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쓴 사령관_1화

매크로 쓴 사령관_2화

매크로 쓴 사령관_3화

매크로 쓴 사령관_4화

매크로 쓴 사령관_5화

매크로 쓴 사령관_6화

매크로 쓴 사령관_7화

매크로 쓴 사령관_8화

매크로 쓴 사령관_9화

매크로 쓴 사령관_10화

매크로 쓴 사령관_11화


“저기, 못생긴. 아니, 잘생긴 인간님~ 알비스는 지금 임무 수행 중인데…”


“에이, 괜찮아. 괜찮아~ 이게 다 우리 알비스 자알~ 되라고 하는 소리니까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그치만 레오나 대장님이…”


씁-!


수풀 속에 숨어 이쪽을 지켜보던 햄스터를 낚아채 절찬 파티에 영입. 드라코 대신이긴 하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지.


“언니.”


“불렀나요?”


금란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 바닐라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총구를 들어 올린다. 곁에서 와이어를 잡아챈 장화 역시 한 발짝 앞으로 나서는데.


“하-! 간덩이 부은 놈이 명을 재촉하네. 소리 안 들리냐? 너보다 몇 배는 큰 놈이야.”


“알겠으니까 뒤로 가서 인간을 지켜요. 또 아까처럼 딴 곳으로 샌다면 책임을 묻겠어요.”


“야, 씨! 말은 바로 해야지! 저 인간이 혼자 멀뚱거리다 길 잃어버린 걸 왜 내 탓을 해?!”


우리 햄스터랑 노는 사이에 또 저만치 앞서갔네, 쟤네들.


…또 길 잃어버리면 혼나니까 빨리 따라가자.


***


“데자뷰?”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화이트 쉘에 탑승한 코코. 다짜고짜 내 앞에 나타난 녀석은 그 거구를 가까이 대며 부탁 아닌 부탁을 해온다.


아니, 가까운데. 로봇 좋아하는 건 맞지만 페이스 투 페이스는 너랑 하기 싫었어.


『부탁이 있어요, 못생긴 인간님!』


“너희들 짰지? 짠 거지? 사실은 정기적으로 연락 주고받지?”


『마리 대장님이 위험해요!』


방금 막 내 자존감도 위험해졌어.


***


프레데터를 유인해 사라진 마리와 그런 그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코코.


…라는 내용이 본래의 스토리겠지.


하지만 그런 설정을 냅다 팽개치고 혼자서 프레데터를 때려잡는 마리가, 훨씬 나중인 리오보로스의 유산 스테이지에서 위험에 처한다?


“이것도 매크로가 원인인가?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다.”


한숨이 절로 나오네.


“저기… 인간님 괜찮아? 얼굴색이 찌그러졌어.”


“그럴 땐 어둡다고 해줘.”


일단 짜잘한 건 뒤로 미루자고.


“코코. 혹시 마리와 싸우는… 그 뭐냐. AGS의 외형이 커다란 까마귀 같지 않았어?”


『어, 어떻게 알았어?!』


역시나.


***


마리 앞에 나타난 로크라는 AGS. 시설의 평범한 가디언이라 생각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막강한 그 힘 앞에 일행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보아하니 전투용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도 앞을 고수하는 건 전사로서의 마음가짐인가? 아니면-』


좁은 공간에서의 화망조차 로크에겐 조금의 장애물도 되지 않는다. 손쉽게 빠져나간 그는 오히려 이쪽의 빈틈을 노려 마리의 친위대마저 차례차례 무릎 꿇리기까지 하는데.


『우둔한 것. 죽을 장소를 찾아왔나.』


“크윽-!”


일순 사라졌다 생각한 놈의 발톱이 마리의 몸을 짓누른다. 재빨리 양손을 뻗어 막아보지만, 무게까지 실은 힘엔 저항할 수가 없는데.


『대적할 가치도 없다.』


***


의욕이 나질 않는다.


내밀은 손에선 힘이 빠져 육중한 칼날이 점점 눈앞으로 다가온다. 이대로 포기한다면 자신은 편해질 수 있는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사령관이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을 때.


이대로 가다간 자신들의 운명은 내리막길뿐이라 생각했었다. 때문에,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섰다.


【희망을 준 건 당신입니다. 하지만… 희망을 빼앗은 것도 당신이죠.】


단순한 보상심리였을까.


멸망 전부터 살아남은 바이오로이드라 하기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다시 돌아온 당신을 봤을 때… 솔직히 기뻤습니다. 동시에 망설이기도 했죠.】


돌아갈 자격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차라리 레오나처럼 오르카 호에 눌러앉아 착실히 단계를 밟아가는 게 나았던 걸까.


【그것도 이젠, 부질없지.】


저항을 포기한 그녀가 팔에 준 힘을 푼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음성이 동공을 울리는데.


“중2병 대사를 텍스트로 읽는 거랑 실제로 듣는 것에 이다지도 차이가 클 줄이야.”


결심이 흔들려간다.


***


『누추한 분이 귀하신 곳엔 어쩐 일로?』


“…야, 저거 반대 아냐?”


잘못 말한 거겠지? 하이테크놀러지 로봇이니까 인간처럼 말실수도 하고 그러겠지?


“안 좋군요. 관찰력이 보통이 아니에요.”


“에엣?! 알비스, 생각을 읽혀버렸어-!”


“깡통 주제에 보는 눈은 있네. 그래 봤자 터트려버리면 그만이지만.”


결심했다.


이 싸움이 끝나면 로봇이란 로봇은 모두 철충한테 던져줘야지.


『방해할 셈입니까? 그렇다면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이쪽이 끝나는 대로-』


“네 친구의 안식을 도와줄게.”


『…』


좋아, 먹혀들었어.


『개소리.』


…아닌가?


***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말을 믿을 근거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또 그놈의 근거를 요구하네.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당신들은 제 발밑의 바이오로이드 암컷을 구출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당도했다. 하지만 예상외의 적에게 당황해…』


로크의 안광이 붉게 물든다.


『비겁한 속임수를 구가하고 있다.』


…새끼, 소설 좀 쓰는데? 바닐라랑 잘 맞겠어, 아주.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보험을 준비했다고.


***


『제 말이 틀렸다면-』


“우선 마리가 가져온 저거… 에너지 컨덴서라고 별로 도움되는 건 아니거든?”


눈앞의 인간은 막무가내로 주저리 입을 연다. 전투태세에 돌입한 자신의 모습에 요만큼의 두려움조차 느끼지 않는 모양.


“뭐, 저걸 왜 가져왔는지는 제쳐두고. 너 혼자서는 불가능할 거 아냐?”


『그렇다 하더라도 빈약한 당신에게 맡기기엔 불합리한 요소가 많습니다. 아무것이라도 좋으니 제가 신뢰할 만한 점을 하나쯤은 제시해보시죠?』


여기까지 오니 조금은 궁금증이 생긴다. 대체 저 인간은 뭘 믿고 저리 자신만만한 걸까… 라고.


“믿을만한 건 없는데… 대신!”


그러더니 대뜸 자신의 옆에 선 붉은 머리 바이오로이드 암컷을 앞으로 내미는 인간.


“만약 실패하면 얘를 줄게.”


“너, 이 씨발-?! 애초부터 이럴 작정으로!”


입이 험한 녀석이 내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걸까. 마지막이다. 조금만 참고 견디자.


“얘 이름은 장화라고… 엠프레시스 하운드 소속이지. 어때, 이 정도면? 네 주인과도 잘~ 아는 사이지?”


『처음부터 말하지 그랬나.』


좋은 건수가 생겼다.


비축분이... 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