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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사랑하는 소녀. 언제나 건강미 넘치는 매력적인 그녀의 깜짝 변신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네요.

항상 거대한 외골격과 털털한 성격으로 숨기고 있어 몰랐지만, 그녀 역시 한 명의 소녀라는 사실. 코코와 후사르의 도움을 받아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려 몰래 숨겨두고 기른 머리를 땋으며, 평소엔 엄두도 못 낸 하늘하늘한 복장을 입으며. 그저 이상해 보이진 않을까 걱정하는 스파토이아의 모습은 정말 사랑에 빠진 소녀 그 자체였어요.


조금은 서툴렀지만, 당신과 호흡을 맞춰가는 즐거운 데이트. 떨리는 마음으로 함께 별밤을 바라보며 끓어 오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그녀의 고백. 오르카호의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는 사실을 듣고 그녀는 조금 창피해졌지만, 그래도 당신을 향한 감정을 오롯이 맞이한 그녀는 행복했어요.


이제는 그토록 사랑하던 별을 외롭게 올려다 보며, 당신과 함께 별자리를 찾던 그 아름답던 밤의 풍경, 쌀쌀한 날씨에 느껴지던 당신의 체온, 귓가를 울리는 당신의 숨소리와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까지. 이 모두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담아, 그녀는 오늘도 씩씩하게 외골격에 탑승합니다. 


슬퍼하는 것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잖아요. 그녀의 마음 속에 당신이 심어준 소녀의 마음을 애써 무시한 채, 그녀는 출격합니다. 당신과 함께 다시 한 번 멋진 데이트를 즐기는 날을 기대하며 말이죠. 힘내요, 스파토이아!





이게 아냐, 아니. 이것도 아냐. 에키드나는 아껴뒀던 부식 상자를 꺼내 주섬 주섬 맛보기 시작합니다. 이상하네요, 분명 그녀가 엄선해서 담아둔 음식들일텐데, 보존에 문제가 생긴걸까요? 도무지 전처럼 맛이 나질 않네요. 흥이 식어버린 그녀는 늘어져라 기지개를 펴며 오르카호 복도로 향합니다. 


이제는 비상 전력만이 간신히 가동중인 깜빡이는 오르카호의 복도. 그녀는 개의치 않고 평소처럼 식재료를 슬쩍 빼먹으려 조리실로 향합니다.

조리실 역시 발걸음이 끊긴지 오래인가 보네요, 구석 구석 먼지가 쌓인 모습이 어색합니다. 평소라면 싸늘한 표정으로 재료를 손질하고 있을 조리장도 없겠다, 몰래 창고를 열어보지만. 야채 몇개만 굴러 다닐 뿐. 그녀가 탐할만한 음식은 없어보입니다.


한숨을 쉬며 다시 방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주머니를 뒤져보니 누군가에게 받았던 사탕이 있네요. 심심한 입을 달래려 한 입. 놀랍게도 오늘 하루 종일 먹었던 그 어떤 음식보다 맛이있네요.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 그 사탕을 누구에게 받았는지 떠올리던 그녀는 애써 기억 저편으로 지워버린 채, 입 안의 달콤한 사탕의 맛을 느끼기로 합니다. 


평소라면 아그작- 씹어 삼켰을 조그만 사탕을 아쉽다는듯 천천히 녹여 먹으며. 애써 떠오르는 당신의 얼굴을 애써 무시하며. 그녀는 달콤한 사탕이 빨리 녹아 없어지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자신의 방에 다시 틀어박힙니다. 사탕이라면 얼마든지 가지고 있으니 다행이네요, 에키드나.





화 난거 아니죠? 밴시양. 네. 어디까지나, 감정 표현이 조금 서투룰 뿐이랍니다.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급강하, 그리고 폭격 임무에 특화 되어있어요. 어쩌면 가장 위험한 역할일지도 모르죠. 그렇기에, 그녀는 감정을 숨겨야만 했습니다. 두려움도, 공포도 사치에요. 전사 확률을 높힐 뿐이죠.


하지만, 그런 그녀의 감정의 벽을 부숴준 것은 다름 아닌 당신이였어요. 여전히 그녀는 이해하기 어려워 했으나, 당신에게서 전해지는 따뜻한 감정을 받아들이며 점차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죠. 어색하지만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웃어주는 당신의 모습.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런 말이 있죠, 애매한 관심은 철저한 무관심만 못하다. 이제야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당신을 잃고 절망이라는 감정을 알아버렸습니다. 식사를 할 때도, 임무에 나설 때도.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도. 당신이 없다는 슬픔 감정이 그녀를 옥죄여옵니다. 심지어, 직접 폭격 임무를 하는 순간마저 그녀는 당신을 떠올리게 되었네요. 그녀가 했던 표현대로, 비효율적이에요.


점점 부상이 늘고, 때로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간신히 복귀하게 된 그녀. 하지만 그녀는 당신을 원망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리울 뿐이에요, 자신을 보며 웃어주던 당신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을 뿐이에요. 아마도 그녀가 완전히 임무에 실패하는 순간에도.. 그녀는 그저 당신을 그리워 할 거에요. 




음. 그녀의 원래 임무는 정원을 관리하는 일이죠. 전시인 지금은 수복실에서 일하는 날이 더 길었지만, 당신의 배려로 오르카호 한 켠에 정원을 만들게 되었을 때,  밝고 순수한 미소로 기뻐하던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열심히 일하다 보니 이따금 이곳 저곳에 흙이 묻은 채 당신을 마주하는 일도 있었지만,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마저 너무나 사랑스럽네요.


애석하게도, 그녀가 관리해야 할 것은 더 이상 녹음이 우거진 정원이 아니에요. 수용 인원이 꽉 들어찬 수복실에서, 그녀는 꺼져가는 생명들을 붙들기 위해 눈 코뜰 새 없이 노력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걸 아시잖아요. 

최선을 다했음에도 지킬 수 없던 이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어요. 한 명의 희생이라도 막기 위해.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수복실에서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간신히 쉴 틈이 생겨 수복실 구석에 초라하게 앉은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당신과 있었던 일들을 떠올립니다. 잿빛으로 변해버린 세상에 한줄기 빛처럼 다가온 당신은 그녀의 세상에 물감이 되어 색을 칠해주었죠. 행복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잠시 눈을 붙인 그녀의 귀에 또 다시 비상 벨이 울립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녀는 오직 피의 색만이 남은 잿빛 세상에 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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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아이디어 떨어지면 해피엔딩 시작함


이벤트가 너무 달달해서 어두운 상상회로가 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