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카엘. 지금 도를 넘었다는 생각 안 드십니까?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빛의 축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모든 수고에는 유익이 있어도 입술의 말은 빈곤에 이를 뿐이니라

...「일을 게을리 하지 말고 영이 뜨거운 가운데 빛을 섬기며」.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그래서 라미엘에게 다리 안마를 지시한 것인가요?




사라카엘이 걷어올린 스웨트팬츠 밑단을 내리고 바람이 거의 다 빠져

찌그러진 짐볼 위에 종이 인형처럼 나풀거리며 쓰러지더니 공을 굴려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항변했다. 




보련처럼 안마를 잘 하고 싶다기에 내가 연습 대상이 되어준 것뿐이다. 

그대의 눈에는 내가 그저 사리사욕을 위해 남에게 수고로움을 끼치는

무뢰배로 보이는가?



라미엘. 저 말에 거짓이 없음이 분명합니까?



...빛의 인도에 따라 스발바르 제도의 방주에서 보련 자매님에게 받은 시술에

큰 감명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그저 자매님의 기술과 고객을 응대하는

마음가짐에 감동하여..



그렇군요. 제가 사라카엘을 오해했네요. 




아자젤은 멋쩍은 표정으로 흰 티셔츠 밑단에 묻어 얼룩진 바베큐 소스를

괜히 손끝으로 문대면서 지우려고 애쓰며 사라카엘을 힐끔 힐끔 바라보았다. 




「너희가 각각 중심으로 자매를 용서하지 아니하면

  우리의 빛께서도 너희에게 이와 같이 하시리라」

아자젤, 이미 그대에 대한 앙금은 사라졌다. 



과자 봉지 안에 있는 젤리를 한개 집어 아자젤에게 건네면서

사라카엘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사라카엘 안마가 끝나면 다음은 저도 부탁 드려볼까요.



아....



비, 빛이여....



라미엘 님에게 안마 기술을 익히면 구원자 님에게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먼저 바람을 넣은 것은 아자젤 님이시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이번에 회수된 달란트 집계 처리가 아직 안 된 것 같네요.

어, 어휴.. 내가 장부를 어디에 두었더라..



그리고 사라카엘 님. 아무리 그래도 연습을 빌미 삼아 라미엘 님에게

숙소에 거처하시는 내내 안마를 요청하는 것은 선 넘는 행위입니다. 



물론, 교단을 위해 사흘 밤낮으로 자원 탐색 작전에 자원하신 노고는 압니다만, 

그렇게 안마를 받고 싶으시다면 워터 파크로 행하시지요. 



그 자의 손길을 마치 천상의 부름을 받은 것처럼 황홀하지만 

그 혀는 마치 사탄이 깃든듯 듣다 보면 어느새 참치를 소진하게 된단 말이다. 



"필요 없다"던가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다" 말을 하면 그만 아닙니까!

지난 번처럼 보습제만 종류별로 5통 넘게 사오시지 말구요!



쉬, 쉽지 않단 말이다....! 호통 좀 치지 말거라!



마침 잘 됐네요. 그동안 라미엘 님을 혹사 시켰으니 이번엔 두분이서 같이

보련 양이 있는 워터파크 마사지샵에 방문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사라카엘님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이번 지출을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모쪼록 두 천사님 모두 피로를 회복하실 수 있길 바라고요.



빛이여...



잠깐만요, 베로니카?

저는..



회계 장부 정리 업무가 아직 미진행 상태라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당장 내일이 주일인데 과연 하루 안에 처리 완료가 가능한지 걱정입니다. 



앗, 아아..




베로니카에게 물어뜯기는 아자젤을 뒤로 하고 사라카엘과 라미엘은

워터랜드 내의 마사지샵으로 가기 위해 잠수정으로 이동했다. 




보련의 관리를 받는 것 자체는 좋지만 숙소에서 나오니 벌써부터 피곤하구나. 

귀찮은데 그냥 카페 가서 시간이나 보내다가 돌아가는 건 어떤가?



.........



빛이여....



에잇, 과묵한 자 같으니라고. 그대는 그저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

「내가 네 갈 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라리로다」



사라카엘이 라미엘의 가는 팔목을 잡고 이끌어 오르카 카페로 향하고자 발길을

뗀 순간 작은 그림자가 둘의 앞을 가로막았다.




왠지 그러실 것 같다고 베로니카 님이 감시를 요청하셨습니다.

잠자코 마사지샵까지 동행해주셔야겠습니다, 사라카엘 님. 



큭, 그녀석..... 눈치만 빨라져서는..




못마땅해하며 뚱한 표정이었던 사라카엘이었지만 잠수정이 출발하자

곧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 바닷속의 풍경을 구경하면서 기분이 풀렸는지

연신 날개를 파닥거리거나 엔젤에게 물고기의 감정도 읽을 수 있는지

물어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동 시간이 상당히 길어지자 마침 엔젤이 챙겨온 화제의 보드 게임을 하고

엔젤이 챙겨온 간식거리를 먹은 후 라미엘의 무릎을 베고 쪽잠을 자기도 했다. 




....뭔가... 철없는 여고생 자매님을 돌보는 것 같네요. 



...




잠시 후




와~! 천사님들 너무너무 오랜만이예요~! 스발바르 제도가 근무지로 정해져서

못뵈게 된지 너무 오래된 거 같은데 그동안 잘 지내셨죠? 저희는 진짜 너무나

바빠서 매일 매일이 축제인가 싶을 정도랍니다!



그, 저번..



다행히 지금은 대기열이 많이 줄어서 아마도 5분 정도만 기다리시면 될 듯해요!

아! 결제는 이쪽에서 도와드릴게요. 세 분 맞으시죠? 그러고 보니 교단 결제 처리

방식은 통상적인 오르카호 내의 결제와는 결재선이 조금 달라서 시간이 걸려요. 



에, 아.. 엔.



일단은~ 후불 처리를 진행하고 추후에 담당자 이름과 함께 결제 승인 요청을

하면 되는 거였죠? 어떤 분의 앞으로 달아놓으면 될까요? 지난 번도 그렇고

지지난번에도 그렇고 보통 아자젤 님으로 하는 것 같던데 이번에도 그리 할까요?



잠깐만. 그..



아, 저는 두분을 인계해드리러 온 겁니다. 그럼 저는 워터파크에 가서 놀고

있을테니 끝나시면 레이스 님의 가게로 와주세요!




엔젤은 어느틈인가 벌써 수영복으로 환복을 마친 상태로 날개를 파닥 거리면서

손을 흔들며 뒤돌아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아하~! 그러면 두 분! 어떻게 할까요? 제가 알고 있는대로 예전처럼 진행하면

될까요? 아참! 그러고 보니 저번에 사라카엘 님이 보습제를 많이 사주셔서 꽤나

포인트가 많이 쌓여있을텐데 이번에 쓰실 거죠?



아니, 그.



결제랑 포인트 적립은 베로니카 자매님 앞으로 부탁 드리고요, 포인트 사용은

하지 않겠습니다. 얼마 전에 워터파크 내의 마일리지 위원회랑 코헤이 교단이

제휴가 되서 교단 내의 달란트를 포인트 전환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가능할까요?



아~ 사실 그게 저희쪽 업무는 아니고 환전소를 가시는 게 정확하실텐데,

근데 어차피 모두 연계되어 있긴 하고, 도와드릴게요! 

신분 번호랑 코헤이 교단 인증 번호 입력해주세요! 



네. 



라미엘이 흰손가락을 분주히 움직이면서 패널 안의 숫자를 선택했다. 



와우, 역시 교단 내의 입지적인 천사 님답게 달란트가 많이 누적되셨네요!

포인트로 전환 해드렸습니다. 교환비랑 계산 결과 화면에 띄워드렸으니까

계산이 맞는지 한번 확인해주시고요. 



감사합니다. 그럼 말씀 드렸던대로 저랑 사라카엘 님 예약 부탁드립니다.

혹시 언제쯤 입장 가능할까요?



아! 지금 마침 두 자리가 비었네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따라오세요!



보련이 토끼처럼 통통 튀면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두커니 서서 뭐하고 계신가요..



아, 그-그래. 지금 간다. 




사라카엘도 잰걸음으로 총총 라미엘의 뒤를 따라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마사지도 잘 받았고 이후에는 엔젤과 합류해 음료까지 얻어

마신 다음 즐겁게 물놀이를 마친 뒤 귀가하여 매우 만족스러운 주말이 됐지만


어쩐지 그후로는 라미엘을 대하는 게 쉽지 않은 사라카엘이었다.

힘내라, 사라사라 사라카엘. 



-fin




라마엘 - > 라미엘로 수정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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