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릎 위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티아맷이 지긋이 눈을 감은 채 볼을 부벼온다. 

말없이 당신의 심장 고동 소리를 듣고 있는 이 작은 소녀의 고른 호흡 안에

어두운 상념이 작게 일렁이고 있음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오른손으로 토끼같은 소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왼손으로 머리를 당겨 알을 품듯

보드랍게 쓰다듬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




소녀가 눈을 뜨고 정면을 응시하고는 곧 다시 눈을 감고 나지막히 말했다. 




...저는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아요, 사령관..



....왜?



우르를 보고 있으면.. 정확히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안 좋은 마음이 들어요. 



무슨 일이 있었어? 



..얼마 전의 일이예요. 





<오르카호 내부 복도>




지금 오르카호 선체가 북쪽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풍수지리학적으로

티아멧의 침대 방향을 90도 돌려야한답니다! 



 

에이, 숙소 구조상 어떻게 거기서 90도를 회전시켜?



걱정 마시와요! 이 본녀가 완벽한 청사진을 그려 왔으니..!

자, 이걸 보세요!



파란색을 보면 눈이 침침한데 청사진 말고 적사진은 없어?



우, 우르....




워울프다!



응? 아아- '미스 스마일'



오~! 『웃음폭탄마』잖아!

밥 먹으러 가는 거야?



식'4'는 이미 애들이랑 먹어서

대욕탕 가서 식'5' 자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하여간 센스는 여전하네? 오늘 저녁 뭔지 알아?



부대찌개와요~



이런- 조금만 더 빨리 출발했어야 했나. 

지금 가면 국물도 안 남겠어. 



걱정 마, 앵거 오브 호드가 집어삼킬 "부대"는 남겨놓을테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부대를ㅋㅋㅋㅋ남겨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ㅎ.... 그,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스트라이커즈 여러분.



으응, 식사 맛있게 하구


바이바이~! 



....우르, 많이 친해졌네. 



응 '본드' 없이 이어진 '본드 오브 시스터즈'라고나 할까? 푸하핫!



하, 하핫...... 얼른 씻으러 가자. 




<사령관실>




저도 앵거 오브 호드 대원분들과 몇번이고 같이 작전을 수행했었지만...

우르만큼 그들과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그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우르가 부럽기도 하고 동시에 질투도... 났어요. 



흠.... 개그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는 가까워지기가 수월한 편이긴 해. 

하지만 앵거 애들이 티아멧이랑 우르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를 뿐인 게 아닐까?



접근 방식이요...?



앵거 애들이 티아멧에게 다가갈 때, 티아멧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방식.

티아멧이 앵거 애들에게 다가갈 때, 티아멧이 편함을 느끼는 방식. 



작전을 통해서 앵거 아이들이 티아멧의 실력을 충분히 알고 있고

티아멧도 앵거 애들의 실력과 성향은 충분히 파악을 하고 있잖아?



둘 사이에는 이미 서로 충분한 리스펙이 있는 상태라고 봐. 

다만 앵거 애들은 티아멧을 우르처럼 대하면 불편해할 것을 알고 있는 거고. 



티아멧도 앵거 아이들에게 우르처럼 접근하면 피차 불편함을 느끼겠지. 



지금의 관계가 균형적으로 적절한 게 아닐까?

그저 성향이 다를 뿐인 거라고 생각해. 



...



솔직히, 행복한 우르를 보고 있으면 복잡한 마음도 생겨요...

우리 스트라이커즈가 주지 못하는 즐거움을 타 부대에서 찾는 것 같아서요.



반대로, 타 부대에서 주지 못하는 어떤 감정을

스트라이커즈 식구들만이 줄 수 있을 수도 있어. 



우르를 의식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영향이라고 생각해. 

어쩌면 서로의 다른 접근 방식에서 절충안을 찾을 수도 있겠지. 

한번 우르랑 "친해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는 건 어떨까? 




...



...라는 이야기를 나눴어. 



으음.. 그렇구나. 티아멧은 작전에서 도움을 주었을 때 큰 즐거움을 느끼잖아?

나는 소소하게 친구들을 웃기면 기분이 상쾌해지더라구.



한번 나와 같은 방식으로 친구를 만들어 보면 우리 서로 나름의 "절충안"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우리도 서로 더 친해질 수 있겠지!



내가... 할 수 있을까..? 난 너처럼 재미있는 농담을 많이 모르는데...



내가 한번 시범을 보여줄게!



우르가 티아멧의 손을 잡고 복도를 달렸다. 그리고는 아무나 붙잡고

대뜸 말을 건넸다. 



안녕! 혹시 모태솔로가 계속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 거는 이유가 뭔지 알아?

정답은 "여보"세요라고 해서야! 푸하핫



뭐?



아! 그러니까~ 모태솔로는 혼자잖아? 그니까..



근데 뭐?



아, 그..



갑자기 뭔데? 너 지금 인상 찌푸린 거냐?



............아, 이, 이건....



야, 지금 묻고 있잖아. 너 뭐냐고.



죄... 죄송....



하~ 나, 이거 또 웃기는 년이네?

야, 너 좀 따라와봐. 



저, 저기.. 우... 우르가 나쁜 뜻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예요!

저희는 그저...



가라.



네, 네...?



내가 책임 지고 돌려보낼테니, 먼저 숙소로 돌아가라. 

늑장부릴수록 화만 더욱 키울 뿐이다. 



티... 티아멧...



와~ 혼자 당하는 건 억울하니까 친구도 같이 물귀신하겠다는 거?

보기보다 음흉하네 얘?




우르가 바들바들 떨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는.. 걱정 안 해도 돼..... 이따가 봐...?



우르......



야, 사령관 부르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곱게 가라?



시간을 지체할 수록 복귀 시각만 늦춰질 뿐이다. 얼른 가도록. 

소등 시각 전까진 보내주겠다. 







티아멧은 망설였지만 결국 결연히 뒤돌아 스트라이커즈 숙소로 돌아갔다.

스트라이커즈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괜히 부대간의 싸움으로 번질까 걱정되어 알릴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돌아온 우르 본인에게 직접 묻기로 하고. 



우르는 매우 늦은 밤, 초점 잃은 눈빛으로 돌아왔고 

그날 밤 우르와 티아멧은 서로 껴안고 잠에 들었다. 




-to be continued



바르그는 어이가 없다(2).context

바르그는 어이가 없다(1).context

천아는 어이가 없다.context

장화는 어이가 없다.context

블랙 컴패니언.context

사령관, 섹스해봤어?.context

슴가타.con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