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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국어 단편소설 토의 시간이 돌아왔다.


'단편A'와 '단편B', 그중 우리 조는 '단편B'를 선택했다. 나는 성소수자에 관해 다룬 '단편A'가 마음에 끌렸지만, 차라리 다른 두 조가 이 소설에 대해 발표하는 것을 지켜보기로 했다. 성소수자가 아닌 이성애자가 성소수자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소에 궁금하긴 했었다.


나는 토의를 진행하면서도, '단편A'를 다루게 된 조에서 어떤 말이 오고가는지 엿들으려 하였다. T는 소설 내용도, 주인공의 상황도 이해되지 않는다 말했다.


"너 게이 혐오하냐?"

하고 G가 묻자, T는


"어, 혐오해."

라고 답변하였다.


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예상하고 있었으면서 뭘 기대한 건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기득권층인 우리 학교 학생들이 성소수자를 곱게 볼 리 없었다. 그러나 예상하고 있다고 상처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오랫동안 좋아해온 T에게 넌지시 카톡으로 물어보았다.


"그것('단편A')도 할 얘기 많지 않아?"

"그래?"

"도무지 주인공에 공감할 수 없는 사람이거나 주인공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라면 아니겠지?"

"나인 듯"


나는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급격히 침울해졌다. 학습 공간(학교 독서실)로 가는 길, 내비치는 따뜻한 가을 햇빛은 겨우겨우 내 부정적인 감정을 상쇄해냈다.


점심시간에도 나는 의도치 않게 혐오 발언을 엿듣게 되었다. 역겹다느니, 더럽다느니, 그런 식의 원색적인 표현이 옆자리에서 오갔다. 나는 다행히 그때 밥을 다 먹었기에 그 자리를 빠르게 피할 수 있었다.


갑작스레 마음속에 한이 맺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몸이 무겁고, 마음이 무거울 뿐이었다. 나는 순진하게도, 세상이 많이 변한 줄로만 알았다.


나는 차라리 울고 싶었다.

속이 시원해지도록 울고 싶었다.


나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미친 듯이 노력한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른다 한들 나는 멸시당할 것이다. 아무리 노력한들 절대 행복해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또 울고 싶어졌다.

울다 지쳐 잠들고 일어나도 나는 여전히 성소수자일 것이다.


학교에서 퀴어 소설을 다룬 사실이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원망스러웠다. 답답한 마음을 끌어안은 채로 난 학교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