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7430906

2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7855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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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유미를 빨리 수복실로 데려가! 그리고 의학 지식이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전부 동원시켜줘!"


"네! 빨리 불러오겠습니다!"


"이런 세상에..."


"유미씨! 정신 차려요! 유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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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상한 꿈을 꿨다. 악몽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기묘한 꿈이였다.


아무 것도 없는 검은 공간에 나 혼자 서 있는 것으로 시작해서, 주변을 둘러보면 단 두 군데만이 존재했다. 빛줄기 하나라고는 보이지 않는 끝이 없는 나락 구덩이와, 앞에 무엇이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굉장히 밝은 빛줄기들이 비쳐지는 무언가의 입구. 그 두 공간 말고 또 무엇이 있는지, 여길 벗어날 출구가 있는지 암흑 공간 안을 정처없이 떠돌아다녀봤지만, 위도 아래도 왼쪽도 오른쪽도 전부 이어져 끝이 없는 이 공간 안에 저 둘 말고 다른 공간이 있지는 않았다.


그저 주저 앉아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을 때 내 눈 앞에 나타난건 뭔가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어느 광원 하나였다. 그 광원은 내 주의를 한번 빙 둘러 감싸고는, 서서히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나마 눈 앞에서 무언가 반응을 보이는 이 광원을 홀린 듯이 따라가게 되었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어느샌가 멀어져 보이지 않았던 빛이 가득한 출구 하나였다. 기묘하게도, 뒤를 돌아보니 그 나락 구덩이도 같이 따라와있었다.


그 광원은 빛이 보이는 출구를 항해 움직이고 있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곳으로 발을 서서히 옮겼다. 그렇게 출구에 닿을 때 쯔음에, 뒷편에서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 세요... 정신 차려요! 유미씨!'


그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니, 눈 앞의 출구에 보였던 빛이 순식간에 걷혀있었다. 출구로 나를 안내하던 광원도 어느샌가 붉은 빛을 띄면서 나를 묶어댔고, 빛이 걷힌 출구 안의 풍경은...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대단히 황량하고 음산해보이는 공간이였다.


그렇게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광원에 의해 출구 안으로 빨려들어갈 찰나에, 뒷퍈의 구덩이에서 손들이 뻗어나와 광원들을 쳐냈다. 일견 기괴해보이기도 하는 이 손들은 포박에서 풀려나게 된 나를 살포시 감싸며 구덩이로 끌어갔다. 그렇게 구덩이 안으로 빨려들어 갈 찰나, 불길하게 보였던 그 구덩이가 외려 찬란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잠시 동안의 빛이 사라진 구덩이 안에는 오르카 호의 풍경이 아주 잠깐 비쳐졌다. 아주 짧은 그 풍경을 목격했을 때는, 나는 이미 꿈에서 깨어나 있었던 상황이다.


"...?"


잠깐 눈이 흐릿한 사이 팔을 움직여보니, 무언가 철컹하고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팔목에 무언가가 묶여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흐릿한 시야가 조금씩 돌아왔고, 멀쩡해진 시야에서 비쳐진건 링거가 연결된 채로 내 팔목에 박혀있는 주삿바늘이였다.


"하아... 그랬었지..."


아까 꾸었던 기묘한 꿈의 내용이 대충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일주일 동안이나 온갖 방법을 써대면서 악몽을 피해기 위해 잠을 자지않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극심한 두통과 함께 시야가 하얘지기 시작했다. 그쯤에서 나는 의식을 잃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 수복실에 입원해있었다. 나는, 방금 전 죽음을 겪을 뻔했던 것이다.


"... 굳이 왜..."


이지경이 됐는데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라곤 참 형편없기 그지없다. 그냥 그 때 죽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건지, 아니면 더 이상 내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가 힘든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너무 괴로운걸. 나 하나 살리자고 고생했을 다른 사람들이 눈에 밟히지만, 그럼에도 결국 그 때 죽었으면 모두 편하지 않았을까라는 극에 달한 자기혐오가 아직도 머릿 속에 깔려있다.


똑똑.


"히익...!"


타이밍이 귀신 같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그냥 내가 괜히 찔렸던건지는 몰라도 갑작스럽게 들리는 노크 소리에 나도 모르게 움찔해버렸다.


"나 사령관이야. 들어가도 될까?"


"아? 아, 네... 들어오셔도 좋아요..."


"그럼 들어갈게."


노크 소리의 주인이 사령관이라고 하니 경계심만큼은 조금 풀어지는 듯한 느낌.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방금전까지 한심한 생각이나 하고 있던 것이 마음에 걸려 여전히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사령관을 맞이했다.


아니나다를까, 사령관과 나 사이에 오가는건 누군가 본다면 아무나 입이라도 떼주길 바랄만큼 소름끼치는 적막. 동시에 행여나 내가 일으킨 소동 때문에 화가 나진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이리저리 굴려대는 내 시선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왠지 입이 떼지질 않는다. 어째선지 사령관도 불안한듯 시선을 조금씩 돌리는데, 그 이유가 뭘까. 궁금하고, 또 불안한 나머지 결국 적막을 깨기 위한 첫마디는 내가 뱉어보기로 결심하며 어렵사리 입을 떼어봤다.


"... 혹시, 화나셨나요...?"


"...?! 아니? 왜?"


"그냥, 그... 제가 민폐를 끼쳐서..."


"... 민폐라... 후우..."


뭔가 크게 고민하는 듯 크게 한숨을 쉬며 잠시 의자에 기대듯이 자세를 취하는 사령관. 정말로 화가 난걸까? 그 모습을 불안한 듯 쳐다보다 죄송하다는 말이라도 떼어보려는 찰나, 다시 자세를 교쳐앉은 사령관을 보며 의식적으로 움츠러들며 이야기를 들을 채비를 갖췄다.


"... 민폐, 라기보다도. 나는 그냥 궁금한게 있었는데."


"ㄴ, 네...?"


"아니 그... 탓하려는건 아니고. 다 시원하게 털어놔도, 너를 탓할 사람은 적어도 여기엔 없는데. 너무 힘든 선택만 하고 있는게 혹시 아직 우릴 믿기가 힘들었던건가? 하고... 좀 고민을 했었거든."


"... 아, 그, 그건, 그..."


예상치도 못한 질문이라 느낀 것이, 나는 외려 사령관을 믿고 있다. 그러니 오메가 세력에게서 벗어난다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다. 굉장히 믿고 있고 또 새로운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런건 나 혼자 짊어지고 부담해야한다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남이 보기에 내가 남을 못 믿어서 그러는 것이라 그럴거라 비쳐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 너무 부담스러우면 말 안해줘도 돼."


"... 아니에요. 믿지 못하는게 아니에요."


"정말로?"


"못 믿을리가 없어요. 사령관님도, 여기 계시는 분들 모두. 모두 친절하고 상냥하시니까요. 이렇게 미련하고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저한테도..."


나로 인해 그들에게 지워진 흔적이 매우 많다. 오롯이 나만 기억하고 있을, 허나 그들에겐 보이지 않을 그 흔적들. 그렇게 지워진 흔적들은 내 기억 한구석에 남는 흉터로 변질되고, 덧붙여 나를 못 믿을 사람으로 만드는 낙인이 되어간다. 언제라도 벗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결국 그 선택을 계속해서 미뤘던건 내가 아닌지. 항상 그렇게 생각해왔고, 그래서 나를 깎아내리는 자세가 기본이 되어갔다. 명색이 커넥터인데, 정작 내가 하는 일은 연결은 커녕 있는 연결고리도 부숴먹는 역할이니.


"왜 항상 너를 못 믿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오메가 세력 출신이라고 해코지를 할 것도 아닌데..."


"... 그치만, 배신자잖아요."


"... 흐으음..."


"무슨 이유가 있어도... 다들 용서해주고 넘어가도 저는 그런걸요. 의지해줘도 괜찮다고들 해도, 그럴 염치도 안되는거잖아요. 제가 어떻게..."


결국 이렇게 한탄하고, 떠나버린 사람들과 떠나버린 곳에 얽매여 혼자서 힘들어하기만 해서는 무언가 변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단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것을 거부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도 크게 남아있는 죄의식의 한켠에, 그들의 품 안으로 안기는 것이 의지라는 영역보다는 침범일 뿐이고 다시금 해를 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가 있었기에. 더군다나 떠나가버린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아닌 그저 내 이기심일 뿐이라 생각했기에. 결국 그렇게 끌어안고 혼자 버틴 것도 좋은 결과로 끝나진 않은 듯하지만.


"... 잠깐만."


뭔가 크게 결심한 듯, 사령관이 나지막히 한마디를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갑작스럽게 나를 껴안았다. 영문을 몰라 당황하던 순간에도 사령관은 말 없이 수십초 정도를 가볍게 껴안고 있었고, 그 수십초 안의 급격하게 편안해진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휩쓸리며 조용이 사령관의 품 안에서 잠깐동안 눈을 감았다 떴다.


"... 핫...!"


"뭔가 이런게 싫은건가? 했는데 그건 또 아니였나보네, 다행이다. 하하..."


"가, 갑자기 그건 왜..."


무겁기 짝이 없는 분위기가 조금은 풀리는게 느껴지면서도, 도대체 이게 뭐지하는 느낌에 어버버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 돌발행동의 의중이 뭔가 물으면서도 말 끝을 흐리며 시선만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더니 사령관이 다시 입을 뗐다.


"그냥 그... 아직도 혹시 날 못믿는건가? 싶어서 한번 껴안아봤거든. 혹시 내가 싫은건 아닌지... 그래도 뭔가 좀 편해보이더라고."


"아... 네?"


"너무 갑작스러웠다면 미안해."


"아, 아뇨... 저는 괜찮았어요..."


정말로. 나도 모르게 어딘가 편안한 느낌을 받았으니. 저번 주에 유미씨와 주고 받았던 이야기와 흐름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뭔가, 벗어나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단순히 내 고민을 털어놓고, 상대방이 공감해주는 것 그 이상으로 어딘가 굳어있는 분위기가 풀려있으니 생각은 여전히 뭔가를 이야기하는게 누가 될 것 같으면서도 내가 먼저 도망치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 근데 정말, 괜찮은건가요?"


"응? 뭐가?"


"저를 가족처럼 생각하신다는게..."


다른 바이오로이드들과 사령관이 항상 입에 마르고 닳도록하던 소리. 우리는 모두 가족이고 소중한 인연이라는 소리다. 아직도 믿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또 다시 의심하려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정말 이기적이지만, 뭔가 이 분위기에서 사령관에게 조금 더 다가가고 안기고 싶을 뿐이다.


"..."


또 다시 찾아 온 막간의 정적 후, 다시 한 번 사령관이 나를 살포시 감싸 안으며 입을 뗀다.


"나는 단 한번도 네가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적어도 네가 네 의지로 오르카호에 무사히 들어와 준 순간부터는."


"... 사령관님..."


"여러번 물어봤던 것 같지만 합류할 때도 전부 지켜봤으니 말인데... 아직도 그 일 때문에 많이 힘들지?"


"... 눈을 감으면 그 참상이 아직도 아른거려요. 그래서 잠을 자기가 싫어서... 억지로 버텼더니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그랬구나. 어쩐지..."


"전 정말, 솔직히... 솔직히 내심 위로받고 싶단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까지 버틴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도 했었는데... 떠나가버린 사람들에게 너무 이기적인 처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항상 저 혼자 짊어질 일이라고, 그냥 다 털어놓으라고 해도 어느순간 도망쳐버리고는 했는데..."


"... 그랬었지. 그래. 그랬었구나..."


"... 흐끅, 그런데도... 결국, 흑, 이렇게 되어버려서..."


그저 진작에 도망치지 않았으면 될 것을, 객기 부리면서까지 혼자가 되려고 한 것이 또 화근이 되어 다급하게 뛰어와 고생했을 다른 사람들이 떠오르는 것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언제나 내 결심과 내 행동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생각에 사무치는 한탄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느낌. 원래도 눈물이 헤픈 나는 지금도 다시금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는... 아무리 가족이고 모든걸 나눈 사이라고 해도,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고 생각해. 그래서 네가 무슨 처지에 놓여있는지를 어느정도 알고는 있어도, 너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서... 그냥 공감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던 것 같아."


"정말, 정말 괜찮아요. 그래도 충분했어요..."


"구구절절 서론만 늘여놨지만 어쨌든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니까. 그니까 내 말은... 네가 너의 과거를 힘들어하고 떠나간 사람들을 기억하고 짊어지려는건 알아. 그래도, 네가 다시 그 과거로 돌아가서 뭔가를 바꿀 수는 없는거잖아."


"... 사령관님..."


"과거는 이미 일어난 일이고, 미래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결국 어느 쪽이든 신경쓰면서 두려워하다가는, 더 중요할 수 있는 지금을 놓칠 수도 있는거라고. 그래서 결국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에만 신경쓰고 지금을 잡고 있는거라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해."


"..."


"... 미안, 조금만 더... 이야기 해봐도 될까?"


"... 네? 그, 저는 괜찮은데..."


아무 말 없이, 그저 사령관이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를 귀를 통해 머리로 새겨넣느라고 찌푸린 얼굴이 사령관에게 묘하게 신경쓰였던 모양일까. 조금 더 표정관리에 신경을 쓰는 순간에 사령관은 다시 조언을 이어나갔다.


"그럼, 아무튼... 네가 맞이하고 있는 지금은, 네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고. 또 언제라도 네가 위험에 처한다면 너의 과거를 안 좋게 봐서 방관하기보단 이제 소중한 인연이라는 생각에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 줄 사람들이 더 많다고 보거든. 우린 이미 가족이라고, 우리는 항상 그렇게 말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


"그냥... 그래줬으면 좋겠어. 네가 떠나간 사람들을 잊지마. 말 그대로야. 잊지는 말고, 얽매이지는 마. 떠난 사람들이 네가 어떻게 되길 바라는지는 너도 나도 몰라. 그러니 그 사람들이 어떤걸 바라네, 하는건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네가 부정적인 기억에 얽매이고 매몰되서는 안되는거야."


"... 어째서, 일까요...?"


"결국, 산 사람은 살아야만 하니까. 그리고 또... 우리도 네가 그렇게 떠나간 사람으로 남게 되는걸 보는게 싫어서."


"... 사령관님은, 항상 제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네요..."


"뭐... 내가 확실히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긴 한데, 하하."


"아니지, 아니에요. 사령관님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친절하고, 상냥하시고.."


"... 뭔가 낮뜨거운데?"


"그래도, 그래도..."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말을 이어가다보니, 결국 목이 메여 말을 끝맺지를 못하고 있었다. 사무치게 슬프고 괴로워서는 아니고, 그저 마음에 낀 응어리가 마침내 녹아내리는 것 같은 느낌에 기쁜 것이 더 크지만.


"... 좀, 좀 더... 울어도, 될까요?"


"물론이지."


"... 흑, 흐끅, 흑, 흐으아, 흐아아아앙...!"


내가 하는 것에 달린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어떻게 하던지에 따라, 지금 당장은 위로받고 마음 한 켠의 벽이 사라진 것에 대해 기쁨을 느끼고 있더라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버릴 수도 있다. 한심하게도, 지금도 자신 없고 불안하다. 그래도, 그들에게 내가 떠나도 괜찮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 과거를 기억하더라도, 과거에 쫒기고 고통받지 않을 방법을 사령관 덕분에 드디어 깨달았다는 것. 여러 복잡한 감정이 오간 끝에, 나는 사령관이 부탁한 것들이 어렵더라도 힘들지는 않으리라. 그렇게 믿기로 했다. 붙잡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얽매이지 않고서도 기억하고 기록해줄 것. 그리고 내게 주어진 지금에서 열심히 살고 붙잡을 것. 이제 내가 새로이 기억하고 이어나갈 것들이 되리라.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나는, 잠이 드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 한참 울었더니, 다시 졸려졌어요. 사령관님..."


"흐음... 그럼 오늘은 옆에서 같이 있어줄게. 다른 애들한테 연락해둘테니까."


"... 후후, 고마워요."


어느샌가 중천에 뜬 보름달을 잠깐 보고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힌 악몽을 꾸지 않으리라는 확신과 함께 편안히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