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cm가 넘는 큰 키에, 모델을 뺨치는 것을 넘어 망치로 후려칠만한 어마어마한 비율과 몸매, 대형기획사 사장이 스카우트하려고 사정사정할만한 아름다운 외모의 2살 연상 옆집 누나가 감기걸린 나를 간호해준다면 어떤 느낌이겠는가?


몇달전까지만 해도 망상이였던 일이, 지금은 현실이 되어 있다.


몇달전에 이사 온 아파트의 옆집에 살던 누나와 점점 친해졌고, 공통사와 취미를 공유하다보니 더더욱 가까워져 사귀게 되었다.

이렇게 우월하고 예쁜 여자가 내 연인인데다 헌신적인 성격이기까지 하다니 복받은게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누나에게도 단점이 하나 있었다. 


집착이 극도로 심하다는 것.


이게 좀 크다.


가족에게도 외면받고, 어릴적 운동에 매진하느라 친구들과의 인간관계를 잘 맺지도 못하고, 원체 과묵한 성격 탓에 의지하고 사랑할 사람이 없었던 탓에 그녀는 유독 집착이 심했다.

여자는 물론이요. 동물이나 동성인 남자가 내게 다가오는 것도 싫어했다. 


"저... 괜찮아요."


나는 애써 웃으며 이불을 걷어 내리려고 했다.

그러나 싸늘해보일정도로 단호한 얼굴의 누나는 내 목까지 이불을 끌어 올렸다.

그녀의 보석같이 아름다운 큰 눈은 살짝 빛을 잃은채로 나를 가만히 노려봤다.


"저.... 진짜로 괜찮은데.. 누나 오늘 훈련 안하러 가셔도.."


"준우야."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착 가라앉은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에 꽃힌다.

저절로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나를 보더니 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내 앞머리를 부드럽고 하얀손으로 상냥하게 쓰다듬어준다.

어느새 변한 화사한 미소와 함께.

 

"누나는 준우가 아픈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 알았지?"

"그러니까아... 한동안은 집에만 있자?"


"저기... 그냥 사고였을뿐이에요.."


"응응, 알고있어. 만취한 여후배를 부축해주다가 크게 넘어진거잖아?"

"준우도 잘못이 있어. 그 후배가 취한척 너를 꼬시려고 했으면 어떻게 했을거야?"

"준우가 자꾸 누나 곁이 아닌 다른 곳을 돌아다니니까아... 다치고 아픈거라고.."

"그래서, 준우는 우리 집에서 못나가."


"네?"

"하..하지만.. 저,저 정말 괜찮고... 할 일도 있어서.."


"할 일은 우리 집에서 하면 되는거고, 대학도 휴학한 마당에 바쁠것도 없잖아."

"누나가 준우, 잔뜩 요양해줄게."


누워있는 나를 애정가득히 쓰다듬는 그녀는 어느새 눈빛이 요염하게 변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