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벽마다 고양이가 우는 통에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엔 브라우니가 몰래 데려온 고양이라도 있나 싶었는데, 유독 새벽에만 소리가 들리는데다 내가 잠에서 깨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소리가 들리질 않는 등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오르카호 대원 중 누군가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 오늘 범인으로 의심되는 둘을 불러 각각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첫번째 용의자는 페로다. 고양이 소리가 나니까 고양이의 유전자와 관련된 대원을 부른 행동이 얄팍한 생각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 페로 왔구나. 이리로 와서 앉아. 홍차면 될까?"



"아니요,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주인님께.."


"괜찮으니까 앉아있어. 내가 부른건데 뭘. 그래서 홍차면 돼?"



"네, 감사합니다. 주인님"



"감사는 무슨, 조금만 기다려."

..



"향이 좋네요."



"다행이네. 입맛에 맞으면 좋을텐데."



"..주인님"



"응?"



"무슨 일로 부르신건가요."



" '무슨 일' 이라니?"



"주인님과 함께 차를 마시는 건 물론 행복한 일이긴 하지만, 단지 한가롭게 티타임을 갖기 위해 저를 불러 손수 차를 타주시진 않을 거라 생각해요."



과연 페로. 감이 좋고 영리한 아이다. 대놓고 물어봤는데 정말로 페로가 범인이었다면, 아마 페로가 그만둘 때까지 실마리는 찾지도 못하겠지. 우선 말을 돌려보자.



"별 건 아냐. 평소엔 일이 바빠서 애들 만나러 갈 시간도 없고, 그나마 보는 애들도 바로 주변에 있는 애들 뿐이잖아? 그래서 얼굴도 좀 볼 겸 한 명씩 불러서 얘기나 좀 나눠보려고."



"그러셨...나요."



방금 공백은 뭐였지? 좀 더 물어볼까.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혹시 바쁘던 중에 부른거면 하던 일 마무리하러 가도 괜찮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단지.."



"단지?"



"아니요. 역시 아무것도 아닙니다. 차 한 잔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무것도 아니라면 됐어. 홍차는.. 이런, 차가 좀 식었네. 잠시만 기다려."



저렇게까지 완고하게 나오는데 더 파고들어봤자 의심만 사겠어. 일단 면담부터 계속해보자.



"그래서. 요즘엔 별일 없어?"



"별일..이랄 건 딱히 없네요. 애초에 경호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별일이 생겨서 좋을 건 없지만요."



"하하, 그건 그렇지. 지내는 건 어때? 수면이든 식사든 아무거나."



"수면은.. 경호업무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충분히 자두고 있고, 식사도 입맛에 맞아요."



"다행이네, 애들이랑은 어때? 잘 지내고 있어?"



"대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럼 포이는?"



"윽"



포이. 이번에 복원된 컴패니언의 새 식구이자 페로의 프로토타입 기종. 그리고 내가 생각한 유력 용의자다. 물론 페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고, 그래서 페로도 같이 불렀지만,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포이의 성격상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놓고 물어보면 당연히 아니라고 할테니, 포이와 가장 가까운 페로에게 무슨 얘기라도 들어놓으면 심문에 도움이 되겠지.



"무슨 일 있구나."



"아뇨.."



"괜찮아. 어제 청소하면서 사령관실 내부에 있던 탈론페더의 물건은 전부 빼냈으니까. 이 안에서 생기는 일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아. 어떤 일이든 말이야."



"..."



"페로?"



"네, 주인님."



"말하고 싶지 않다면 그렇게 해도 돼. 하지만 혼자 문제를 안고 있기에는 앞으로도 지낼 날들이 많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고민은 길어질수록 해결하기도 어려워지니까. 



"..."



"물론 컴패니언 내에서 있는 일인 만큼 외부에 이야기하는 게 자매를 배신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는 건 이해해.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부외자잖아?"



"..! 그렇지는.."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사령관이기도 해. 대원들 간에 갈등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자기들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는 건 신뢰가 아닌 직무유기야. 내가 해야할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을래?"



가드가 단단하지만, 냉철했던 얼굴에 조금씩 금이 가면서 망설임이 새어나오는 듯 하다.



"페로, 넌 똑똑한 아이야. 아마 내가 없어도 시간이 좀 지나면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겠지.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언제나 두 개 이상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



"부디 내가 너의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허락해줄 수 있을까?"



"..그냥 말하라고 명령하시면 분부대로 할텐데요.. 정말 상냥하시네요."



"페로의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 당연한 거야."



"..주인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군요."



"고마워. 페로"



됐다. 풀렸어. 이제 포이에 대해 들을 수


(쪽)



갑작스러운 페로의 행동에 입안엔 은은한 홍차향이 맴돌았다.



"주인님, 저로서는 주인님을 만족시킬 수 없나요?"



어. 뭐지.



"어.. 음.. 얘기부터 듣고 싶긴 한데 일단 대답 먼저 할게. 아니지. 물론 아니야."



"..정말이신가요?"


"그럼.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



"네."



정확하네. 방금 건 눈치 못 챈 것 같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저녁에 나올 소완의 디저트를 걸면 믿을만 해?"



"..."



"..거기에 고급 회 정식 더할게."



"확실하군요. 믿겠습니다."



이제야 얘기가 좀 될 것 같다.



"솔직히 네가 포이에게 무슨 얘기를 들었을지는 예상되는데, 일단 물어는 볼게. 포이가 무슨 말을 한 거야?"



"그러니까.."

.
.
.



"포이, 요즘 주인님께 너무 붙어있는 것 아닌가요? 좀 떨어지는 게 어때요."



"포이는 경호업무를 충실하게 수행중이었던 것 뿐인데?"



"그렇게 착 붙어있을 필요까지는 없을텐데요, 거기에 주인님이 업무를 보실 때에도 유혹한다면서요."



"포이는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에 몸을 맡기고 싶은걸. 거기다 포이가 아무리 유혹을 해도 주인님은 한 번도 넘어오신 적 없어. 그럼 된 거 아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냐하핫, 그렇게 노려보지 마. 그리고 그렇게 견제만 해서야 평생 교미는 구경밖에 못할걸?"



"평생이라뇨! 저는 지난번에도.."


"그게 언젠데?"



"예?"



"여기서 주인님이랑 못해본 애는 거의 없어. 중요한 건 얼마나 자주 하느냐지. 주인님 곁에 있는 여자들을 이길 정도의 매력이, 주인님이 다시 찾으실만한 매력이, 과연 있을까?"



"그건.."



"천천히 한 번 생각해 봐. 그렇다고 너무 천천히는 말고. 경쟁자는 아주아주 많으니까. 알았지? 언~니? 냐하핫!"

.
.
.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포이 녀석이 괜한 소리를 한 듯하다. 잠깐.. 아까부터 페로의 상태가 이상했던 게 이것 때문이라면, 페로는 이 일과는 관련이 없는 게 되는데. 일단 면담부터 끝낼까.



"그럴리가 없잖아. 난 오르카호의 모든 애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어. 물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몸ㅁ.. 매력은 각양각색이지만, 그것 때문에 너희들의 대우나 관계에 차등을 둔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주인님이 그러실 분이라는 건 알지만, 최근에 저를 안으신 적이 없는 건 사실이잖아요. 이건 주인님의 책임도 있습니다."



요즘 잠을 설쳐서 동침을 취소했던 게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네. 그나저나 오늘 면담은 페로에서 끝내야겠는데. 미팅이 길어지겠어.



"그래?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우리 귀여운 페로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까."



"이미.. 알고 계시면서."



"직접 듣고 싶어서. 침실에서? 아니면.."

(쪽)



여기서 멈춰서야 예의가 아니겠지. 어제 카메라 떼길 잘했네.

.
.



"포이, 또 주인님께 가는거니?"



"네, 언니~"



"열심히인 건 보기 좋지만, 역시 그냥 말하는 편이 빠르지 않겠니?"



"냐하핫! 자연스러운 편이 부담없으니까. 다녀올게요!



"그래, 경호에 문제가 되지 않게만 하렴."




'그리고 이게 더 재미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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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에서 불침번 서다 고양이가 울길래 노트에 글로 썼던 걸 자대 배치받고 폰 받은 다음 폰 메모에 옮겨서 붙여넣기했스빈다. 폰으로 콘 넣기가 쉽지 않아요. 결말을 크게 틀긴 했는데, 이것도 나름 괜찮네요. 시간 보내기용으로라도 재밌게 봐주신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