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글] 세이렌의 고민 -1

[글] 세이렌의 고민 -2

[글] 세이렌의 고민 -3

[글] 세이렌의 고민 -4 




"사령관님?"


세이렌의 목소리에 사령관은 정신을 차렸다.


"어, 응. 세이렌. 새 옷이네?"

"네. 오드리 씨가 만들어주셨어요. 그, 괜찮아보이나요?"


그렇게 말하며 세이렌이 한 바퀴 빙글 돌았고, 사령관은 또 다시 정신을 빼앗겼다.


"혹시 이상한가요...?"


아까부터 계속 멍한 사령관의 모습에 세이렌이 불안함을 느끼고 그렇게 물었고,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사령관이 황급히 말했다.


"아냐. 무척 잘 어울려서 그래. 응. 정말로 예뻐."

"예, 예쁘다구요? 다행이다...."


세이렌은 가슴에 손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퍼뜩 떠올렸는지 황급히 말했다.


"저기, 사령관님도 오늘 특히 멋지셔서.... 저, 눈을 못떼겠어요."

"어? 어, 음. 응. 고, 고마워 세이렌...."


평소보다 유독 솔직한 세이렌의 발언에 어색해진 사령관이 뺨을 긁적였고,

세이렌은 세이렌대로 부끄러워 뺨을 감싸쥐고 어쩔 줄 몰라했다.

그렇게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다 먼저 정신을 차린 사령관이 말했다.


"그래서 세이렌 오늘은 무슨 일이야?"

"네, 네! 그, 그게..."


세이렌은 잠시 꼼지락거리다가 뭔가를 결심한 듯이 손을 꾹 움켜쥐더니,

평소의 귀여운 모습과는 다르게, 은은한 미소를 짓고서 말했다.


"사령관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뭔가 달랐다. 세이렌은 분명 귀여운 아이였는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서서 꼭 껴안아주고 싶은, 그런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사, 사령관님..?"


그리고, 그렇게 생각했을때 사령관은 이미 세이렌을 품에 안고 있었다.

아이를 안아주듯이 안는 것도 아니고 머리를 쓰다듬지도 않고 그냥 꼭 껴안고 있었다.

사령관은 세이렌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2주동안 왜 안찾아왔어?"

"그, 그... 새, 새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제복 말고 이런 옷을 입어도 되는걸까요…? 네리 씨랑 운디네 씨가 놀릴 게 분명해요...라고 하지 않았어?"

"으으, 그, 그렇긴한데, 그, 그게...."


사령관 품에서 꼼지락거리던 세이렌은 뭔가 결심했다는 듯이 사령관을 꼭 껴안았다.

그리고 사령관의 온기를 느끼며 그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용 대장님과 사령관님이 꼭 껴안고 있던걸 봤어요."

"어, 응?"


사령관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렸지만 세이렌은 계속해서 말했다.


"용 대장님이 '서방님'이라고 하는 것도, 두 분이서 키스를 하는 것도 봤어요."

"그, 그렇구나...."

"뭔가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척이나 부끄러웠지만..."

"응."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팠어요. 뭔가 슬퍼져서 다른 분들에게도 물어봤어요."


세이렌은 운디네와 네레이드를 떠올렸다.


"덕분에 알게 됐어요. 저는 질투를 하고 있었다는걸요. 그리고."


세이렌은 그 어느 때보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행복에서 오는 두근거림이라는 것도 함께 느꼈다.

어느 때보다 큰 행복을 느끼며 세이렌이 말했다.


"제가 그만큼 사령관님을 사랑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세이렌...."

"사령관님 곁에서만큼은 저는 평범한 여자아이로 있을 수 있어요.

평범하게 웃고, 평범하게 놀고, 평범하게… 사랑에 빠지는 그런 여자아이로요."


그 무엇보다 커다란 고백이 고요하게 울려퍼졌다.


"사랑해요, 사령관님.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해요.... 츄."


스쳐지나가듯이 짧은 키스였지만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지났다.

애절한 고백을 마친 세이렌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이면서 말했다.


"사, 사령관님. 그, 대답을, 드, 듣고 싶어요..."

"...."


사령관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세이렌을 바라보았고,

그것을 거절이라고 생각한 세이렌의 눈에 천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할 무렵.

사령관의 손이 세이렌의 턱에 닿았다.


"사령, 관님? 흐응!"


세이렌의 턱을 잡아올린 사령관이 세이렌의 입술을 덮쳤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세이렌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천천히 감기며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입안에서 서로의 호흡과 열기를, 껴안은 몸에서 서로의 열기를 느끼던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떨어졌다.


"대답이 됐어?"

"...네."

"나도 사랑해 세이렌. 그리고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네... 저도, 저도 사랑해요..."


세이렌이 다시 품에 안기고 사령관이 그것을 받아줄 때, 세이렌은 하나를 떠올렸다.


"그, 그 사령관님..? 운디네가 말해줬는데요...."

"응."

"키스 다음도, 있다고...."


세이렌의 말에 사령관이 흠칫했다.

세이렌은 사령관이 왜 흠칫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애당초 그 다음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 이 말을 해야한다는 사실만큼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 사령관님. 저는 괜찮으니까.... 이 다음도....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