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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이름난 용사로 유명했던 얀순이


그러나 마왕과의 전투 도중 장애를 앓게 되고 용사 협회에서 지급되는 연금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거임


처음엔 옛 동료들이랑 간간히 연락도 하면서 지냈어.


그러나 대화주제가 항상 얀순이의 장애 쪽으로 빠지게 되는 걸 알게 된 후, 그녀는 동료들과의 연락을 끊게 돼.


그들이 자신과 대화하는 이유가 그녀를 비웃기 위해서란 걸 깨달았기 때문임.


마찬가지의 이유로 밖에도 잘 나가지 않았고 그녀는 점차 히키코모리가 됐어.


그녀가 유일하게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사람은 소꿉친구였던 얀붕이 하나뿐이었지.


얀붕이는 얀순이를 짝사랑하고 있어.


자기는 나름 감정을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주위사람들이 보기엔 너무도 티가 났고.

  

결국 아카데미 시절에 연모의 감정을 얀순이가 눈치챈 거지.

  

얀순이는 그걸 알고 얀붕이를 자주 이용해먹음.

   

심부름을 시키거나 하는 식이었지.

   

얀붕이는 점차 귀찮아지는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하려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오는 얀순이의 반응이 자꾸만 눈에 걸렸음.

   

“아 그래? 그럼 준우한테 부탁해야겠다.”

   

그렇게 다른 남자 이름을 물고 늘어지며 얀붕이를 애타게 하는 거지. 얀순이를 좋아하는 얀붕이는 하는 수 없이 얀순이의 부탁을 들어주게 돼. 매번 이런 식이었어.

   

오늘도 그랬어. 얀순이는 얀붕이가 해주는 볶음밥이 먹고 싶어서 그에게 전화로 부탁을 했지.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좀 힘들 거 같은데...”

   

“그래? 그럼 현식이한테 부탁하지 뭐.”

   

“아냐.... 생각해보니까 시간될 거 같아. 금방 갈게.”

   

그렇게 얀순이에 집에 들어온 얀붕이는 경악을 금치 못했어. 집이 완전 난장판이었거든.

   

‘저번에 치우겠다고 약속했으면서....’

   

일전에도 얀붕이는 얀순이의 생활이 걱정돼서 잔소리를 한 적이 있었어. 결국 약속까지 받아냈었고.

   

그러나 그때와 비교해 조금도 나아진 게 없었어. 그래서 오늘은 정말 따끔하게 혼내야겠다고 다짐했지.

   

“청소하기로 하지 않았어?”

   

“그랬나? 일단 밥이나 줘.”

   

“저... 얀순아. 저번에 약속도 했는데 ... 청소부터 하면 안 될까.”

   

“아 씻팔. 밥을 먹어야 힘내서 청소를 하든 말든 할 거 아니야. 군소리 말고 밥이나 차려.”

   

“청소를 할 생각은 있는거야? 저번에도 그렇게....”

   

“아이~ 씻팔!!!”

   

얀순이는 핸드폰을 꺼내들었어. 그리곤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지.

   

“뭐하는 거야?”

   

“자꾸 그러면 민수 부를 거야.”

   

흠칫하며 놀라는 얀붕이. 얀순이는 그제야 만족한 듯 웃었어.

   

“처신 잘해.”

   

얀붕이는 하는 수 없이 부엌에 들어갔지.

   

‘하 좆같은 얀순이 새끼’

   

잠시 후 얀붕이가 볶음밥을 만들고 나왔어.

   

얀순이는 밥을 먹을 수 있단 생각에 얼굴에 화색이 돌았지.

   

얀붕이는 그런 얀순이가 다시 한 번 걱정이 되기 시작해. 그래서 아까 하던 얘기를 또 꺼냈어.

   

“저기 얀순아....”

   

“볶음밥 어서 오고.”

   

그 순간 얀붕이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고 말아.

   

아, 아무리 노력해도 난 얀순이에게 볶음밥보다도 못한 존재구나.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볶음밥을 게걸스럽게 먹는 얀순이.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 얀붕이의 사랑이 싸늘히 식고 말았지.

   

“밥해줬으니까. 간다.”

   

그렇게 말하곤 집밖을 나섰어. 다시는 얀순이를 찾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

   

얀순이는 눈치가 좋은 편이야. 그녀는 평소보다 툴툴 맞은 얀붕이의 말투를 금세 눈치 챘지.

   

“선 넘네. 사내새끼가 별 것도 아닌 걸로 삐지고 있어.”

   

그래도 사과할 생각 따윈 없었어.

   

늘 그녀는 자신이 얀붕이보다 갑이라고 생각했거든.

   

빠르면 한 시간, 늦어도 하루가 지나기 전에 얀붕이에게서 미안하단 문자가 올 것이라 확신했지.

   

그러나 한 시간은커녕 날이 새도록 얀붕이에게서 문자는 날라 오는 일은 없었어.

   

얀순이는 불안해졌는지 핸드폰을 계속 만지작거렸어.

   

힘든 용사 생활을 할 때도 항상 열 시 정각에 잠들던 얀순인데.

   

그런 자신이 고작 얀붕이 따위가 신경 쓰여 잠들지 못하고 있었지.

   

괘씸했지만 갑자기 낮에 봤던 얀붕이의 표정이 떠올랐어.

   

그 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이 아려왔어.

   

그래 한 번쯤은 너그럽게 용서해줘도 괜찮겠지. 이제껏 말 잘 들었었잖아. 그리고 오늘 만든 볶음밥이 맛있기도 했고.

   

거짓말이었어. 볶음밥이 맛있긴 했지만 예전에 만들었던 거랑 비교하면 확연히 맛없었지.

   

그러나 얀순이의 무의식은 그렇게 해서라도 명분을 만들고 싶었나봐.

   

고민 끝에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문자를 보내.

   

-사과 받아 줄 테니까 문자해.

   

자기 잘못은 전혀 없다는 듯 여전히 오만한 말투였지. 그러나 얀순이는 얀붕이가 그 문자에 답할 거라 확신했어.

   

시계를 보니 어느덧 열두시 삼십분.

   

왜 벌써 열두시 반이노.

   

모두 꿀잠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