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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3,500피트.

 

해가 붉게 떠오른 아침, 회장이 탄 비행기가 괌 기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PECS 001. 3마일 후부터 3300으로 하강 유지. 1번 활주로 RNAV 접근 허가합니다.]

"PECS 001, 3300으로 하강. 1번 활주로 RNAV 허가받았습니다."

 

前 사령관, 아니 펙스의 회장이 탄 전용기는 21세기, 미국이 잘 나가던 시기의 에어포스 원에 버금가는 큰 규모의 비행기였다.

그리고 그 비행기는 서서히 목적지인 괌 기지에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기장님, 혹시 기장님은 인간님을 태우고 운행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부기장 역할을 맡은 익스프레스76-8765가 문득 질문했다.

그러자 기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아니. 화물기는 몰아봐도 이런 건 처음이지. 그래도 너나 나나 실력을 인정받아서 여기 앉아있는 거니까 자부심을 느끼자고. 이제 펙스 콘소시엄도 국가처럼 굴러갈 예정이니까 말이야. 따지고 보면 이건 대통령 전용기쯤 되는 거라고."

[PECS 001. 괌 관제탑입니다. 1번 활주로에 착륙 허가합니다. 풍향 150에 풍속 4입니다.]

 

약간의 잡담을 하던 그들은 괌 기지의 무전에 다시 긴장하며 일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PECS 001. 1번 활주로 착륙 허가받았습니다."

"활주로 방향 277도. 오토 파일럿 해제."

 

[PECS 001, F-22 호위 편대장입니다. 현 시간부로 괌 기지 지상 방공으로 호위를 인계합니다.]

"지상 방공 호위 인계 인지. 수고하셨습니다."

"전파고도계 1,000피트. 착륙결심고도 밑으로 하강. 착륙복행 점검표 확인."

 

한순간의 긴장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회장이 탄 비행기의 조종석은 한시도 쉬지 않고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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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48m.

 

오로지 어둠만이 삼킨 곳.

일명 황해라 불리는 한반도 서쪽의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펄로 이루어진 곳이 많아 해저로 내려갈수록 시야는 차단된다.

 

그리고 불과 30분 전에 가라앉은 오르카 호는 바닥의 펄에 처박혀버렸다.

 

"방법은 없어."

 

망연자실한 분위기의 지휘관 바이오로이드들.

그리고 아직도 화가 난 채인 사령관을 향해 닥터는 희망을 잘랐다.

 

"엔진, 방향타, 함교... 그야말로 우리가 손 쓸 수 있는 곳은 모조리 물에 잠기거나 타버렸어. 마치 감옥에 갇히라는 듯이, 정교한 공작이야. 여기서 자력으로 탈출하려고 했다간-"

 

사령관은 화가 난 나머지 닥터를 들어다가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씨발... 천재라며. 천재라면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만들어야 될 거 아니야!!"

 

분노에 찬 나머지, 닥터를 향해 여러 차례 발길질을 했으나, 주변에는 도와줄 이 하나 없었다.

 

"커흑... 오... 오빠... 컼...!"

"오빠란 말 집어치워, 씨발년아!!"

 

한동안 계속된 구타는 닥터가 피를 토할 지경이 되어서야 멈췄다.

그리고 사령관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지휘관을 향해 말했다.

 

"내가 여기서 못 살아나가면, 인류가 죽는 거야. 그러니까 다른 애들한테 전해. 3시간 안에 방법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본보기로 누굴 죽여버릴 거라고."

 

그는 닥터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고는 유유히 문밖을 나섰다.

 

그제야 현실을 자각한 닥터는 한껏 웅크린 채 피가 섞인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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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문이 열리면 이제 괌이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폐하."

 

회장은 아까부터 안절부절못하며, 기내 의자에 앉아서 꼼지락대고 있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그는 오르카 호에서 버림받은 사령관 신세였건만.

본래 세계에서 여행이라고는 국내 여행밖에 못 가본 그는 이곳이 '괌'이라는 소리에 들뜬 모양이었다.

 

그런 시간이 얼마간 지나고, 탑승 계단이 비행기 출입구와 연결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출입구가 열리며 한 명의 여성이 경례하며 이곳으로 들어왔다.

 

"사디어스, 회장님께 인사드립니다. 먼저 연결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수고했어요. 그럼 바로 내려도 되나요?" 

"각하, 혹시 모르니 제가 먼저 내리도록 하지요."

 

발키리가 일어서서 출입구로 걸어갔다.

 

"당신이 바로 그......"

 

사디어스는 발키리를 보고 순간 움찔했으나, 곧바로 태도를 가다듬었다.

 

"원하시는 대로 하시죠, 발키리 님."

"...... 이상하군요. 징벌의 사디어스라는 이명에도 불구하고, 제게 존댓말을 쓰다니요. 제가 알기론 당신은 누구에게나 말을 놓는 바이오로이드였던걸로 기억합니다만."

 

약간 놀란 눈치의 발키리는 사디어스를 향해 물었고, 사디어스는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회장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아... 모르셨나요? 회장님 옆의 두 분께는 특별히 더욱더 '예의를 차리라'는 레모네이드 파이 님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파이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거...에요?"

 

회장은 소싯적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처음 보는 바이오로이드인 사디어스를 향해 존댓말을 쓰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회장님. 발키리 님은 '직속 경호처장', 아르망 님은 '직속 정책실장'으로 네트워크 등록이 되어계십니다만."

 

아르망은 잠깐 눈을 껌뻑이며 회장을 바라보았으나, 회장은 그게 대체 무슨 뜻인지 몰라 똑같이 눈을 껌뻑였다.

 

"그, 그 말은 저희 둘이 폐하의 옆에서 보좌하는걸 파이 씨가 허락했다는 건가요?"

"그렇겠죠?"

 

파이의 얀데레스러운 면모를 충분히 봐온 발키리와 아르망은 약간 의문에 빠졌으나, 사디어스는 어찌 되어도 좋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그럼 이제 내리셔야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저희 '시티 가드'가 회장단 여러분을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이윽고 그녀의 안내에 따라 전용기에 연결된 계단을 내려오는 회장과 발키리, 아르망은 압도적인 광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께 대하여 받들어총!"

"추웅~성!!"

 

미스 세이프티와 켈베로스 수십 기가 활주로 앞에 소총을 들고 사열하고 있었고, 그 뒤를 이어 램파트, 펍헤드 수십 기가 늘어서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계단을 따라 이어진 레드카펫의 좌우로는 더치 걸들이 예복을 입고 꽃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아... 아니... 이렇게까지는......"

 

회장은 너무나 격한 환대에 말문을 잇지 못했다.

 

당연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이오로이드에게 버림받았던 그였으니.

 

이런 환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혹시나 또 이들을 실망하게 해서 버림받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박혔다.

 

그런 그의 손을 살며시 잡은 건, 다름 아닌 발키리였다.

 

"계단 내려오실 때 조심하십시오, 각하."

 

그녀는 그의 생각을 읽고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회장에게 있어서 발키리와 아르망은 그 생지옥에서도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이기에 그런 나쁜 생각을 한 번에 흩어버릴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사디어스 씨, 이런 환대는 폐하께서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음, 아르망의 이야기가 맞아. 사디어스 씨, 일단 경례라도 내려주세요.”

 

레드카펫을 밟으며 걸어가니, 이젠 캐럴라이나와 아크로바틱 써니의 축하 공연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회장님 직접 지시에 따라 경례는 풀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번 환대행사는 제가 지시한 것이 아니라 레모네이드 파이 님이 지시하신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는 아르망을 뒤로 한 채, 회장은 경례를 푸는 미스 세이프티와 켈베로스 무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무리에서 갑자기 한 명이 쏜살같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뭣-"

 

사디어스는 미처 대응하지 못했으나, 그보다 한발 빠르게 발키리가 회장의 앞에 나서서 방호역할을 자처했다.

혹시나 모를 통증을 대비하며 눈을 찡그린 발키리는 순간 '포옥'하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알비스! 죄, 죄송합니다!"

 

이어서 주황색의 생머리를 흩날리며 뒤따라 나온 바이오로이드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근처에 대기 중이던 프로스트 서펀트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공중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알비스, 꼬옥 안고 싶었어!!"

 

하얀 단발머리의 소녀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소녀의 얼굴은 조금 굳었다.

 

아마, 자신이 껴안으려던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껴안았다는 것에 대해 놀람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놀람이 소녀에게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건 계속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던 주황색 생머리의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발... 키리 언니?"

 

그리고 발키리 역시 놀란 눈치였으나, 이내 침착하게 말했다.

 

"아니요, 저는 당신들이 아는 그 '발키리'가 아닙니다."

"발키리 님, 죄송합니다. 즉시 이들을 구금하겠습니다."

 

사디어스는 곧장 펍 헤드에게 명령하여 구속하려 했다. 

하지만 회장이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린아이가 한 실수인데, 너무 가혹한 거 같아요."

"각하, 이들도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맞습니다. 하지만 오르카 호의 자매들과는 다른 자매들입니다."

 

아르망은 머리를 몇 번 톡톡 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확실히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부대는 멸망 전쟁 중에 전멸했지요. 그 후에 불굴의 마리 씨 덕분에 레오나 씨가 부활에 성공해서 재건했고....... 하지만 그 당시에 말단 병사들까지 모두 죽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분들은 오르카 호에 계시는 분들과는 다르게 '멸망 전쟁' 전부터 생존해있던 분들이란 뜻으로 '다른 자매'라고 표현하신 건가요?"

"그런 셈이지요."

 

발키리는 알비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다시 말해주었다.

 

"저는 새로 생산된 발키리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알던 발키리와는...... 다르답니다. 미안해요."

"그, 그렇구나아......"

"정말 죄송합니다, 알비스가 아직 철이 없어서......"

 

회장과 그 측근인 발키리와 아르망은 이번 사태를 그러려니 넘기려고 했지만, 주변에 있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싸늘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눈치챈 회장은 얼른 알비스를 불렀다.

 

"그러고 보니 너는 어째서 나를 껴안으려고 한 거니?"

"어... 그야 이 쪼꼬바를 주려구! 예전 발키리 언니는 친해지기 위해서는 단거 주면 좋을 거라고 했거든!"

 

'예전 발키리 언니.'

이 단어에는 수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아르망은 회장을 향해 살며시 귓속말했다.

 

"저들은 아마 전쟁 중, 전멸을 피해 살아남은 개체일 거예요. 어떻게 하시겠나요?'

 

귓속말을 들은 회장은 알비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구나, 그럼 초코바 하나만 줄래?"

"잠시만... 베라 언니가 쪼꼬바 챙기는 걸 되게 싫어했거든."

"거기서 제 이야기가 왜 나오나요!"

 

그런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알비스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작은 초코바 하나를 회장에게 건넸다.

그리고 말릴 틈도 없이 그대로 입에 집어넣었다.

 

"음, 맛있네."

"그래? 그럼 그거 먹으면서 우리 이야기 들어볼래?"

"죄, 죄송합니다! 이제 데리고 갈게-"

 

베라의 그 말은 회장의 검지손가락에 막혔다.

 

"베라 씨죠? 서로 만난 건 처음이긴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가 초코바도 주면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는데. 조금은 시간을 들여도 되지 않을까 해서요."

 

그의 말을 듣고 베라는 몇 초간 가만히 있더니, 이내 알비스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은 알비스의 행동력에는 어쩔 수 없다는 한탄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바이오로이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상한 인간님'이라는 안도감이 더욱 묻어나오는 한숨이었다.

 

"폐하, 가슴 따뜻한 순간에 죄송합니다만 저기 공연팀은 이제 쉬라고 할까요?"

 

공중 대기 중이던 프로스트 서펀트마저 다시 지상에 착륙했음에도 불구하고, 캐럴라이나와 아크로바틱 써니는 누구의 시선도 받지 못한채 계속해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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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 호의 수복실.

 

몇 시간 전에 내뱉은 그의 말은 실제로 이루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내가 분명히 말했지? 안 하면 죽이겠다고. 당장 끌고 와!!"

 

수복실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에 브라우니 2명은 알비스를 양팔에 낀 채로 끌고 왔다.

 

"사... 사령관님? 나, 뭐... 뭔가 잘못한 거야?"

 

알비스는 두려움이 잔뜩 담긴 눈을 한 채, 온몸을 벌벌 떨면서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글쎄? 잘못은 내 뒤에 있는 애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겠지?"

 

사령관의 뒤에는 라비아타, 불굴의 마리, 철혈의 레오나, 신속의 칸, 로열 아스널, 홍련, 블러디 팬서, 슬레이프니르, 블랙 리리스, 오베로니아 레아가 나란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놀란 눈을 한 것은 다름 아닌 레오나였다.

 

"사, 사령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하아? 무슨 짓이냐니. 너희들이 내 명령을 못 지켜서 그런 거잖아?"

"하, 하지만 우리는 자력으로 탈출할 수가-"

 

'퍽'

 

사령관이 그녀의 복부를 걷어차자, 레오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이 씨발년이!!"

 

'퍽!'

 

"하는 말마다 왜 토를 달아, 토를!!"

 

'퍽'

 

몇 번 정도 레오나를 발로 밟은 이후, 그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총을 뽑아 들었다.

 

"너희 지휘관들, 잘 들어.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야. 내가 죽으면 너희도 끝이고, 이 세상도 끝이야!! 씨발, 원래 스토리가 그렇다고!!! 근데 빡대가리처럼 모자란 너희들이 제대로 날 따라주지 않아서 이 꼴이 난 거 아니야!!"

 

그리고 그대로 천장을 향해 한 발을 쐈다.

 

'타앙'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지휘관들을 포함한 이 자리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움찔했다.

 

"그래서 기회를 주는 거잖아, 기회를. 응? 나를 이 물 밖으로 꺼내라고. 오르카 호를 수리해서 띄우던 어떻게든 해서 날 살려내라고. 그러면 내가 너희들을 다시 생산해준다니깐?"

 

사령관은 이윽고 권총을 알비스의 머리에 겨누었다.

 

"근데 너희들이 날 죽이려고 하잖아. 응? 그러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사... 사령관님... 아... 아... 알비스가 간식 많이 먹어서 그런 거면 요, 용서해줘. 아... 앞으로 베라 언니-"

 

'탕!'

 

"앵알앵알 시끄럽네."

 

알비스의 머리에는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바이오로이드인지, 곧장 이마에 구멍을 내지는 못했고 두개골에 금이 갔을 뿐이었다.

 

"아파아아아아아아아!!!!!!!!!!!"

 

알비스를 옆에서 붙들고 있던 브라우니들은 강렬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를 보고 넋을 놓고 풀어주었다.

그러자 알비스는 벌벌 떨리는 자신의 손으로 이마를 누르며 바닥에 뒹굴었다.

 

"아파아아아!!! 살려줘!!!!!!"

"하... 씨. 꼴에 바이오로이드라고. 야, 브라우니."

"이... 이병 브라우니-1357."

"네 소총으로 갈겨."

 

뒹굴고 있는 알비스를 보고 어찌할 줄 모르던 지휘관들은 사령관의 그 한 마디에 얼어붙었다.

 

"주, 주인님. 저희가 어떻게든 탈출 방법을 찾아볼 테니-"

"라비아타? 이미 늦었다고. 더 일찍 했어야지. 응?"

 

사령관은 브라우니-1357의 얼굴을 붙잡고, 강제로 알비스를 바라보게 했다.

 

"살려줘!!! 아파아아아아아!!!!!!!!!!!!!!!!"

"야, 브라우니. 너도 씨발 이렇게 뒹굴고 싶냐?"

"아... 아닙니다..."

"그럼 어서 쏘라고!!!"

 

브라우니-1357은 자신의 상급자인 불굴의 마리를 바라보았다.

 

'제발, 어떻게든 해주십시오'

 

그런 간절한 눈빛을 마리에게 보냈지만, 그녀는 그저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브라우니-1357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소총을 견착했다.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투에 참여한 그녀였지만.

 

바이오로이드.

그것도 자신의 동료였던 어린아이를 쏘라는 것은.

 

본능적인 거부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계속해서 아프다며 뒹굴고 있는 알비스를 향해.

브라우니-1357은 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그... 그만둬... 사령관..."

 

레오나는 '철혈'이라는 이명에 맞지 않게, 울먹거리며 사령관의 발목을 붙잡기 위해 기어갔다.

 

"자... 잘못... 했어... 그러니까... 저 아이는... 제발......"

 

혹시라도. 만에 하나.

사령관이 이 명령을 취소할지도 모른다.

 

그런 일말의 기대를 품은 브라우니-1357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잘못했으면 벌 받아야지, 안 그래?"

 

정말.

이 사람이 우리를 이끌던 사령관이 맞는가.

 

이전 사령관과는 다르게 훌륭한 전투 지휘와 더불어 왕성한 성욕은 오르카 호의 그녀들의 생존과 성욕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사령관에게서는 그저 공포감이 느껴진다.

우리를 향한 사랑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애당초, 그 사랑은 거짓이었던 말인가?

 

그런 질문들이 이 자리에 있는 지휘관 개체를 포함한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의 뇌리에 박히기 시작했다.

 

"짜증 나네."

 

계속해서 벌벌 떨던 브라우니의 소총을 뻣어들고, 사령관은 계속 아프다며 울면서 뒹구는 알비스를 향해 총알을 퍼부었다.

 

'타타타타타타탕!'

 

"아아아아아아!!! 아! 커흑!! 케윽!!! 풇캬학-"

 

알비스의 몸에 구멍이 생기고, 새빨간 색의 웅덩이가 만들어진다.

 

"케웩- 쿨럭- "

 

날숨이 나와야 할 입에서 진득한 핏덩이가 끊임없이 나왔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사시나무 떨듯이 흔들리는 손은 마치 구원을 원하는 것처럼 레오나를 향해 있었다.

 

'살려주세요. 대장님.'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지만, 그녀는 레오나에게 분명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비스의 작은 손은 힘없이 툭 하고 떨어졌다.

 

"아... 아아...!!"

 

레오나는 신음을 내며 알비스를 향해 왼쪽 팔로 천천히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령관은 그런 레오나의 배를 걷어찼다.

 

"이 새끼가. 정신 안 차려?!"

 

그러나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의 부대원이자, 가족 같은 알비스가 죽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우니까.

 

사령관도 흥미가 떨어졌는지, 소총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 말했다.

 

"잘 들어. 지금부터 내가 지상으로 탈출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알비스의 시체를 발로 차며, 사령관이 말했다.

 

"무작위로 쳐 죽일 테니까, 당장 방법을 찾아내!!!"

 

그렇게 오르카 호의 공포는 시작되었다.

 

 

 

.

.

.

.

.

.

 

 

 

콰앙!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가 집무실 안에 울려 퍼진다.

그 소리의 근원인 파이는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었다.

 

"유미... 제발 연락 좀 받아요!!"

 

오르카 호에 침투해있던 커넥터 유미.

 

파이가 각성하기 전이나 후나.

유미는 자신의 일개 부하에 불과했다.

 

하지만 파이에게 있어서 바이오로이드의 목숨은 소중했다.

그 정도 상식과 감성은 그녀에게 충분히 있었다.

 

그런 것도 없었다면, 일곱 주인이 실세였던 시절에 이루어진 부조리를 느끼지 못 했을 테니까.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진정한 주인님'의 적은 그게 누구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끝장을 본다는 것뿐.

 

따라서 커넥터 유미에게는 비밀지령을 통해 오르카 호에 반란이 일어날 터이니, 미리 탈출해야 함을 알렸다.

그러나 계속해서 들려오는 보고는 '부유물 중에 커넥터 유미는 없음.'

 

멸망의 메이가 이끄는 둠브링어도 신경 쓰였지만, 언제든지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파이에게 있기에 상관없었다.

 

하지만 유미는 다르다.

그녀의 생사는 확신할 수 없다.

 

이것은 적게나마 파이가 가진 '오르카 호에 있는 녀석들과 나는 도덕적으로 다르다'라고 하는 정신적인 자존감의 문제이기도 했다.

 

"내가 동료를 죽였다는 것은 있을 수가-"

 

순간, 아주 미약하게나마 통신 하나가 급하게 들어왔다.

 

"이 신호는......"

 

파이는 유미의 비밀통신 신호를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흠... 양자 간 통신은 어렵고, 일방통행으로 패킷만 주고받을 수 있는 상태라...”

 

모든 시스템이 마비된 오르카 호가 해저에 가라앉아있는 상황이니, 이렇게라도 통신을 하는 유미의 실력이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문득 기존의 리리스가 아닌 레모네이드 파이로서의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유미에겐 좀 미안하지만...... 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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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못난 글 봐줘서 고맙다.


이젠 한글오피스가 내게 명령함.


그리고 좀 쉬고 올랬더니, 왜 이렇게 반응이 뜨겁누...... 

라붕이 무섭다. 그래서 써왔음.


이번엔 진짜로 쉬었다가 다음주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