서 고성방가로 사람 피곤하게 만들고선 인터뷰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데 양심어 가책은 못 느끼시는건가요?"


"..."


"서현아, 경찰에 신고하자."


"으, 응? 아아아알았어..."


"죄, 죄송합니다! 저희가 실례를 무릎섰습니다!"


두 남자는 상황이 완전히 뒤집혀진 것을 인식하고, 사과하였다. 하지만, 결말은 신분검사전까지 구치소에 수감되고, 시라유리가 올린 영상으로 커뮤니티에서 조리돌림의 대상, 9시 뉴스에서는 첫번째 소식으로 박제까지 되었다.


시간을 돌려, 경찰이 집앞에 도착하여 두 남자를 체포해 갔을때, 집 앞에서는 시라유리와 서현이 서 있었다.


"이야... 효과 한번 끌내주네."


"군이 제일 싫어하는게 미디어와 언론공개니까 그걸 이용하라고 했는데... 그새 까먹은 건가요?"


"아니... 갑자기 쳐들어오니까 나도 버벅인거지..."


"하아, 내일 금요일이죠?"


"뭐... 어디보자, 응. 금요일 맞네."


"내일 또 군에서 사람이 올 것 같으니까, 그땐 잘 대처해요. 가급적이면 동아리 시간에 왔으면 좋겠다마는..."


시라유리는 미간을 주무르다가 뭐가 생각났는지 다시 서현을 돌아봤다.


"아 참, 엘리 있죠?"


"...있지, 왜?"


"언제 한번 민속촌 가자면서요? 같이 가자구요. 저희도 시간 넉넉해서요."


"...응, 이번주 토요일이야."


"아침?"


"그래야겠지?"


"흐음, 알겠어요. 그럼."


시라유리는 그제서야 몸을 움직여 저 어두운 거리로 사라졌고, 서현도 집으로 들어가 조용한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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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한심하고 쓸모도 없고 애미애비도 싹다 뒤진 병신들!"


"..."


"그깟 애새끼 타일르는게 뭐가 어렵다고 그 지랄해서 우리 군을 전세계 놀림감으로 만들어? 군 위상을 얼마나 떨어뜨리려고 작정한거야!"


"..."


"이왕 끌려온거 열심히 하고 가지, 일도 좆같이 하고, 그 20년동안 부모한테 뭘 배운거야!"


"저... 장관님, 이 사람들은 아직 군대에 적응하지 못한 이등병이라-"


'뻐억!'


"끄아아악!"


"이등병?! 이등병이라캤나? 쒸빨 특수팀을 불러도 모자를 판에 이등병을 파견한다고? 씨발 정신줄 어디다 뒀어?!"


"조, 죄송합니다!"


"이번에 니가 직접 가서 그 새끼 데려와. 그러지 못하면, 네 대가리가 따일거다. 알았니?"


"아, 알겠습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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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시라유리는 서현의 집에 쳐들어왔던 군인들을 내쫓고 본부로 돌아왔는데, 모두들 심각한듯 턱을 괴고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음? 무슨 일이에요?"


"아, 시라유리구나. 일단들어와봐."


"..."


시라유리는 원래 그랬듯이 본부 안으로 들어오고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니키는 턱에 괴고있던 손을 허리로 내려보냈다.


"...스읍... 있잖아, 시라유리? 너 서현이 알지?"


"...? 무슨 소리에요. 당연히 알죠, 방금 전에도 만나고 왔는데."


"음... 그게 있잖아? 너, 버뮤다 팀이 뭔지 알아?"


"글쎄요? 어디, 버뮤다 삼각지대랑 비슷한 건가?"


"글쎄, 비슷하긴 하지. 이 광학미체 슈트도 그쪽에서 개발해 준거거든."


"그래서 버뮤다 팀이 뭔지는 안알려주실건가요?"


"우리도 잘 몰라요. 블랙리버 사 안에서도 밝혀진 건 수세기는 앞서나가는 기술력으로 초능력과 비슷한 기술을 가진 바이오로이드들을 개발하는 곳이라는 것 뿐이구요."


"...여기 사람들 모두 영양분 없는 정보를 별로 안 좋아하는거 아녔나요?"


"지금부터가 진짜거든, 언니? 그 팀 바이오로이드 중 하나가 바로 에키드나라는 거고, 그 버뮤다 팀 연구팀장이자 블랙리버 최고중요 연구원, 회사 서열 2위이며 앙헬 회장이랑 가장 가까운 사이인 윤춘득씨가 윤서현 아빠라는거야."


"...?!"


"놀랐지?! 우리도 깜짝 놀랐다니까?! 이야... 어떻게 저런 애 아빠가 그런 사람인지... 소름 돋는다, 야."


"...그 사실은 어떻게 얻은 거죠?"


"그건 쉬워. 그 분과 앙헬 회장님이 연락을 해주셨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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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080기관에게 알린다. 현재 블랙리버의 중요 인원인 윤춘득의 아들, 윤서현이 대한민국 국방부에- 


...야! 마이크를 왜 뺏어가냐고!"


"말 진짜 딱딱하게 하면서 알아듣길 바라냐? 잘봐! 나다 새끼들아! 지금 내 아들이 국방부에 찍혔거든? 영상은 내가 처리했으니까, 그 새끼들 허튼 짓 하면 우리한테 바로 알려라! 아들 이름은 서현이다! 그럼 PEACE!"


"새꺄! 마이크는 두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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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음성녹음을 다시 듣고는 뻘쭘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진짜 회장님이랑 성격이 정반대네..."


"...그래서 저런 고 위험 바이오로이드를 자유자제로 다루는 거였군요..."


시라유리는 그제서야 이해되지 않던 퍼즐들이 맞춰졌고 처음 맞이한 서현의 아빠의 얼굴을 시라유리는 계속해서 말없이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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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중에서 마지막으로 학교를 가는 날인 금요일은 무조건 동아리 활동이 연속으로 끼여 있는 날이다. 학교에서 다니는 시간 중 절반 가까운 시간을 동아리 활동에 써야 했다. 그렇게 긴 시간임에도 불구, 서현의 동아리는 계속해서 바쁘게 돌아갔다. 처리해야 할 동아리 입단 신청서가 하루 동안에도 꽤 많이 쌓였기 때문이다. 무릎 높이까지 올라온 종이 서류들을 확인해보면 한 사람의 신청서가 10~20장씩이루어져 있으니 하나를 처리해도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됬다.


"선배! 10명 추렸어요!"


"그래? 여기도 10명 추렸어!"


총 207명 중 20명까지 완전히 추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회장과 시라유리의 마음에 드는 대원들을 추려 입단 합격문자를 돌리면 끝나는 일이었지만, 시라유리는 일관적이었다.


"탈락, 탈락... 이것도 탈락."


"에? 20명 전부 탈락이라구요?"


"이유 없는 탈락은 없지. 여길 봐봐."


시라유리는 하나하나 요목조목 따져가며 탈락사유를 정당하게 설명했다.


"여러분들이 뽑은 20명중 4명은 지원금을 훔쳐 전 동아리에서 퇴출, 8명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실질적인 알맹이 활동은 하지도 않았으며, 6명은 단지 이제 많아질 외부활동으로 학교를 빠져나올 계획이 있는데다, 2명은 여기에 상관도 없는 물리, 코딩 동아리에서 전입하려는 애들이잖아요."


"...다 맞는 말이라서 뭐라 할 말이 없네."


"그냥 이대로가 괜찮지. 뭐하러 대원을 더 뽑아?"


"...그래, 그냥 이렇게 계속 가는게 낫겠다. 그치?"


"그럼요. 선배가 좋은거면 저도 좋아요."


"...너 전 성격으로 돌아간거 아니지?"


"장난 한번 쳐보고 싶었어요. 헤헷!"


"뭐, 그럼 안내 펫말이라도 달아놔야겠네. ...어? 벌써 시간 다 됐네. 다들 먼저 들어가, 난 펫말 달고 여기 정리하고 갈테니까."


"저희도 정리 도울게요! 선배, 이거 다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는거죠?"


"음... 그건 밖에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곳에 버려야겠는데?"


"알겠습니다!"


한 남학생이 그렇게 탈락 처리된 신청서들을 들고 문을 열자


한 군인이 문앞에 말없이 서있었다.


"으악!"


'쿵!'


"어이구, 괜찮니?"


검은 제복과 함께 가슴에 달린 수많은 장식들은 그자가 꽤 높은 인물임을 드러냈다.


"...ㅈ, 죄송합니다!"


"아, 아냐! 어디 다친 곳은 없니?"


그 자는 꽤나 인간적인 모습이긴 했지만 전에 있던 일로 서현과 시라유리는 일단 눈산이 찌뿌러졌다.


"저기, 다들 열심히 하는것 같구나. 그런데, 미안하지만, 잠시 윤서현 학생 빼고 다들 나가줄 수있나?"


""...""


서현은 역시나라는 생각과 함께 한숨을 쉬었다.


"선배..."


"난 괜찮으니까 다들 먼저 들어가봐. 다음주에 보자."


그렇게 학생들이 나가고, 방 안에는 서현, 시라유리, 그리고 그 군인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학생은 안나가?"


"제가 부회장이라서요. 아직 일이 남아서."


"...밖에서 기다려주겠나?"


"시라유리한테 왜그러세요. 시라유리 내보내면 저도 나가겠습니다."


"..."


군인인 입을 꾹 닫고는, 천천히 문을 닫았다.


'...철크덕.'


이제 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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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뇌절글 30화까지 끌고와서 미안하고, 항상 재밌다고 해주는 라붕이들 고마어!


+) 이번엔 주말이 바빠져서 글쓰기 힘들거 같아... 그래도 31화는 꼭 일요일까지 올리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