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이딴 것도 보고서라고 써왔냐? 줄간격, 글자크기도 제대로 못 지키면서 대학은 어떻게 나왔냐? 내일 아침 미팅 전까지 제대로 해서 내 책상 위에 제대로 올려놔. 알겠어?!''

''...알겠습니다.''

지는 맨날 주식차트 틀어놓고 업무시간에 손발톱이나 깎아대면서 정시퇴근은 꼬박꼬박 챙겨먹는 배불둑이 민머리 아저씨 주제에.

그리고 보고서 어제 니가 갈아 엎으라기에 고대로 갈아 엎었잖아 병신아. 하라는 대로 했는데 지가 왜 지랄인데? 내가 작성 메뉴얼대로 할때 분명 이거 아닌거 같다고 얘기했지만 네가 쌍심지 키고는 반려하더니 결국 이사달이 났네.

내가 이런 곳 다니려고 학자금 대출에 알바까지 하고, 스펙에 밤세워 GPA 관리까지 한 줄 아냐?
하... 씨발, 더러워서 못해먹겠네.

야, 다들 나 측은하게 보지마. 내가 지금 누구들 뒷치닥거리 하면서 이러고 있는데? 나 없었으면 니들이 뒤집어 써야하는 똥바가지야. 알아?

거기 차장님, 미안해하면서 눈웃음이나 치지마.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40 먹은 아저씨 눈웃음 치는 거나 보면서 힘내냐? 아니 대체 뭔짓을 했길레 엑셀 함수도 제대로 못써가지고 대리급한테 다 떠넘기냐?

...뭐야... 인트라넷 메일에 임단협 결과 떳네? 그래 ㅋㅋㅋㅋ 이게 헬조선이지. 또 다시 동결? 자알 한다 잘 해. 노조와 사측의 공생? 얼탱이가 없네. 노조 니들 전부 사측 어용노조잖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아주.

...? 코로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격려금 반납?...
이딴데도 중견기업이라고 돌아가는 꼬라지 봐라.
지랄 맞은 상사,무능한 상사, 도망가는 신입, 임금 5년째 동결, 격려금 삭감 및 강제 공출...

거기에 이번에 재택근무하는 직원들은 추가근무 수당도 못받는다며? 회사 법무팀 변호사님들 참 대단해. 아휴 막 법률 조항 해석하는데 도가 텄어.

가방 안에 3년 동안 넣어둔 꼬깃꼬깃한 사직서를 한 번 더 본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집어들고 나간다. 굴비마냥 서랍속에 넣어두고 안피워야지 안피워야지 되뇌였는데 오늘로 금연 최장기록도 깨지겠구만.

''야! 김얀붕 대리! 어디가?''

''...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부장님.''

어차피 오늘 밤샘 각인데 담배 한 대 정도는 태워도 되잖아?

''좀 있다 가라. 너 밑으로 신입 들어왔다.''

아.

''또 제 밑입니까? 보고서도 써야하는데...''

''이 놈이 대리달면서 말대꾸만 늘어가지고는... 니가 부장해라, 아주? 응?''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 강얀순 사원, 들어와. 네 사수인 김얀붕 대리다.''

''안녕하십니까! 강얀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뭐... 예쁘네. 가녀리고. 스타일 좋고.
관상을 딱 보니 한 달 가면 많이 간다.

''... 반가워요. 김얀붕 대립니다.''

''야야, 김대리, 이제 또 잠깐 막내 탈출이네, 축하한다.''

박과장 이인간이 진짜.

''아...아니... 뭐 장난이야 장난. 그래도 저 신입은 복 받았네. 우리 김대리가 일 하나는 겁나 잘하는데 그런 사수를 다 만나고... 안그래?''

''...후후... 그럼 박과장님이 이번 주간회의 보고서 좀 대신...''

''어 미안하다, 지금 야드에서 좀 내려오라네.''

이 인간이 진짜...

''저...저기... 김대리님...?''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이번 코마린에서 강조해야 하는 부분은 우리쪽 함선은 종래의 함선들과는 다르게 누출되는 가스를 재활용 해서 함의 자원으로 사용하고, 결과적으로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야. 이걸 강조하는 ppt를 만들기 위해선...''

''아, 대리님, 여기에 스테빌라이저 핀...? 이라고 하는게 뭔가요?''

''이건 비행기의 날개 같은 건데 배가 좌 우로 흔들리는 롤링이라는걸 잡아주는 역할을 해요.''

''아아... 선배님은 그런걸 어떻게 아시는 건가요?''

''전 전공이 조선해양공학이었어요. 설계쪽으로 갈 줄 알고 지원했는데 갑자기 기술영업으로 보내더라구요.''

''아... 그러셨군요. 죄송해요 저는 경영학과라 잘 몰라서 항상 신세만 지네요. ''

''뭘 이런걸로 신세를...''

''그... 실례가 안된다면 혹시 선배라고 불러도 되나요?''

''아...네. 상관없어요.''

''후후... 얀붕선배...''

왠지 모르게 부끄럽다. 지난 3개월 간, 그녀의 사수로서 지도편달에 엄청난 힘을 썼다. 기본적인 서류작업 요령부터 각종 부서별 업무내용 및 협조요청 요령, 사무기기 사용 요령 및 보고체계도, 각종 기술용어 설명, 자체적으로 C언어로 코딩한 업무 프로그램 사용법 등등....

한 달 정도 버티면 많이 버티는 거라고 생각 했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무려 3개월- 후임 최장기록을 갱신중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날 따라서 잔업이나 야근까지도 같이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저기... 얀붕선배, 오늘 저녁에 시간되시나요?''

''아... 무슨 일이에요? 딱히 별다른 일정은 없는데.''

''요 앞에 선술집이 생겼는데, 거기서 한 잔 하실래요 ? 제가 살게요.''

''...저야 좋죠.''

''그리고 선배,''

''네?''

''이제부터 말 놓아주세요.''

''아... 그건 조금... ''

''선배~''

우와, 내 눈앞에 있는 이 귀여운 생물은 뭐야 대체.

''...알겠..어.''

''와, 선배가 드디어 말 놔줬어!''

아담한 그녀의 체구와는 맞지 않는 거대한 흉부가 육감적으로 흔들린다.

그런데 참아야 한다.

이제 난 여길 뜰 테니까.

어제 드디어 조선기술사 시험 결과가 나왔다.

합격. 합격이다.

최소한 기술사 있으면 굶어 죽지는 않는다.

그간 얼마나 노력을 해 왔던가. 야근 하는 틈틈히 설계랑 연구소쪽 사람들이랑 스터디를 하고, 몇년동안 일에 치여서 묵혀둔 전공책들도 다시 보고... 그러길 3년이다. 이걸 시작하면서 써둔 사직서를 이제 조만간 낼 차례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살고 싶다. 더 이상 착취당하고 싶지 않아. 임금도 짜고, 조직문화도 더럽고, 기술영업 하면서 선주들 접대나 하면서 집에 가면 토하기 바쁘고...

착실히 경력직 이직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이제 한 달, 한 달 후면 얀챈조선의 경력직 전형 최종 결과가 나온다. 합격만 하면 난 여길 빠져나갈꺼야.

얀순사원, 미안하다아아아아!



그 날 저녁-

''선~~~배에에에에... 얀붕 선배에에에에~~♡''

''얀순씨? 정신차리자 정신! 에휴... 왜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서는...''

''선~~~배에에에- 제가 선배에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아요오오오? 헤헤헿''

대체 왜이러는거야....

''안되겠다, 업혀라.''

''와! 업힌다! 우왕~ 선배 등 엄-청 넓고 단단해. 헤헿''

몰캉 몰캉-

왜 이렇게 들러붙냐... 신경쓰이게...

''쓰읍...하아... 선배한테서 좋은 냄새나요 히힣...''

야, 너 이거 성희롱이야 성희롱. 어? 남자의 성인지 감수성을 무시하지 마라. 그럼 어? 나도 깡패가 되는거야 임마!

''선배애가... 이때까지 너무너무 친절하게 다 알려주고, 다른 부장이랑 차장님이 막 뭐라구우 할때에 다~~ 감싸주고.... 힘든고 고민하는고 다 들아주구 할때 얼마나 머쪘는지 알아여어어? 푸히힛~''

''...''

미안하다... 선배가 쓰래기라 미안하다...

''선배애, 어디 가지 마요오? 항성 선배애는 나만의 선배니까아아~ 항상 내 옆에 이써요오? 아겠죠?''

''...휴우. 얀순아, 너 집이 어디야.''

''아아아아! 나 멀~쩡해요오오! 선배 집으로 기기. 2차 기기!''

''...택시!''

끼이익-

어쩔수 없나. 얘를 집에서 재우고, 나는 회사 숙직실에 가야겠다.

''얀챈아파트 109동으로 가주세요.''

기사님, 눈이 웃고 계신데요. 아니... 무슨 생각 하시는지 알겠는데, 그런거 아니에요.

얀순이를 우리집에 재우고, 난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경비반장님이 오늘 숙직실은 이미 다른 숙직 직원이 사용중이라 못쓰게 해서 사무실로 왔다.
... 여기서 씻고 자야겠구만.



뺨에 차가운 감촉이 든다. 눈이 번쩍 뜨인다. 바로 무릎을 쭈그리고 앚아서 눈앞에 캔커피를 들이대고 있는 얀순사원이 있었다.

''어억 뭐야!''

''푸하하하하핫! 선배, 뭐에요? 그 비명은?''

''아니... 그... 갑자기 차가운 느낌이 들어서 보니까... 네가 눈 앞에 있고...''

''아이, 선배도 참... 어젯밤에는 또 민폐를 끼쳐서... 제가 또 밥을 사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요오?''

다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산다면 술은 빼주라...
그리고 뭔가... 귀가 좀 찝찝한데... 뭐지?



'김얀붕님, 귀하는 20XX년 얀챈조선(주) 경력직 채용 전형에 최종합격하셨습니다.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출근 전 다음 사항을 잘 숙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합격이다.
모든게 아귀가 들어맞는다.

얀순이... 아니, 얀순사원을 위한 '사무의 정석'도 완성되었고, 합격통보도 날라왔다. 핸드폰도 다음주부턴 정지, 새로운 휴대폰도 오늘 개통했다. 남은건 사직서 제출인가.

점심시간이 지나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팀장실에 들어간다.

똑 똑-

들어와.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어휴... 이게 누구야. 우리 후배님 아냐. 어서 들어와. 자, 여기 앉아.''

''네...''

''표정을 보니... 뭔가 고민이 있나 본데... 무슨 일이야? 또 장 부장이 난리쳐?''

''...실장님.''

''그래그래... 후배님, 말하고 싶은거 있으면 다 말해봐.''

''...저... 이만 물러나고 싶습니다.''

꼬깃꼬깃한 사직서를 팀장님 앞에 두었다.

''...결국 그렇게 하기로 한거야, 김대리?''

''죄송합니다. 선배님.''

기술영업팀장- 그는 입사하고 만난 처음 만난 우리학교 조선해양공학과 20년 선배님으로 동문이라고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분이다. 물론 도음을 받았다고 해도 직속상관의 무능과 지랄맞음, 인사팀이 저지른 똥들을 한번에 치울수는 없었던 노릇이고, 애초에 이 회사 자체의 조직문화가 영 개판이었던 것이다.

''... 갈 땐 정해져 있고?''

''이전부터 조금씩 준비를 했습니다, 선배님.''

''그래... 다행이네. 자네같은 에이스가, 막말로 이런 곳에서 썩기는 아깝다고는 생각했지만... 조금 서운하기는 하구만.''

''항상 감사했고, 항상 죄송했습니다.''

''...그래. 새로운 곳에서도 잘 생활하고... 어딜 가는지 알려줄 수 있나?''

''...얀챈조선입니다.''

''거기 아는 사람이 조금 있어서. 내가 말을 좀 해둘게. 자네, 설계팀이나 연구소쪽으로 가고싶어 했잖아.''

''선배님, 그런걸 바란적은 이때까지 없었습니다. 부디...''

''내가 많이 부족해서 자네가 고생이 많았네. 이건 보너스 같은거라고 생각하게.''

''...감사합니다.''

''내가 자네였음 여기 사무실 집기 몇개쯤 작살냈을걸세. 참아줘서 고맙지.''

''흑...흑흑....''

''오늘 중에 수리할테니까, 자네는 주말동안이나 조용히 나와서 짐 정리하게. 팀원들한테는 내가 다음주에 알려줄테니까.''

''감사합니다.''

팀장님을 생각하면 죄송스럽지만, 더이상은 물러설 수 없다. 결혼도 해야하고,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쎃기에는 기술영업으론 수명이 짧다. 설계팀이나 연구소로 지금부터라도 다시 쌓아야 한다. 무엇보다 내 건강이 파탄 직전인 상황이니까. 그리고 나는 내 능력을 제대로 사줄 기업이 좋다.

''선배? 우셨어요?''

얀순 사원을 지나가다가 마주쳐버렸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괜찮으세요?''

''어어... 아무것도 아냐.''

''... 선배, 혹시 다음주 월요일에 시간 되세요?''

''...왜?''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일단 출근 해서 보자. 나도 잘 모르겠네.''

''...그럼...월요일에 출근해서 얘기해요. 꼭이요. 아시겠죠?''

''...알겠어.''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드디어 얀붕선배한테 내 마음을 전하기로 한 날이다. 이때까지 속여서 죄송하다고. 저 사실 이 회사 부회장 딸이라고. 내일부터 상무보로 승진하니까 나랑 같이 가자고.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앞으로의 인생도 같이 가자고.
선배를... 얀붕씨를 좋아한다고.

이때까지 그에게 너무나 많은 신세를 졌다. 내가 모르는 일도, 어리버리하던 일도 상냥하게 대해줬고, 내가 사고를 치면 혼자서 그를 다 감당해줬다. 내가 미쳐 몰랐던 회사의 실체로 힘들어할 때마다 내 말을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도와주고 해결해주는...

그는 내 기사님이다.
내 사람이다.

그래서 지난번에 선술집에서도 술에 취한척 연기까지 해가며 자신있는 몸으로도 유혹해보고 했지만, 이놈의 벽창호는 나를 본인 집에서 재우고 도망가더니 자기 혼자 불편하게 사무실에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물론 덕분에 선배의 귀를 물고 빨고 할 수 있었다♡. 그 통통한 귓볼을 쪽쪽 빨면서 달랑거리는데 얼마나 귀엽구 부드러운지... 하마터면 꽉 깨물어버릴뻔 했다.

여튼 오늘은 그가 나의 것이 되는 중요한 날인데...

왜 그는 오지 않는 것일까.

왜 책상 위가 깨끗한 것일까.

단 한권의 책- 사무의 정석이라는 두꺼운 책만이 그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럴리가... 없다고오오오!!!!!

''업무 시작하기 전에 한 거지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하던 김얀붕 대리가 사직했습니다. 이에 따라 업무분담이 다소 조정될 예정이니-''

실장의 말이 내 가슴에 박힌다.



살면서 그 이름을 다시 들을 줄이야.

'순애조선(주), 얀챈조선(주) 인수합병, 아카중공업그룹으로 재편성'

대체 얼마나 커진거냐, 순애조선.
한때 내가 몸 담았던 회사.
다시는 들을 일이 없을줄 알았던 회사.
그 회사가... 우리 회사를 인수했다.

안돼... 그럴리가 없어... 이제 겨우 1년 하고도 6개월이다. 비록 야근에선 벗어나지 못해도, 깐깐해도 내 능력을 인정해주는 상사와 수당은 제대로 챙겨주는 회사. 그리고 내가 바라던 설계팀 배정. 그걸 누린지 이제 1년 반인데. 다시 순애조선의 손아귀에 들어가다니.

절망감을 느끼며 사무실에 출근하던 중이었다.

''여어, 김 설계원-''

''아 예, 수석설계원님.''

''자네 인사발령났어.''

''네?''

''어디보자.... 아카중공업그룹 조선사업부문 경영전략실 자문위원.... 근무지는 강얀순 전무보실'
이라는데... 신설보직인가? 경영전략실에 인원이 전무보님이랑 자네밖에 없네.''

''...네?''

''한직은 아니니까 나보다 영전한 모양인데? 입사때부터 독하게 일하고 능력좋은 별종으로 소문이 자자하더니 축하해.''

우연이네. 전무보중에 내 후임과 이름이 같은 사람이 있다니. 우연일꺼야. 우연.

''아 그리고, 강 전무보님... 순애조선 출신이신데 혹시 자네랑 일면식 있는거 아냐? 나이도 자네보다 조금 어린데. 오너 일가니까 없었을 수도 있겠다.''

''...''

그럴리가 없어. 그녀는 오너일가가 아니니까. 음. 그렇고 말고.

어, 메일? 수신자가... 나? 발신자는... 강얀순?
두려운 마음과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본다.

'깉이 일하게 된 강얀순입니다. 얼굴이나 한번 보죠.'



''세상 참 좁죠, 선배?''

망했다.
그때 버리고 도망간 강얀순 사원을 이렇게 만날 줄이야.

''전무보님... 아무리 단 둘이라도...''

''지금... 제대로 대답 못하면 여러모로 곤란해질텐데.... 안그래요?''

차를 끌고 도착한 곳은 고급 술집의 큰 룸이었다. 술집은 통으로 전세를 냈는지 경호원들 외의 단 한명의 손님도 보이지 않았다. 룸에도 그녀 혼자였다.

쭈뼛거리면서 들어가자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 진실이었단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자신의 바로 옆자리를 손으로 톡톡 치며 앉으라는듯 신호를 보냈다.

지금 그녀는 내 어께에 한손을 두르고, 내 몸에 밀착해서 다른 손으로는 나를 끌어안아 오른쪽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평상시 대로라면 내 주니어가 기운을 발딱 차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닌걸 주니어도 잘 아는 모양이다.

''선배, 왜 그렇게 덜덜 떠세요? 제가 무서워요? 나름 얼굴이랑 몸매는 자신있는데. 키는 조금 작은가? 헤헤...''

''저기... 전무보님... 그때...''

몸을 때더니 오른쪽 뺨을 때리는 강얀순.
그리고-

''흐읍...흐그읍... 츄릅... 추릅...''

그리고는 덮쳐오는 입술. 얽혀오는 혀. 그녀가 거칠게 그녀의 타액을 내게 먹이고, 내 타액을 빤다. 하나도 남김없이 빨겠다는 듯이.

몇분이나 지났을까.
내 주니어가 상황파악을 포기하고 멋대로 뻣뻣해지기 시작한다.

그녀가 입을 떼자 길고 외설스러운 실이 생긴다.

''말투. 예전처럼.''

''얀순사원...''

''정신 못차렸네?''

다시 덮쳐오는 그녀. 거칠고 탐욕적인 키스를 다시 이어간다.

드러난 상반신, 무릎 위에 마주보고 걸터 앉은 얀순.
그녀와 나의 거리. 0m.

''다시.''

''얀순아.''

''...선배...''

''...미안해.''

''...그걸로 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

''... 그 날. 그 날 다 밝힐 생각이었어요. 제가 누군지, 제가 선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부.''

그녀의 호의를 알고 있었다. 눈치를 못챈다면 바보다. 아니, 고자가 틀림없다. 그래서 더더욱 그녀를...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못하고, 그녀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내가... 내가 잘못...''

''닥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혼자... 그렇게 도망가서... 저한테서 도망쳐서! 즐거우셨어요? 행복했어요? 행복했냐구요!!''

''...''

''...저는 솔직히 말하고... 이 모든걸 뜯어 고쳐버려서 선배랑 행복해질 수 있을줄 알았는데... 어째서... 그날 그렇게 말도 없이! 혼자 멋대로! 멋대로오오오!!!!''

내 품에 마주보고 안긴채 소리치는 그녀의 얼굴을... 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잘못한 줄 알면 입 닫고 제말 들어요.''

그녀의 눈이 죽어있다.

''이제 당신, 어디도 못가. 당신은 내 꺼야. 절대. 절대절대절대절대절대절대...''

얇은 팔에서 어떻게 이렇게 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구석에 몰려서 멋대로 키스당하고, 얀순의 한 손으로 내 몸 구속당한다. 얀순의 다른 한손은 거칠게 바지의 벨트를 푼다.

얀순은 벨트를 다 풀어버리고 나의 바지를 내리기 위해 일어선다. 그녀의 고간이 닿았던 내 바지의 사타구니는 이미 그녀의 애액으로 축축하고, 그녀의 고간 사이에는 액이 실타래처럼 이어졌다.

나는 술이 약하다. 맥주 한 캔이 주량의 전부다.
그런데 오늘 얀순이 위스키를 잔뜩 먹인 탓에 몸이 힘이 하나도 들어기지 않는다.

완전히 풀어해쳐진체 소파에 널부러진 나를 얀순이 탐닉해온다. 나의 입, 나의 목, 쇄골, 젖꼭지, 목젖, 그리고 배와 배꼽으로... 남김없이 그녀의 키스 마크와 이빨자국이 새겨진다. 온 몸이 뜨겁고, 그녀의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 아찔한 냄새가 진동한다.

''츄릅... 하앙... 하아.... 잘 들어요, 얀붕 선배. 이제부터 당신은 저와 모든걸 함께 할꺼에요. 제가 선배의 주인이고, 당신이 저를 버려버린 1년 반을 꾸욱 참았아요. 이제 그 벌을 받을 차례에요.''

얀순이 누런 서류봉투를 꺼낸다. 무슨 서식이 있는 서륜데 자세히 볼 겨를이 없다. 얀순이 숨을 몰아쉬며 그 서류에 내 지장을 찍는다.

''... 이걸로 서류는 됐으니, 몸으로 가르쳐 줄게요. 당신의 주인이 누군지, 누가 옆에 있어야 하는지.''

이미 자극도 없는데 빳빳해진 나 주니어에 더 피가 몰린다. 얀순이 개걸스레 침을 잔뜩 뭍히고 거칠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빨아온다.

''헤에... 선배... 이나이 되도록 포경도 안한거에요?''
얀순이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귀두의 표피를 살짝 벗기고는 막대 사탕을 물고 빨듯이 빤다.

''응...아앗...응''

''츄릅...츄르릅... 후르릅.... 아... 선배의...자지이이잇... 계속... 후릅.... 빨고싶어...''

''아...아앗...으읏...''

''후훗... 선배... 아니, 자기야... 너무 귀여워♡ 키 180 넘으면 뭐해? 이렇게 츄릅.... 후웁... 하아... 여자애 같은 소리를 내는데....''

''하...하지마아....''

''뭘... 하지마? 츄릅츄릅... 나.... 1년 하고도... 쪼옥...쪼옥... 한 달을 더 참았어. 하아... 하아... 그날 기억나? 자기가 집에서 재워준 날. 그때도 취한척 연기한다고... 쪼옥... 츄릅♡ 얼마나... 힘들었는줄 알아? 근데도.... 안...넘아오더라? 하읍...''

''...얀순아아.... 나.... 나올것 같아...''

''처음은 아래로 받아가려고 했는데, 안되겠네. 입에 싸버리고, 벌로 아래로도 잔뜩 받아..갈게요?''

결국 얀순의 입에 잔뜩 싸버렸다. 얀순은 나한테 액을 머금은 혓바닥을 살짝 보여주더니 금새 꿀떡 삼켜버린다.

''아...안돼... 그런거... 삼키는거.. 아니야...''

''그죠오♡ 그럼 삼켜야 하는 곳으로 다시 삼킬게요?''

얀순이 내 위에 올라탄다. 축축해진 그녀의 검은색 속옷을 벗는다. 진정할 줄 모르는 내 주니어를 잡고 그녀의 끈적거리는 균열로 밀어넣는다.

그녀의 안은 끈적거리고 부드러웠다.

''하읏...아앙....선배의 자지... 드디어... 내 안에...''

그녀의 애액이 붉어졌다. 이건... 피... 피?!

''저.... 처음... 자기가 가져가버렸는데... 책임... 하읏... 져주세요? 아응~''

''...얀순아, 너 아픈거 아냐? 괜찮아?''

''바보오....하응~ 자기 때문에 앙♡ 얼마나... 축축한데... 앙♡ 아플꺼라고... 하앙♡ 생각하는 거에요오오! 바보같이... 따먹히는 주제에...하응... 남 걱정이나 하고오오!''

얀순이가 그상태로 옷을 벗는다. 검은색 브라까지 벗어던지고, 피스톤 운동을 강화한다. 탐스러운 유방이 내 눈앞에서 출렁거린다.

''하읏...아앙... 앙... 앙♡ 너무... 좋아... 하읏.... 빨리... 젖꼭지... 빨아줘요... 아읏.... 근질거려... 제발...''

힘을 쥐어짜서 그녀의 가슴을 만진다. 말랑거리고 탱탱하다. 내 얼굴만한 탐스러운 과실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녀의 달콤한 향수와 부드러운 채취에 휩싸인다. 이어 젖꼭지를 빤다. 이미 그녀의 핑크빛 젖꼭지는 빨딱 서있다.

''하응~ 앙~ 앙~ 앙~ 자기야... 그거야.... 너무... 좋아앗!''

점점 더 빨라지는 피스톤 운동, 이미 그녀의 하복부에서는 오줌같은 물이 나와 내 복부를 적시고 있다. 그녀의 안쪽도 나를 점점 죄여온다.

''얀순아... 빨리 빼! 나... 곧....!''

''...자기야, 자기는 아들이 좋아요? 아응~ 딸이 좋아요? 하응♡''

''으...너.... 그거 지금 무슨 말이야!''

느낌이 불안하다. 이건 빼야한다.

''또 도망가시려구요? 어림도 없어요, 이젠♡''

얀순이 내 귀를 빨며 속삭인다.

''자기야, 아빠 된걸 축하해♡''

내 이성이 날라가며 사정감이 차오르고, 마침내 거대하게 싸버렸다.

꿀럭- 꿀럭-

그녀의 자궁이 내 정액으로 가득 차는게 느껴진다.

''자기야...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는거 아니지? 아들, 딸 다 낳아버리자?''
얀순의 매혹적인 말과 함께- 지독한 쾌락지옥이 시작되었다.

수도 없는 질내사정 끝에, 얀순은 나와 이어진 채로 내 위에 엎드려서 잠들어 버렸다.



내가 그날 혼란 속에서 찍어버린 서류는 바로 혼인신고서였다. 얀순은 그 다음날 바로 구청에 서류를 제출했고, 회사 인트라넷에는 바로 결혼 소식이 올랐다.

찌걱- 찌걱-

''자기야, 읏, 인트라넷에, 하읏, 우리 결혼한거, 앗흥, 올렸어, 하읏.... 반응이, 응, 뜨거운데?, 하응...''

내 자리는 강얀순 바로 옆. 그게 내 인사발령이다.
사실 그건 명분일 뿐이다. 얀순의 밑이든, 위든, 책상 밑이든...

''읏... 얀순아. 결혼식... 윽.... 안 해도... 하읏... 되겠어?''

채액과 우리의 교성이 합쳐져 전래없이 문란한 소리를 뿌린다. 얀순의 집무실은 숨막힐듯이 끈적하고 농후한 원초적인 냄새로 가득 찼다.

그 날 이후로, 서로의 성기가 떨어져 있는 적이 없다. 서로의 성기가 맞물려 있거나, 아니면 각자의 성기가 서로의 입에 가있는 경우 밖에 없었다.

이미 나의 집도 전부 정리하고, 얀순의 집에서 지낸다. 모든 일상생활과 근무 모두... 그녀의 집과 집무실에서 함께 한다.

''일단- 우리 자기야가 1년 하고도 7개월동안 바람맞힌 만큼 혼나고♡, 아흥, 애기 출산하고,앙, 그리고 식 올려버리지, 아흥..... 자기야, 우리 애기, 아들일까, 딸일까?''

얀순이한태 지독하게 쥐어짜인 그 날, 그녀는 바로 내 아이를 임신했고, 영원히 그녀와 함께-

''얀붕선배... 영원히... 내꺼야. 알겠지? 나도... 흐응... 영원히... 선배만의 꺼니까아... 하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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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회로 돌아서 처음 19금 단편 써봤다.
야스신이 매우 매우 구린것 같아서 소재 망친거 아닌가 두렵다....
여튼 고맙다...

아 그리고 작중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기관, 사건등은 허구임.


소재링크:https://arca.live/b/yandere/24072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