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링크 - https://arca.live/b/lastorigin/49570511


사령관이 자기 밑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들 특징이나 자기 감상 같은 걸 수첩에 적어두는 컨셉인데 약간 일기 같은 느낌도 있음. 다 독립적인 이야기니까 전편 안 봐도 보는데 문제 없음.



먹는 걸 참 좋아하는 아이. 하지만 식탐에 젖어있다는 이미지와는 달리 의외로 순수하고 욕심이 적은 편이다. 그녀가 음식을 많이 먹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하나는 남을 보호해야 하는 스스로의 의무를 100% 이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서. 사실 나도 처음에는 마냥 먹는 걸 좋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이유는 지니야와 천천히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알았다. 그녀는 일정 이상의 스트레스를 느끼면 금방 공복감에 시달리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 그녀가 음식을 먹어두는 것은 타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가다듬는 행위에 가까운 것. 예를 들면 총기손질에 비유할 수 있겠다. 근데 막상 내게 그런 말을 해 줄때는 오르카 안이라서 괜찮은 거 아니었니? 말하는 와중에도 옥수수 수십개를 해치우던데...


식탐이 많다는 이미지와는 달리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 줄 알고, 자신이 먹으려던 간식을 나눠먹는 것을 즐긴다. 공복감이 얼마나 괴로운지 잘 알고 있기에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할까. 특히 살라시아는 어디갔는지 찾기 힘들 때는 지니야를 찾는 편이 더 빠르다. 보통은 옆에 같이 앉아서 먹을 거 나눠먹고 있거든. 포티아와도 전부터 친해서 포티아가 따로 음식 연습을 할 때는 대동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애매한 것들도 불평없이 맛있게 먹어줘서 의욕이 난다나. 그 외에는 의외로 페어리들과 친하다. 간식으로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것보다는 배가 든든해지는 것들을 선호하기에, 페어리들이 기르는 작물 중에 솎아줘야 하는 거나 상품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들을 일을 돕고는 나눠받을 때가 많은 듯. 저번에도 페어리 숙소에서 다프네가 만들어준 감자요리를 드리아드랑 같이 나눠먹는 모습을 봤다.


옛말에 늦바람이 무섭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니야가 딱 그런 케이스다. 처음에는 순수한 느낌이기도 하고 워낙 먹는 걸 즐겨서 식욕 >>> 성욕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모든 대원들과 관계를 가지다보니 그녀에게 내재된 또다른 그녀를 깨워버리고 말았다. 기본적으로는 나를 경애의 대상이자 지켜야 할 대상으로 보기에 무난하게 즐길 수 있지만, 가끔씩 스위치가 들어가는 순간만큼은 나를 먹잇감으로 여기는 포식자가 된다. 아스널과는 조금 다른데 온갖 야한 것을 섭렵하고 다양한 것을 즐기는 것에 집중하는 아스널과는 달리 지니야는 펠라치오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다. 자신이 주는 자극에 토해지는 정액도, 그녀의 혀놀림에 반응하는 나의 움직임도 그녀에게는 맛있는 간식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지난 번에는 지니야가 잔뜩 만족할 수 있도록 그녀에게 몸을 완전히 맡겨봤는데 알이 텅텅 비는 느낌이 뭔지 제대로 배웠다. 




가짜 갸루. 하지만 자신감있고 쾌활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속은 좀 더 여린 편이고 허세를 부리는 느낌이 꽤 있다. 사실 그녀가 갸루 행세를 하는 것도 소위 '잘 나가는' 이미지를 덧씌워서 허세를 부리는 것에 가까운데, 진짜 갸루 겸 인싸의 끝판왕급인 보련을 처음 만났을 때 급격히 쭈그러들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스스로가 느끼는 것보다 자신감 있는 것 같은 허세를 많이 내세웠지만, 나와 점점 친해지고 다른 대원들과의 사이도 가까워짐에 따라서 그런 느낌은 줄고 향상심있는 모습과 성실한 모습이 오히려 눈에 띈다. 전형적으로 허세를 부리고는 뒤에서는 그 허세만큼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타입으로 전투훈련을 하는 장소에 가보면 자주 보이는 멤버로 순위권에 든다. 멀리서 보고 있으면 흐뭇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자신을 조금 더 잘 이해해주는 지니야나 둠 브링어의 멤버들 정도와만 교류하는 의외로 내성적인 교류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나 보련과의 만남으로 조금씩 변했다. 실피드의 성향을 쉽게 이해한 보련이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도 용기를 북돋워주는 케어를 꾸준히 해줬고, 그런 보련과 어울리다보니 가짜 갸루의 탈을 쓰려는 자신을 버리고 편안해진 것 같다. 뭐...그 과정에서 보련의 스타일링 취향에 물드는 바람에 외모는 좀 더 갸루같은 느낌이 되기는 했다만...어쨌든 실피드 스스로가 좋아한다면 문제 없는 것 아닐까? 보련과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드리와도 어울리면서 둠 브링어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성장해가고 있다. 이제는 다른 대원들에게도 스타일링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데 그 모습을 보는 보련의 흐뭇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잠자리에서도 처음에는 잘 나가는 언니같은, '다 알고 있으니 이 누나만 믿고 따라와'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싶어했지만...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스널을 포함한 역전의 맹자들을 침대에서 상대한 나에게 남에게 안 들키려고 조금씩 조금씩 정보를 모아서 간신히 아는 척을 하려던 그녀의 기술은 전혀 통하지 않았거든. 그렇게 잠자리에서는 허세를 완전히 버리고 진짜 실피드를 보여줄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을 했고, 그 결과 지금은 부끄럼을 꽤 많이 타고 순애 섹스를 즐기는 실피드가 남았다. 거의 마지막까지 탙론허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거부한 (=자신의 잠자리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거부한) 멤버 중에 그녀도 포함되어 있다는 정도면 충분히 설명이 되리라 믿는다. 교육이 끝난 지금은 조금쯤 개방적인 야한 어프로치로 장난을 치면 가볍게 츤츤거리면서도 내게 매달리는 귀여운 실피드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다음에 누구 차례일지는 안 정했지만 기왕이면 익스프레스나 애니처럼 본편에서 거의 부각이 안 됐던 애들에게 그럴듯하면서도 매력있는 설정을 입혀보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