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은 오르카호 밖에서 들려왔다.
공중 정찰중이던 스카이나이츠 편대의 보고에 따르면,다수의 마리오네트들이 오르카호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서 순찰중이며, 도중에 신원미상의 남성 한 명이 교전중이다. 격추에 대비해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정찰을 지속하도록 지시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총성과 금속음은 그렇다 치고, 고함소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들린거지? 300m라면 장애물이 적은 환경이라도 큰 목소리를 낸 것이 들릴정도로 가깝다고 할만한 거리는 아니야. 폭발음이나 제트기의 엔진소리 같은게 아니라면 이 거리에선 거의 들리지 않을것이고, 일반적인 인간이나 바이오로이드의 신체구조로도 가능한 일이 아니야...... 잠깐, 그러고 보니 지하시설의 동면 장치가 하나 열려 있었다고 했어, 지금으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강화 실험중인 대상이 현재 밖에 있을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닥터는 강화실험의 결과가 근력과 민첩성의 강화가 주라고 했지, 과연 그 실험만으로 여기까지 들릴 정도의 고함을 지를 능력을 얻었다는 걸까?'

 생각을 잠시 멈추고, 스카이나이츠 편대에게 남성의 인상착의나 특이사항같은게 있는지 물어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생각이 틀리지 않은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성은 옷의 손상 정도와 전신의 상처, 노화정도를 제외하면 지금 오르카호 안의 두번째 인간, 구스타브 장군과 비슷한 용모, 즉 흰 가운과 묵직한 구속구를 하고 있다. 실험의 대상이었음이 분명하다. 혹시 알고 있는것이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두번째 인간을 찾아갔다. 미심쩍음을 완전히 거둘 수는 없지만 실험의 대상이기도 했으니 무언가 알고 있는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고함소리라면 나도 들었네, 강화작용의 결과긴 하지만 그 정도 거리에서까지 들릴줄은 몰랐네만, 강화된 바이오로이드의 신체구조여서 가능한것 일지도 모르겠군, 나도 모든 것을 아는것이 아니라서 확답을 주기는 어려울것 같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어느정도는 납득을 할 수 있었다. 인간의 신체구조로는 확실히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다만, 어째서 그 바이오로이드가 동면장치 밖에 있는것인지는 아직 답을 얻어낼 수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적지 않은 위험을 감수하고 지금 마리오네트와 교전중인 저 바이오로이드를 이곳으로 호송해오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질문을 마치고 내 방으로 돌아와 생각을 정리하려고 노력하던 중, 스카이나이츠가 보내온 영상을 본 나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설원 위의 바이오로이드는 그야말로 일방적 학살을 벌이고 있었다. 구속구가 풀리자마자 번개같이 달려들어 주먹질로 소총을 박살내고, 돌려차기 한번으로 포와 마리오네트를 함께 걷어차 날려버렸으며, 다른 마리오네트의 포를 우악스럽게 빼앗아 휘두르고 내려찍어가며 학살극을 벌이고 있었다. 임무만 수행하는 감정없는 인형이나 다름없는 마리오네트도 그 순간 만큼은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죽음 앞에 선 자의 공포'라는 감정을. 마지막 마리오네트의 목을 한손으로 쥐어 부러트리는, 아니 으깨버리는 것이라고 표현해야할 행위를 마지막으로 피비린내나는 처형내지 도살극이 끝났다. 소대 하나정도 되는 병력이 단 한명에게 소멸당한 것이었다.

 영상을 본 뒤, 불안감이 조금 더 강해졌다. 저 강한 존재가 우리에게 우호적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고블린의 태생적 문제, 즉 분노할 경우 명령체계조차 무시하고 피아구별없이 공격하는 증상에 대한 문제다. 저 구속구가 언제까지 제 기능을 할까? 오르카호에 합류시킨다 하더라도 다른 인원들과의 마찰이 심화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무런 죄도 없는 존재를 구금실에만 가둬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진퇴양난이 이럴때 쓰는 말인가. 그러던 순간, 마치 소설같은 일이 벌어졌다. 백발의 고블린이 상황을 지켜보던 스카이나이츠 편대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

"T-1F 프로스트 고블린이다. 귀 부대에 합류를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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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바리라 이런저런 훈련이 많아서 잠시 신경을 못쓰다 이제야 올립니다. 너무 오랜기간 올리지 못해 어떤 전개의 작품인지 설명드리기 위해 에피소드 모음집의 링크를 같이 올려드립니다. 아직 모자란 글자뭉치 수준이지만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에피소드 모음집 링크 - https://arca.live/b/lastorigin/65055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