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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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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동사무소에 가서 아버지의 사망 신고를 했다.


담당자가 안 됐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지만 별 생각은 없었다.


아버지가 죽었단 사실은 내게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잘 죽었다, 그런 인간은.


그래서 신경 써주실 필요 없다는 의미로 고개를 숙이며 살짝 웃어보였더니 이상한 사람을 보듯이 나를 보는 것이 아닌가.


패륜아라고 생각한 걸까.


어줍잖은 동정보다는 경원시당하는 것이 더 편했기에 굳이 그의 착각을 정정하지는 않았다.


두번 다시 볼 일도 없는 사이다.


굳이 좋은 인간으로 보이기 위해 애를 쓸 필요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 인간관계의 협소함도 편리한 면이 있구나 싶다.


내 인생에 애를 쓸 일은 이제 없다.


"그럼 이제 영장만 스캔해서 보내면 되나?"


피시방에 잠시 들러야겠다.


동사무소를 나와서 고개를 들자 바로 맞은편에 피시방이 보였다.


딱 좋네. 나는 바로 피시방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피시방 요금은 한 시간에 천원이었고, 출력을 하려면 이백 원을 추가로 내야 했다.


컴퓨터를 켜고 오분도 되지 않아서 입영통지서를 출력했고, 곧장 휴대폰으로 찍어서 과 사무실에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이미 사용 요금은 천 이백원이 되어 있었다.


당장 나가도 괜찮지만 왠지 손해보는 것 같은 기분에 한 시간만 딱 채워서 나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을 팔아야 하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집을 팔 수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


중고나라에서 집을 팔 수는 없겠지. 이거나 좀 찾아봐야겠다.


그러다 보니까 나라에서 집을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는 글을 보았다.


매입한 집을 싸게 공급하거나, 아니면 재개발을 위해서 매입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침 잘 됐다. 골치아프게 머리썩힐 필요는 없었나 보다.


재수가 좋으면 오늘 안에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적혀 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휴대폰을 거칠게 집어던졌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서 손톱을 물어뜯었다.


까득, 하는 소리가 나더니 입에 기분나쁜 비린 맛이 퍼졌다.


민정이가 입대한다는 것도 어제 민정이네 룸메이트와의 통화로 알았다.


당장이라도 대구로 내려가는 게 맞는 거겠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한거지?


왜 내 팔을 뿌리친 거지?


왜 전화가 걸리지 않는 거지?


날 사랑하잖아. 그런데 왜 전화를 안 받는 건데?


너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하지?


사랑하잖아.


근데 왜 전화가 안돼?


너한테 나 말고 뭐가 있는데.


너같은 새끼한테는 나밖에 없다니까?


근데 왜 나한테 아무것도 안 말했는데?


왜 멋대로 군대 따위를 가려고 그러는데?


설마 내가 싫어진 건가?


아니야.


민정이가 어떻게 날 싫어해?


어제는 잠시 애가 망령이 들었던 거다.


분명히 나를 다시 만난다면 생각이 바뀔 거다.


분명하다.


그래, 어제 민정이는 좀 이상했다.


뭔가 민정이한테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몸이 안 좋은 걸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상한 사람한테 안 좋은 말을 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해버린 거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민정이가 감히 날 버릴 리가 없다.


민정이한테는 내가 있어야 한다.


나 이외의 그 누구도 민정이와 함께 할 수는 없다.


지금 내가 민정이에게 가야 한다.


지금 민정이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


민정이를 찾아가서 설득해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학하자마자 대구로 내려왔지만, 아직 입대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있었다.


그냥 더 이상 그 녀석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에 미리 내려온 것 뿐이었다.


집도 어떻게든 처분했다. 조만간에 계좌로 돈이 들어온다고 했다.


시원섭섭한 마음에 천천히 걷다가 보니 이제는 나의 것이 아니게 된 집 앞에 도착했다.


남의 집이니 깨끗이 정리해 두어야 했다.


두 팔을 걷어부치고 집에 들어섰다.


어차피 집에 별다른 가구가 있는 것도 아니니 잘만 하면 오늘 안에 다 치울 수 있을 거다.


오는 길에 대형 폐기물 스티커도 사서 왔다.


몸을 좀 움직이면 이 찝찝한 기분도 좀 정리가 되지 않을까.


그런 기분으로 시작한 청소는 거진 반나절이 걸렸다.


집안에 있던 것들은 싱크대랑 이불 말고는 싹 다 빼냈다.


냉장고가 조그마한 놈이라서 참 다행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큰 돈을 써서 사람을 불러야 할 뻔했다.


원래도 살풍경한 집이었지만 가구가 다 나가고 나니 더욱 더 휑했다.


오늘은 이미 시간이 늦어서 여기서 자는 수밖에 없겠지만 어차피 오늘만 넘기면 된다.


내일부터는 장례식장에서 자면 될 테니까 말이다.


하려고 마음먹었던 일들이 대충 정리가 되고 나니까 갑작스럽게 피로가 몰려왔다.


이불을 펴고 자리에 누웠다.


내일 병원에 갈 버스비로 쓰려고 따로 놓아둔 동전이 달빛을 반사해서 빛났다.


그걸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이 집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약간 떨어진 곳에 선 여자의 실루엣이 뒤를 돌아 나를 바라봤다.


금방 올 테니까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묘하게 가라앉은 어조로 말하는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목소리가 무섭게 느껴져서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처들고 눈을 마주치려고 했다.


하지만 역광에 가려져서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집을 나선 엄마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왜 엄마는 사라진 걸까.


아빠가 술만 마시면 매일 엄마를 때려서 그런 걸까.


하지만 엄마가 맞을 때마다 엄마도 나를 때렸다.


나는 엄마한테 맞아도 아무도 때릴 수가 없었으니까 엄마가 도망치는 건 불공평했다.


엄마가 사라지고 나니까 아빠는 이제 나를 때렸다.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나는 매일 동네 한 구석의 놀이터에 나갔다.


동네 놀이터의 미끄럼틀 위는 내가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었다.


엄마가 오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면 여기서 보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엄마는 한번도 오지 않았고, 가만히 앉은 채로 기다리다 보면 깜깜한 밤이 되어 있었다.


아빠는 일찍 나가야 하는 사람이어서 일찍 자야 했다.


적당히 가늠해서 집에 돌아가면 아빠는 자고 있었다.


그러면 나는 맞지 않아도 돼서 좋고, 아빠도 쓸데없는 데에 힘을 뺄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그러니까 엄마는 이제 필요가 없을텐데, 이상하게도 나는 엄마를 찾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늦은 시간까지 시간만 때우면 되는 건데, 나는 바보같이 매일 똑같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동네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놀이터에 갈 때마다 나를 보며 같이 놀자고 부르던 아이들도 이제는 나를 무시했다.


어쩌면 그런 내가 불쌍하다고 여긴 것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내가 왜 그러는지 호기심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함께 앉는 아이가 생겼다.


그 녀석은 나보고 굳이 같이 놀자고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앉아있는 자리 바로 옆에 똑같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러고는 나에게 이런저런 말을 쉴새없이 걸어댔다.


왜 맨날 여기서만 있는지.


이러고 있으면 재미없지 않은지.


나는 어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재미있었다.


이름이 뭐냐.


나이는 몇살이냐.


궁금한게 그리도 많은지, 쉬지도 않고 조잘댔다.


솔직하게 말하면 귀찮았지만, 그래도 말을 거는 것 외에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기에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우리 둘이 함께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매일 그 녀석만 나한테 먼저 말을 걸게 두는 것도 미안해져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 녀석은 나랑 같은 학교에 다녔고 나랑 같은 나이였다.


어느샌가 나는 그 녀석이 마음에 들었다.


그 녀석이랑 조금 더 친해지고 싶었다.


나랑 친구하자고 얘기를 하니까 순간 눈을 크게 뜨더니, 환하게 웃으며 좋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는 이야기지만, 친구가 되고 나서야 그 녀석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 녀석의 이름은 양수민이었다.


수민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평생 이렇게 같이 있자, 민정아!"


"응"


우리는 마주보고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가 생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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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팔고 이런 부분 묘사는 내가 경험이 없다보니까 좀 부자연스러울수 있는데 양해부탁드림.

걍 대충 구글링해서 쓴거라 아마 이상할거같기는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