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안녕하세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보는건 처음입니다. 하지만 사연주제가 너무 제 이야기와 관련있는것 같아서 보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극히 평범하고 내새울거 하나 없는 평균 남성 얀붕이라고 합니다.

 제 여자친구는 막 연예인처럼 이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에는 엄청 이쁘다고 생각합니다. 키가 작은것도 아니고 몸매가 이상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여성중에서 이쁜편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이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딱 하나 문제점이 있다면 여자친구가 너무 자기만족이 없고 틈만나면 자기비하를 하는점입니다.

 물론 최근에도 그랬고요. 주말에 데이트를 하던 때 있었던 일입니다.

 "..... 그래서 얀붕이거 추천해준 게임 해봤는데~그런데~ 그 나는 처음에 나오는 그거 있잖아 그"

 저희 둘은 같이 밥을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영화관으로 가던중 이었습니다.

 "어, 왜, 얀순아...왜 갑자기 말을 하다가 ..."

 "얀...붕아..."

 "왜, 뭐 어디 안좋아?"

 얀순이는 먹던 도중의 아이스크림을 도보에 떨어트리고 그 빈 두손으로 제 손을 꽉 잡았습니다.

 "아야, 괜찮아?"

 "나, 잘할게... 몸매관리도 잘하고 스타일도 더 신경쓸게, 그래서 저기 저 여자분보다 더 이뻐질게...그러니까...그러니까 제발 나랑 해어지지 말아줘...부탁이니까"

 이런, 제가 살짝 눈돌린게 들켰나봅니다. 사실 제 여자친구 얀순이는 저의 시선이 무언가에게 뺏기면 그 대상에 대해서 엄청난 열등감을 느껴버립니다.

 "제발...부탁하니깐, 하라는거 다 할테니깐...그러니까 제가 계속 옆에 있게해주세요"

 하면서 흐느끼기 시작하고 번화가의 한 복판을 걷고있던 저희에게 수많은 시선이 쏠렸습니다. 물론 얀순이는 그런것 하나 아랑곳하지않고 눈물콧물 다 쏟으며 저를 영화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죠.

 저는 잠시 얼어있던 제 사고회로를 재부팅시키고 얼른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갔습니다.

 "자 뚝, 알았어 알았어, 그런거 안해도 돼, 얀순이는 충분히 이뻐, 내가 이런 이쁜 얀순이를 두고 한눈을 팔았네 미안해 미안"

 "혹시 제가 제 분수도 모르고 주인님이라고 안 불러서 화나신거에요? 그래서 저는 꼴보기 싫고 다른 여자로 눈요기 하고 싶어서 그랬던 거에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주인님이 그렇게 시킨다고 해서 그걸 그냥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런 뜻인줄 모르고...지금부터는 제대로 잘 할테니까 그러니까 저를 봐주세요. 저만 사랑해주세요. 엉엉"

 이래서야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간 이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 날은 영화고 뭐고 패닉상태에 빠진 얀순이를 달래느라 일찍 집에 돌아가야 했었죠.

 그리고 부연설명이 조금 필요할것 같네요. 저는 흔히 말하는 오타쿠입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2d세계에 관심이 아주 많죠, 이 일은 저희가 썸을타다가 결국 서로 마음이 맞는걸 확인하고 정식으로 날짜를 세기 시작한 바로 다음날 일 이었습니다.

 저희가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하자 마자 얀순이는 관심사를 공유하고 싶다며 갑자기 제 집으로 놀러오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흔쾌히 허락했고 마침 게임 패드도 있어서 둘이서 2인용 게임을 재미있게 하던 찰나였습니다.

 "아...아하하 잠깐만... 아 어제 뭐 잘못먹었나? 얀순아 나 잠깐 화장실좀 다녀올게, 그때동안 뭐 해보고싶은 게임 있으면 켜서 해보고, 인터넷을 써도 좋고"

 "괜찮아? 나 속 안좋을 때 잘 듣는 마사지 알고있는데, 나중에 다녀오면 해줄게, 뭣하면 약국에가서 약좀 사올까? 죽 끓여줘?"

 "아니 괜찮아, 그냥 쑥 내보내면 다 좋아질것같으니까... 그런데 좋다, 걱정해주는 사람이 곁에있다는거..."

 "알았어, 그러면 시워언 하게 날려버리고 와"

 그리고서 저는 화장실로 향했고 긴 시간 고전한 끝에 승리한 장군이 되어서 개선문 행진을 하며 방으로 들어오던 찰나였습니다.

 "얀붕아...이거...뭐야?"

 "아"

 기세등등하게 문을 열어놓으니 그 앞에는 영혼이 빠진것처럼 흐느적거리는 얀순이가 제 성인용 메이드 만화책을 들고 있었습니다.

 "아...그건...아니...내가...그..."

 마치 범죄조직에 잠입해있는 경찰이 그 정체가 들통나는것처럼 심장이 자이로드롭을 탔죠.

 "여기 나오는 여자는 나보다 이쁘고 요리며 청소도 잘하고, 그...밤일도...잘할테고...그러면...나는..."

 "아니...그게"

 "나는 얀붕이가 나를 바라봐주는게 좋은데...내가 아무런 가치가 없고...얀붕이 기대에 못미치면 그러면 나는 어떻게... 아니야, 싫어 싫어 그런거 싫어!!!!!어엉엉"

 "아니, 쫌, 얀순아, 왜 갑자기 울고"

 "내가...아니 제가 제가...잘 할게요, 제가...꼭 어떻게해서든 더 만족시켜드릴테니까 그러니까 맛있는 밥도, 청소도, 잡일도, 그.....봉사도 하라는거 다 할게요 주인님"

 이미 얀순이의 머릿속에서 저는 만화책이랑 바람나서 멀리 떠나는 중 인가봅니다.

 "그리고...그 만화책에 나오는거처럼 얀붕 주인님 전용이라고 문신도 하고, 드레스 입고 목줄도 계속 차고 있고 때려도 맞을테니깐 버리지 말아주세요오오오"

 이런, 봐서는 안되는 부분까지 봐버린것같군요.

 "그런거 안해도 돼! 내가 미안해, 오히려 얀순이가 나한테 분에 넘치는데 이딴 만화책같은거에 한눈팔리고...에이 이딴 만화책 찢어버리자"

 "안돼!!"

 "앗, 깜짝아"

 "나때문에 찢어지는거 싫어..."

 "그러면, 어떻게 해줘야 얀순이 마음이 풀릴까? 내가 할수있는거 다 할게"

 "정말요? 그러면 제가 주인님을 만족시켜서 주인님이 계속 저를 바라볼수있게 해주세요, 저 힘낼게요"

 "아니 주인님이라니, 그거 엄청 어색해...원래대로 불러줘"

 "하지만 주인님이..."

 "얀순아 진짜 부담스럽다"

 "이히히힉!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아니 아니 얀붕아 ㅈ...제발 나 미워하지 말아줘, 미워하지 말아줘..."

 "아, 그러면 아까 말한 그 마사지좀 해줄 수 있겠어?"

 "응, 할게 할게 할테니까, 나 미워하지 말아줘...부탁이야..."

 그 날은 그래도 잘 넘어가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헤헤...어때?"

 "엑?"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얀순이는 제가 가지고있던 성인 만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메이드옷에 개목걸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네 그것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시간대의 수도 한복판에서요.

 저는 척수의 지시를 따라서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무작정 사람이 없는 곳으로 달렸습니다. 그리고 주변이 아주 조용하고 한적해질때 즈음

 "너 왜그래? 너 내가 무슨 변태 성인만화나 보고다니는거 광고하려는거야?"

 "에? 아니...나..."

 "누가 이딴거 시켰냐고?!"

 네 저는 그때 처음으로 여자친구에게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습니다.

 "아..."

 그리고 그녀는 아무래도 큰 충격에 기절을 해버렸죠.

 다행히 집 근처라 데리고가서 침대에 눕혔습니다. 기절한 와중에도 악몽을 꾸는지 계속 끙끙거리고 있었죠.

 "아악!"

 기절에서 깬 모양입니다. 침대에서 일어나자 마자 저를보고는 얼음이되어서 눈물을 흘리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얀순아! 다행이다, 그 아까는 내가 너무 미안했어, 나를 생각해줘서 한 행동인데..."

 "...지 말아..."

 "어?"

 "제발! 제바알!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버리지 말아주세요! 제가 여자친구로, 아니 그냥 화나면 때려도 되는 샌드백 대용이라도 좋으니까, 옆에 같이 있게 해줘요! 날 싫어하지 말아줘어..."

 "내가 왜 널 싫어하겠어, 내가 또 무슨 재주가 있다고 널 버려? 그런 쓸데없는 걱정 하지마"

 "그러면...아까...나 쓸모없어지고 미워하니까 그런거...훌쩍 아니었어?"

 "아니...그건...그...어디보자...그니까...아! 그거야! 그거, 그 너의 그런 모습은 나만 보고 싶어서 그런거야, 다른남자들도 봐버리니까"

 "ㄷ...다른남자...나 다른남자한테...얀붕이만 보고싶은 모습 보여줬어...나...바람피운거야? 아니야, 아니야, 이거 내가 다 설명 할게, 제발, 나 얀붕이 너만 사랑해, 돈이나 명예 이런거 다 필요없어, 나한텐 얀붕이가 모든것이고 내 인생의 이유니까, 그러니까 나 믿어주는거지? 나 미워하지 않을꺼지?"

 이때 전 속으로 나라는 놈은 일을 오히려 더 만드는데 적성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응? 대답 안해줄거야? 설마 제대로 말 안해서 안해주는거야? 제대로 말할게요, 주인님 저 계속 아껴주시는거죠?"

 "그럼 그럼 물론이지, 그리고 그 주인님 하는거는 좀..."

 "아아아! 미안해요 아니 미안해 미안해 싫어하지 말아줘...알았어 이건 얀붕이만 보고싶어하는 모습이야, 알았어 머릿속에 잘 기억해놨어...미워하지마...미워하지마...미워하지ㅁ..."

 그녀는 너무나도 신경을 쓴 탓인지 제 품속에서 또 한번 기절을 했습니다. 그 후로 같이 게임을 하더라도 게임속 캐릭터에게 열등감을 느껴서 그걸 또 달래주느라 진땀을 뺏고, 그 후로 저희는 만나면 그저 별다른 것도 안하고 서로를 그저 바라보고 대화도 자극할만한 것이 없는 무미건조한 대화만 나눴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할때도 영화에 등장하는 여배우들은 완전 제 스타일이 아니라고 사전 설득작업을 하느라 고생이 컷습니다. 물론 그 설득작업은 결국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요.

 하지만 한편으로 제 가슴속에서도 불안함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나만 바라봐주고 세계가 전부 등을 돌려도 나의 편이 되어줄수 있을만한 사람이 어느순간 저에게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앞으로의 제 삶은 어떻게 될까? 하고 말이죠...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저희는 타투샵에 가서 서로서로 온몸에 얀붕이 전용, 얀순이 남편, 얀붕꺼, 얀순이꺼, 얀붕♡, 얀순이만 좋아 이런 문신을 서로의 몸에 수도없이 새겼습니다.

 문신을 하기 전 친구놈은 제가 여자친구한테 정신적으로 놀아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예상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제 자유의지임이 틀림 없는 자발적 행동이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거든요.

















 그냥 갑자기 세뇌 공의존 멘헤라계 글이 쓰고 싶어지더라. 여기는 소프트한거 싫어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