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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 너무하는 거 아니야?"


누군가 말했다.


"응...?"


우연히 지나가던 사령관이 그녀들의 대화를 들었다.

누군가 싶어 몰래 지켜보니...


'워울프랑 세이렌? 그리고, 비헌?'


특이한 조합이었다.

저들이 친분이 있는 줄은 몰랐었는데.


"너무하다니?"


비헌이 물었다.


"아니, 생각해봐. 대장들 말이야."

"칸 대장?"

"칸 대장도 포함이고. 다른 대장들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거야. 다들 너무 푸대접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에?"


워울프의 말에 다른 둘이 놀랐다.


"푸대접이라니...? 사령관이 얼마나 애쓰시는데요....."


세이렌.


"애를 쓰긴 하지. 자기 성욕을 위해서."

"....그 말은 좀 심한데?"


다시 비헌.


"들어봐봐. 세이렌, 너네 대장을 얘로 들어보자고."

"함장님이요...?"

"그래,. 무적의 용! 바다의 지배자이자 함대의 총사령관! 얼마나 웅장하고 멋져! 얼마나 근엄한 위치야!!"

"......."


비헌과 세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적의 용의 위엄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하니까.


"그런데 지금은 어떻지?"

"지금이요...?"

"그 굉장한 대장님이 뭘 입고 돌아다니며, 어떤 시선으로 보여지는지 생각해봐."


워울프는 진지했다.


'으음....'


사령관도 진지하게 듣는다.


"함대의 총사령관이, 터질 것처럼 작은 옷을 입고 성적 매력을 어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이게 말이 돼? 아니, 말은 되지. 사령관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라면 말이야.

우리 모두 사령관의 사랑을 원하고,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하는 얘기의 중점은 그게 아니잖아?"


워울프가 담배를 꽉 깨물며 말을 잇는다.


"세이렌. 용님에게 그 옷을 준 게 누구지?"

"그야...... 사령관님이요...."

"맞아. 비헌, 너네 대장 웨딩도 만만찮게 구멍이 숭숭 뚫렸지. 누가 줬어?"

"...사령관님이 줬지..."

"맞아, 전부 사령관이 준 옷들이지."


워울프가 담배를 깊이 들이마신다.


"역바니 같은 건 그분들이 직접 준비한 거니까 논외야.

지금 내가 말하는 건 그분들이, 또 우리가.

사령관에게 무엇을 받았느냐에 대한 거니까."


"....그래서 하고자 하시는 말씀이 무엇인가요?"


세이렌이 묻는다. 하지만 그녀도 대강 짐작하고 있는 눈치였다.


"사령관이 무언가를 줄 때는 거의 항상 야한 것을 주면서 섹스를 추구했어."

"....."

"그러나 거기에 대체 무슨 낭만이 있지?"

"........!!"

"......!!"


세이렌과 비헌이 놀랐다.


사령관도 마찬가지였다.


'낭만.....'


사령관은 큰 충격을 받았다.

거기에, 워울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야한 걸 좋아하니까 반대는 안 해.

하지만 계속 이대로 갈 수는 없지 않아?

야한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을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해.

대장들이, 또 우리들이 세운 공적에 걸맞으려면,

웃음기 싹 빼고 명예로 반짝거리는 보상이 내려져야 해.

예를 들면..... 음, 그래. 전투 훈장 같은 것들 말이야."


"으음......"

"확실히......."


비헌과 세이렌 수긍한다.


"확실히 그런 명예와 권위도 중요하죠....."

"뭐! 그냥 그렇다는 거지만!"


워울프가 대뜸 분위기를 풀었다.


"난 낭만에 죽고 사니까, 그런 것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

가끔 이렇게 쌓인 불만을 나누니까 참 좋네."


"그러게요."

"흠... 그래도 그건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 한데?"


비헌이었다.


"에이, 다들 바빠 죽겠는데 무슨.

사실 그런 거 없어도 다들 잘 먹고 잘 살잖아.

자자~ 오늘 술 한잔 기울여야지 응?"


'.....'


얘기가 마무리되었다.

사령관은 그곳을 떠나며 생각에 잠긴다.


'워울프의 말이 맞아. 내가 너무...... 내 사리욕구만 챙겼어.'


대원들과 함께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나누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사람이 한평생 사랑만 나누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 대원이 원하는 걸 이루어주지 못하면.....'


결국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특히 생존개체인 대원들은 수많은 전투 속에 살아남았다.

그런 백전노장들 제대로 대우해주지 못한다면...


'군기도 살아나지 않겠지.'


지금은 부대원들이 푸념하는 정도지만

훗날 전체 사기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내 선택이 무인으로서의 명예를 깎아내렸던 거야. 되돌려 놔야 해.'


사령관은 결심했다.








일주일이 지나, 사령관은 이프리트를 찾아갔다.


"그래서 부탁을 좀 하려는데.... 괜찮을까?"

"음......."


이프리트는 한참 고민한다.


"뭐, 그런 목적이라면 당연히 거들어야지.

그런데 지금까지의 공적을 보상해주기 위해서라고?

사령관의 보답이 아닌?"


"....응."


사령관은 그 둘의 차이를 모르겠지만 일단 대답했다.


"그럼 내게도 보상을 줘야겠지."

"음, 뭘 줄까?"

"......노래 한 곡만 불러줘. 꼭 불러줬으면 하는 노래가 있었어."

"노래?"

"녹음도 허락해주고."

"뭐, 그 정도야."


사령관은 이프리트가 틀어주는 MR에 따라 노래를 불렀다.


"고마워. 작업은 바로 착수할게."

"응. 부탁 좀 할게."

"참, 브들에게는 뭘 줄 거야? 보상해줘야지."

"원하는 것들을 적어두라고 해줘."

"그래, 알았어."


그녀는 살짝 웃으며 돌아섰다.


"아, 그런데 사령관."

"응?"

"그분들이 정말 그걸 원할까?"

"뭐?"

".....설마 안 물어본 거야?"

".....? 안 물어봤는데....."


이프리트는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곧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래. 그런 것도 사령관 매력이지. 시작할 게, 일주일만 시간을 줘."

"응...... 고마워.."


훈장 수여식을 진행할 교단 건설 작업이 진행됐다.


'음, 좋아.'


사령관은 흡족했다.

그는 무적의 용과 칸, 마리, 등, 대장들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당연히 그녀들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어야 했는데...


"각하!"


그 셋이 문을 박차며 사령관실로 들어왔다.


"각하!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응? 용, 마리, 칸. 왜 그래?"

"이프리트 외 쉰 명의 브라우니들을 동원한 작업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어, 그거...?"


사령관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거 내가 할 게 있어서...."

"각하. 당장 건설 작업을 취소하십시오."

"응?"


사령관은 눈을 크게 뜨고 마리를 보았다.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얼마나 화를 내고 있는지.


"마리... 아직 말은 못하겠지만, 이건 너희를 위해서..."

"이미 들었습니다. 전투 훈장 수여식을 위한 제단 건설."

"어......."

"각하. 저희가 저희의 명예를 위해 부하를 고생 시킬 속 좁은 병사로 보이십니까?"

"...!!"

"호수 건설도, 수영장 건설도, 오르카호의 모든 인원을 위한 일이니 기꺼이 인원을 빼드렸습니다."


마리가 미간을 좁힌 채 말을 이어간다.


"그러나 이번 일에는 인원을 빼드릴 수 없습니다."

"......."

"그럼 각하, 허락하신 것으로 알고, 작업을 중단하겠습니다."

"응......"


마리가 사령관실을 나섰다.


사령관과 용, 칸, 세 사람이 남은 방안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마리 준장의 태도가 다소 격하기는 했소."


용이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내가 오히려.. 너희를 욕 보이게 했어."

"미안할 필요는 없소."


용은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실은 조금 기쁘오. 그대가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해준다니.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치러온 오랜 전투의 영광을 내세우기 위함이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소."


"......"


"너무 침울해하지 마시오.

마리도 훈장에 대해 들었을 때는 기뻐했소.

다만, 작업에 대해 듣고 화를 냈지.

그녀가 그만큼 부하를 아끼기 때문이오."


"정말 미안한 짓을 했어. 미안해."

"우리에게 명예는 중요치 않소."


그녀는 부드럽게 말을 이어간다.


"특히, '대장'들만이 얻는 명예는 더더욱.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소관이 아니오.

사활을 걸고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은 나의 대원들이지.

소관은.... 소관은 대원들을 죽음으로 모는 죄인이오."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훈장을 준다면 바로 그들에게 주어져야 할 것이오.

위에서 칼만 휘두르는 우리가 아니라......

아래에서 바치고 있는 자들에게."


할 말이 없었다. 사령관은 고개를 떨구고 깊이 후회했다.


용이 다가와 사령관의 뺨을 어루만졌다..


"나의 서방님."


쪽.


그녀가 사령관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우리를 생각해주어 기쁘오. 진심이오."

"응......"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소관이 부끄러운 옷을 입었다 한들,

부끄럽고 민망할 따름이지 수치스럽지는 않았소.

뭐가 됐든 그것이 그대의 사랑이고,

모두들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일이기 때문이오. 무슨 말인지 아시겠소?"


"응."

"사랑하오."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며 키스했다.

깊고 진한 입맞춤.


"그럼 소관은 먼저 가보겠소."

"음."


짧고도 긴 화해의 시간이 끝난 후, 그녀가 돌아서서 떠났다.


"다들 멋대로 자기 할 만한 하고 나가버렸군."


마지막 남은 칸이 말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너그러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용 대장이 대부분 말했지만, 나도 한 마디 하겠다."

"응."

"물질적인 보상도 그렇지만, 특히 명예와 같은 권력욕은 부대 간의 갈등을 유발한다."

"......"

"누가 더 명예로운가. 누가 더 권위 있는가. 이를 따지는 순간부터 끝도 없는 다툼이 시작되지."


그 일은 이미 예전에도 한 번 말이 돌았다.

각 대장들끼리는 권위를 따지지 않겠노라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괜찮다. 이미 끝난 일이니까. 다만,  그대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잊은 듯해서 깨우쳐주려고 한다."


칸이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이미 우리 모두 훈장을 하나씩 받았다."

".....?"

"난 내 훈장을 무척이나 아낀다. 매일 생각하고, 매 순간 떠올리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아껴주지."


그녀가 더 가까이 다가와 슬쩍 사령관의 허리를 안았다.


"그대야말로 우리 모두의,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 있어 가장 특별한 훈장이다.

이 훈장과 함께할 때 우리는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을 만끽한다.

그대라는 유일한 훈장을 반드시 지키고 아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삶이다."


"칸....."

"우리에게 훈장을 주고 싶다고 했었지?"

"응...."

"그러기 위해서, 당신이 해야 할 게 있다."

"...뭐야? 알려줘."


그녀가 이마를 맞대고 입술이 닿을 듯 말듯 가까운 거리에서 작게 속삭인다.


"우리 곁을 떠나지 말고 있어다오.

평화가 오는 날까지.

그리고 평화가 온 후에도.

설사 우리의 세상이 끝나는 날이 온다 하더라도."


그녀가 눈웃음 지으며 사령관과 눈을 마주쳤다.


"항상 우리의 곁에 있어다오. 우리가 그대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가 두 번 다시 잃는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그대 만은 우리의 곁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다오.

.....그래주겠는가?"


".....응.... 반드시...!"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았다.











"하하하하! 아, 그걸 진지하게 들었던 거야? 사령관도 참."


훗날, 그 소식을 들은 워울프가 말했다.


"그때 했던 말은 그냥.. 그 뭐냐, 그냥 하는 말이었어.

그냥 어쩌다가 모인 자리에서 아무 말이나 뱉는 거 있잖아. 그런 거였다고.

나도 설마 세이렌이랑 말을 트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아......"


사령관이 머리를 긁적인다.


워울프가 머쓱해하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진짜 따먹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재주가 있네....."

"응...?"


그녀가 슬쩍 모자를 벗었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사령관에게 다가왔다.


"아.. 못 참겠다. 우리 어디... 조용한 곳 좀 갈까?"


"저, 저기 워울프. 눈이...."


"칸 대장이 말하더라고.

사령관에게서 각자의 훈장을 찾아보라고.

난 찾은 것 같은데?"


그녀가 사령관의 바지를 움켜쥐었다.


워울프는 사령관을 복도 구석으로 몰아넣고

그녀만의 윤활유로 훈장을 열심히 닦고 또 닦아주었다.


"아흑!! 하읏!! 아앙! 오오오옷!!!"






"그래도 뭐...."


한참이 지나, 수 차례에 이른 훈장 워싱이 끝난 후 워울프가 말한다.


"애써줘서 고마워 사령관. 항상 사랑하는 거 잊지 말고."

"응...!"

"아~ 잘 먹었다.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네~~"


그녀가 권총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떠난다.


이로써, 워울프가 쏘아올린 훈장 대소동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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