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주문하신 캬라멜 마끼야또 나왔습니다, 손님”


“감사합니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서 자리로 돌아온다.


평상시와 다를 바 하나 없는 날이었다.


TV의 뉴스에선 언제나처럼 새로운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비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사소한 일로 싸우는 두 남녀커플, 친구와 즐겁게 통화 하고 있는 사내, 카페가 시끄러운지 이어폰을 다시 끼는 학생.


몇분 뒤 두 남녀커플중 여자쪽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더니 잠시뒤에 다른 여자가 들어와서 그에게 살갑게 인사한다.


친구와 즐겁게 통화하던 사내는 전화를 끊고 나서는 ‘새끼.. 존나 쪼잔하게구네’ 라면서 혼잣말을 내뱉는다.


학생은 인터넷강의를 틀어놓은 아이패드를 들고선 노트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려넣는다.


모두가 최소한 하나둘씩은 남들에게 알리고싶지 않은 비밀을 품고 살아가는


그저 평상시와 하나도 다른 곳이 없는 하루였다.


“안녕하세요?”


그 여자가 찾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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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드레스셔츠와 그 위의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을 앞에두고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져있었다.


이 미친 것 같은 여자한테서 도망갈지 말지.


그나마 내가 지금 이렇게 이해 할려고 시도라도 해보는 이유는


그녀가 한 말에 신뢰성이 아주 없던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회귀를 했다고요?”


“네. 이미 증거는 충분히 보여드리지 않았나요?”


“증거요..”


그녀의 말을 정리해 보자면


그녀는 20년 뒤의 세계에서 회귀해왔다.


지금으로부터 며칠 뒤에 지구에는 ‘게이트’ 라는게 열리고 몬스터들이 튀어나온단다.


그 뒤로 지구는 기존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마치 판타지게임같은 세상으로 변한다고한다.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당신의 연인 이었다는 게 그렇게 믿기 힘드신가요?”


그 미래에서 내가 이 여자랑 연인관계였단다.


나는 그녀를 조심스레 훑어봤다.


순수해 보이면서도 예쁜 얼굴.


고와보이는 등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


아직 앉아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까 봤을 때 다리도 길고 비율도 좋아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몸매는..


‘오우야’


얼핏 보긴 했지만 좀 더 신경써서 살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미드, 허리, 골반 어디하나 꿀리는 데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네?!”


“아니 너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계시길레”


“하하.. 좀 생각할게 많네요”


“아무리 증거가 있다지만 믿기 힘든 이야기인건 이해하니 기다릴게요. 얼마든지 생각해보세요”


솔직히 증거라고 하면서 꺼낸 이야기가 너무 소름끼쳐서 문제다.


그 이야기가 내 컴퓨터, 핸드폰, 외장하드, 외장메모리 등등에 숨어있는 내 성적판타지들에 대한 언급이었으니까.


보통 연인이라고 그런거까지 알고있을까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알고 있었다.


이 이야기가 나올 때 카페에서 저런 얘기를 꺼내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서 자리를 옮기자고 했더니 그녀는 나를 자신의 차로 안내했다.


함부로 남의 차에 탔다가 납치당해서 장기라도 털리면 어쩔까 하는 이성적인 판단은 그녀가 풍기는 기묘한 분위기 앞에서는 무력했다.


본능이 순순히 그녀를 따라가는게 나을거라고 경종을 울려대고 있었으니까.


차에서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히 내 성적판타지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내 신체적 특징, 과거에 있던 일, 나 혼자 품고살던 작은 비밀들까지 알고 있었다.


어디가 민감한지, 어디에 문제가 있고 어디에 무슨 크기의 점이 있는지 등등..


그 누구한테도 알려준적이 없고 알 수도 없는 각종 비밀들이 그녀의 앞에선 전부 까발려졌다.


마치 날 해부라도 해본것처럼.. 오히려 내 몸을 나보다 더 잘 알..


여기까지 내 상념이 뻗어나갔을 때 내 몸은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차 운전자석에 앉아있는 그녀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 여자는 나를 대체 어디까지 알고있는거지?’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가는 비밀이 그녀에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 누구에게도 말한적이 없는 나만이 알고 살아가는, 어쩌면 나 자신도 모르고있을 나만의 비밀을 누군가가, 그것도 한 존재가 전부 꿰뚫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짓누른다.


“괜찮으세요?”


흠칫


그녀가 떨리고 있는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미래에서 온 나의 연인이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나라는 인간을 전부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두려운 존재가 나에게 다가왔다.


“네. 괜찮습니다.”


두려움을 필사적으로 가라앉힌다.


천천히 내 머리 쪽으로 뻗고 있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서 내려놓는다.


정말 미래에서 왔고 내 연인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여자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건


그녀는 나에 대한 대부분의 비밀을 알고있고


그게 그녀가 가진 전부는 아니다.


설령 그녀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그녀가 알고 있는 사실만 하더라도 나를 사회에서 매장시키는건 쉬운 일이다.


그리고 지금 보니 이 여자..


돈도 엄청 많은 것 같다.


그녀가 지금 입고 있는 정장도 비싼것처럼 보이고 지금 타고있는 차도 차에 별 관심이 없는 나지만 그래도 들어본적은 있는 차였다.


‘몇억씩 한다고 들었던거같은데..‘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이 많다는건 곧 권력도 많다는 것이다.


돈으론 권력도 살 수 있으니까.


심지어 이것도 최소한으로 잡은거다.


그녀가 한 말이 거짓말이더라도 이미 그녀에게 충분히 능력이 있다는거다.


만약 그녀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2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온 그녀에게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상식과 이성적인 판단은 나에게서 떠난지 오래다.


몸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정말 괜찮으신거 맞죠? 혹시 어디 불편하시면 이대로 제 집으로 갈까요?”


아픈사람이면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는거 아닌가?


하다못해 내 집도 아니고 자기집?


뭘 은근슬쩍 자기 집으로 데려가려는거지?


“괜찮아요.. 전 이만 집으로좀..”


조심스럽게 사양하면서 차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는데


덜컹-


..왜 문이 잠겨있지?


“그러면 댁으로 데려다 드릴테니 잠시 눈좀 붙이고 계세요”


예상했지만 이미 내 집주소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너무 많은 생각을 했는지 뇌가 피로감을 호소한다.


두려운 여자를 옆에 두고 잠에 든다는 공포감도 막을 수 없는 수마가 밀려온다.


‘정말 자도 괜찮은..’


밀려오는 수마를 거부하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면서 간신히 고개를 틀어 옆좌석을 바라본다.


능숙하게 운전을 하고 있는 그녀의 볼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있었다.


‘아..’


거기까지가 내가 잠들기 전까지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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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끔씩 끄적여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다른데에 올리는건 처음이네요


얀데레 소설로서는 처녀작..


고약한 필력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