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새벽. 오르카호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절망에 빠진채로 자기 구역에 처박혀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다.


다만 딱 한곳은 불을 켜고 열심히 작업중이었다.


그렇다. 파이의 제안을 받고 열심히 일중인 미호였다.


낮엔 저 가증스러운 바이오로이드들이 활동하고 홍련이라는 빌어먹을 개체가 자꾸 걱정이랍시고 찾아와서 도저히 작업을 할수 없기에 


미호 스스로 깊은 새벽을 골라 작업을 할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에 따라 우윳빛처럼 희고 고운 피부는 푸석푸석해지고 눈밑엔 검은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며칠째 낮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경계를 서고 밤중엔 사령관실을 원상복구 하느라 미호의 체력은 바닥이었다.


벽에 그려진 낙서도 많이 지웠지만 유성 매직이라던가 구석구석까지 낙서를 해놓은 빌어처먹을 자식들때문에 다 했다 싶어도 


구석구석에 낙서를 찾아내는건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무리 사령관혼자 살았다지만 엄연히 인간이 쓰던방이었다. 결단코 작을리가 없다. 업무용 공간과 취침실, 그리고 샤워실과 드레스룸까지. 결코 좁지 않았다.


물론 그 드레스룸엔 옷걸이만 그득할뿐 옷가지가 몇번 걸린적도 없었다.


사령관의 정복과 제복은 그 빌어먹을 인간이 합류하고 사령관직을 거의 강탈하듯이 가져간뒤로 자신이 사랑했던 아니 지금도 사랑하지만, 그는 거의 단벌로 지내야 했고 옷은 배틀메이드에게 부탁해야 했지만 갈아입을 옷이 없어 샤워실에서 빨아입었다.


"..크흡.. 사령관..."


자신의 처지와 사령관이 고통받은걸 생각하니 눈물이 났지만 한순간도 쉴틈이 없었다. 파이와 약속한 기간은 2일, 48시간뿐이었지만 


벌써 파이와 헤어지고 돌아와서 새벽이었다. 


펙스의 건물에서 나왔을때가 오후 4시쯤이었고 지금은 새벽4시가 조금 넘은시간이었다. 벌써 12시간이 지났지만 벽에 낙서를 겨우 다 정리해갈 무렵이었다.


천만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벽이 파손된곳은 없었다. 다만 조금 파손된곳은 천장의 석고텍스가 반절정도 부서져있던것.


너덜너덜하게 매달려있는 텍스는 을씨년스러웠고 그 틈사이로 보이는 천장은 흉물스럽기 그지 없었다.


분명히 석고텍스는 자재창고쪽에 있을거였다.


불굴의 마리..아니지 다리 벌리는것밖에 못하는 마리년이 속죄랍시고 들어가 자리잡고는 바닷속에 빠져 죽었다지? 멍청한년.


하여튼 그 스틸라인이 짱박혀있는곳에 아마 있을거였다. 


하지만 미호는 출발하려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아무리 마리가 죽었어도 현 오르카에서 가장 많은 병력이 살아남아있는 스틸라인이 거주지역으로 삼고있는곳이었다.


체력도 떨어진 미호의 잠입술로는 절대 무리였다.


다른 팀과는 달리 태생이 군인. 평화로운곳에 있어도 아무리 좌절해도 군인이었다.


그들 사이를 파고 들어가 텍스를 적어도 두 묶음 이상은 가져와야 할건데 그건 무리였다.


미호는 자리에 주저 앉아 손톱을 몇번 물어뜯고는 뭔가 생각난것처럼 천장을 전부 뜯어버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뭔가 있어선 안될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작은 전자기기 그리고 렌즈와 옆에서 희미하게 점등하는 빨간빛.


"..찾았다.."


미호는 그 작은 전자기기를 살짝 조작해 버튼을 누르고 입을 떼었다.


"파이님. 찾았습니다."


-치직.-


'어머나, 제 뜻을 알아차리다니 똑똑하네요.'


"..당연하죠. 이 쓰레기통에서 회장님의 방을 고쳐놔라. 그것도 원상복귀로, 그렇다면 파손된곳을 다 거둬내야 할테고 그 안에 뭔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자만하지마시죠. 손쉬운 일이니까.'


통신기의 반대편에서 바로 싸늘한 목소리에 미호는 바로 주춤하곤 다시 입을 떼었다.


"다음은 어떤임무인가요."


'음~ 글쎄요? 뭘 하고 싶죠?'


뭘하고 싶냐. 그 말은 미호에게 너무나도 달콤했다. 이 쓰레기통만도 못한 오르카호에 죽이고 싶은대상이 한둘이었는가.


특히 그 여자. 


과거에 자신이 엄마라고 부르고 그만큼 친하게 지냈던 믿고 따랐던


하지만 자신의 등에 칼을 찌른 그여자. 그년


'뭘 해야 할지는 알고 있겠죠. 미호?'


"..언제까지 하면되죠?"


'글쎄요. 얼추 35시간쯤 남은거 같은데요. 당신의 소원을 이루는데는 5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가능합니다."


'그럼 소원을 이루고 보자구요.'


파이는 할말은 다 했다는듯이 통신기를 끊어버렸고 미호는 통신기를 주머니에 소중하게 집어넣고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크..크크...킥킥.. 이제야..이제야.. 이제야 죽일수 있어. 이제야 죽일수 있어. 죽일수 있..죽..죽일수 있..죽여버릴거야-!"


순진하고 착하고 아름다웠던 미호의 얼굴은 


광기에 물들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가리며 기쁜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방 한켠에 세워두었던 자신의 총을 들고는 문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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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랫만입니다.ㅜ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