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봐도 상관없는 전편


"어서와 흐레스벨그. 그리고 너희들도 수고했어!"


나는 탐색임무를 마친 흐레스벨그와 대원들을 맞이했고, 흐레스벨그로부터 간단한 임무 보고를 받았다. 임무 도중 보고받은 골타리아의 유전자 설계도 말고는 특별한건 없어보였다.


"그럼 자세한 내역은 레모네이드 알파님에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정말 수고했어. 복귀 신고는 이걸로 마치고 모두들 오늘은 이만 푹 쉬도록 해."


나의 말에 대원들의 딱딱한 분위기는 누그러지고 오늘 뭐할지 서로 이야기하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령관님?"


흐레스벨그에 말에 나는 흐레스벨그를 바라보았고 어느새 그녀는 나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나의 얼굴 가까이오더니


"오늘 밤에 찾아뵙겠습니다."


라며 작게 귓속말을 하고 부끄러운 듯이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나는 멍하니 흐레스벨그가 달려간 방향을 보고 있었다.


"소대장이랑 무슨 얘기했어?"


"으앗! 깜짝이야!"


"뭐야 인간.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


"그리폰이었구나. 아까 돌아간거 아니었어?"


"잠시 두고 간게 있어서. 근데 사령관 뭐 숨기는거 있어? 얼굴도 뭔가 빨갛구 갑자기 놀라기나하고."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생각하느라."


흐레스벨그와 밤에 만나기로 한건 전혀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아까의 흐레스벨그의 행동 때문에 왠지 부끄러워져 둘러대기로 했다. 나의 말의 그리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거 수상한데. 인간! 어서 순순히 말......"


"여기있었구나 그리폰! 짐과의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어서 약속한 공물을 바치거라!"


"LRL?"


"앗! 히히 사령과... 크흠! 권속이여! 미안하지만 그리폰은 짐과 나눈 심연의 약속이 있기에 짐이 데려가겠다! 자! 어서 달콤한 꿀이 흐르는 대지로 가자!"


"그냥 호라이즌 카페에 가자고 어젯밤에 약속한거잖아. 아! 야! 잠깐만! 당기지 마!"


그리폰이 LRL에게 팔을 잡혀 끌려갔다. 그러고보니 LRL이 오늘 간식을 안먹은 이유가 그거였구나.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둘을 전송하고 나머지 업무를 처리하기로 했다.


-그날 밤


업무를 마치고 방에서 쉬고 있었더니 노크소리가 들렸다.


"사령관님. 흐레스벨그입니다."


"어서와."


나의 말에 문이 열리며 흐레스벨그가 들어왔다. 보통 나의 방에 들어오는 대원들의 모습은 평소보다 더 예쁘게 꾸민 모습이지만 오늘 흐레스벨그의 모습은 정말 편한 차림이었다.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 모모가 그려진 티셔츠. 티셔츠에 가려져 보일락 말락 하는 돌핀 팬츠, 거기서 쭉 뻗어나온 탄탄한 허벅지, 가느다란 발목, 하늘색 페디큐어를 바른 긴 발가락. 모두 나를 자극하는...

나는 얼른 머리를 흔들었다. 오늘은 흐레스벨그와 '마법소녀 모모 극장판 : 반격의 골타리온'을 보기로 약속한 날이다.조금 열을 식히지 않으면 오늘의 감상회는 저 멀리 날아갈 것이다.


"사령관님?"


"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그 큰 가방은 뭐야?"


"아 이거 말인가요?"


흐레스벨그가 가방을 바닥에 두며 말했다.


"아우로라양에게 부탁해서 간식거리를 좀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음. 이건 나중에 꺼내도 되겠군요. 후후후 그럼 바로 감상회를 시작할까요?"


그 가방에 뭐가 더 들어있는지 궁금했지만 흐레스벨그의 반짝이는 눈망울에 압도되어 나중에 물어보기로 했다.


- 영화가 끝난 후


"크흡...흑...이건......명작이다."


"훌쩍. 그렇죠?! 역시 사령관님은 보는 눈이 있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긴 했지만 볼때마다 감동이 밀려와 눈물이 흐르는군요.역시 마법소녀 모모는 최고입니다!"


"응. 특히 마지막에 골타리아의 소식을 들은 골타리온이 폭주하는 장면은 정말 엄청났어. 내일부터 골타리온을 마주치면 바로 눈물부터 나올거같아."


"전 백토와 골타리아가 대면하고 대립하는 장면이 제일 좋습니다! 과거의 떡밥이 설마 그런거였다니!"


나는 영화에 대한 흥분으로 흐레스벨그와 한동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오랜만의 모모 이야기라 그런지 흐레스벨그도 신난듯 하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를 하던 중 구석에 있던 가방에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가방에 든건 뭐야? 크기로 봐선 간식만 든건 아니고... 나중에 꺼낸다고 했었지? 이제 알려주지 않을래?"


나의 물음에 흐레스벨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아 음 그렇군요...네 이제 꺼내도 될 듯 합니다만...음...그러면 잠시 뒤돌아서 눈을 감아주시겠습니까?"


흐레스벨그의 모습에 기대를 하며 약간의 흥분과 함께 뒤돌아서 눈을 감기로 했다. 그러자 조금 뒤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에서 들을 일이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르륵 덜그럭 덜그럭 스으윽 철컥 철컥


'뭐지? 가방안에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


"저...다 됐습니다. 사령관님.이제 눈을 뜨시고 뒤돌아주세요..."


한껏 부풀어오른 궁금증에 떠밀려 나는 홱 뒤돌아보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 방에 골타리아가 있었다.

아니 정확힌 골타리아의 모습을 한 흐레스벨그가 있었다.


"이...이건 말이죠! 사령관님과감상회를하기로했을때문득생각이난건데모모굿즈중에골타리아의코스프레세트가있었던걸떠올리고이걸입고가면사령관님이좋아해주실거같아가지고요하지만바로보여드리기엔너무부끄러워서마음의준비가필요했다고나할까요물론지금도부끄럽습니다만...! 저...사령관님...? "


"너무 잘어울리고 너무 이뻐 흐레스벨그."


"다...다행입니다. 사령관님이 좋아해주시니 부끄러움을 참고 입은 보람이 있군요." 


골타리아의 장비는 꽤나 선정적이다. 골타리온의 디자인에서 따온 듯한 불사의 갑옷. 아니 저걸 갑옷이라고 해도 될까. 그도 그럴게 그건 흔히 말하는 '비키니 아머'이다. 안그래도 라인이 잘 잡힌 흐레스벨그의 몸매다. 거기에 저런 갑옷을 입은 모습을 보니 나의 흥분은 점점 높아졌다. 허벅지까지 오는 부츠라인에 눌린 탱탱한 허벅지살, 너무나 작은 면적때문에 가려지지 못하는 엉덩이, 당장이라도 갑옷  밖으로 흘러넘치려는 가슴, 그리고 부끄러움 때문인지 빨개진 얼굴과 약간 눈물맺힌 눈. 모두 나의 흥분을 높이는 요소였다. 당장이라도 흐레스벨그를 껴안고 싶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한가지만 더 더하자.


"흐레스벨그.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지 않을래?"


"부탁..이요? 알겠습니다. 제가 가능한 일이라면..."


"아까 영화에서 골타리아가 전투를 시작할때 했던 대사를 해줘."


"네? 골타리아의 대사를요? 음...알겠습니다. 그 대사는 분명히..."


흐레스벨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곧이어 아직 빨간 얼굴로 대사를 말했다.


"네 녀석이 얼마나 강하더라도 나를 이길 순 없다. 네 녀석이 정말로 강하다면 이 불사의 갑옷을 뚫어보거라! 이...이거면 되나요...? 엣? 꺄악!"


그 날 불사의 갑옷은 8번 뚫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