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저기, 괜찮으세요?"


불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나보다. 


평소 같았으면 이딴 벌레들이 안 끌리게끔 처신을 잘 했을텐데 오늘만큼은 그런게 잘되지 않았다.


"네. 괜찮네요."


"아, 그러시구나.. 다행이네요.  그런데 혹시.."


"저, 남자친구 있어요."


내가 철벽을 친 후에도 남자는 뭐라뭐라 더 말을 한뒤에 떠났지만, 들리지 않았다.


내 신경은 오직 내 반대편에 있는 모텔 쪽으로 집중되어 있을뿐이었다.


"자기야.. 대체 언제쯤 나오는거야..?"


내 남자친구인 얀붕이와 내 친구인 얀수지가 모텔에 들어간지 5시간째, 그들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마음과 같아서는 카페를 박차고 모텔로 들어가 얀붕이와 수지가 아직까지 무엇을 하는지 이 두눈으로 보고 싶었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애초에 내가 먼저 한 부탁이기도 했거니와, 얀붕이에게 겨우 허락을 맡았을 때 관전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타들어가는 마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내 소중한 부위는 천천히 젖어가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나는 어느샌가 달아 올라 카페에서 허벅지를 비비고 있는 나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얀붕이와의 추억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경박하고 천박한 남자.


부끄럽지만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얀붕이에 첫인상은 바로 그것이었다.


비록 나 또한 얀수지 때문에 다른 그룹에 끼어들 타이밍을 놓쳐서 이런 무리에 속해 있지만, 근본적으로 저들과 다르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기에 얀붕이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틈만나면 섹드립에, 아무 여자에게 고백하고 여자를 부품 마냥 교체하는 쓰레기 같은 남자.


그것이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내가 생각한 얀붕이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사건은 시험이 끝나고 나서 일어났다.


내가 속해 있던 그룹은 속히 말하는 양아치 그룹. 


그 중에서도 최고로 질이 나쁜 양아치들이 속해있는 곳이였는데,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우리는 어느 별장에서 술을 먹으려 하였다.


얀수지는 그때 할아버지의 제사탓에 빠지게 되었고, 수지가 없다면 내가 있는 것도 딱히 의미가 없어 나도 빠지려 하였다.


그렇지만 그날따라 서로 그렇게 친하지 않던 무리에 다른 여자들이 달아붙었고, 결국 나도 분위기에 편승해 별장으로 출발했다.


"야, 일단 마셔! 시험 망친만큼 마셔라!"


처음에는 적당히 마시다 빠지려 했지만, 마시고, 또 마시다 보니 어느새 나는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지경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때 즈음에 무리의 남자들은 행동을 게시했다.


"야, 뭐하는거야아..?"


"됐다. 이 새끼 지금 완전히 꽐라됐어. 따먹을거면 지금 먹어."


천박하고 더러운 무리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들은 몸도 제대로 가뉘지 못하는 나를 상대로 강간을 한다는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을 일삼았고, 더욱 나아가 실제로 그것을 행하려 하였다.


도와달라는 듯이 여성 무리를 쳐다보아도 그저 낄낄거리며 내가 당할 온갖 더러운 일들을 웃으며 말하는 그들에게 강한 환멸감을 느끼며 앞으로 일어날 부정적인 일들을 생각하던 찰나에, 얀붕이가 도착했다.


"미안타, 집에 문제가 있어서 좀 늦었네~. 근데, 너희 지금 뭐하냐? 이런거 한다는 이야기는 못들었는데..."


"아, 얀붕이냐? 너도 한판 하려면 해. 좀 먹어보려는데 저항이 좀 심하네.. 읏차, 네가 여자 경험도 많지 않냐?"


처음에는 도착한 얀붕이에게도 강한 환멸감을 느꼈다.


당연히 얀붕이는 나를 제일 먼저 희롱하고 괴롭게 할 것이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포기 했었다.


"지랄하네 존나 천박한 돼지새끼가."


"..지금 뭐라고 했냐?"


"지랄하지 말라고 병신아. 이거 순 병신새끼들 모임이었네? 저항이 심하면 그만두고 얌전히 자살하러 가 뇌에 좆박힌 새끼들아!"


평소에 보이던 경박한 모습은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는, 오로지 나를 위해 표출하는 분노.


흔들다리 효과일 수 있겠지만, 나는 이때 얀붕이를 보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처음이었다. 나를 위해 그렇게 화를 내는 사람은 본 것은.


긴장이 풀려서일까? 얀붕이의 화내는 모습을 보니 술이 팍 돌았고, 나는 얀붕이의 화내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고 말았다 


"아, 이제 일어났냐."


잠시뒤, 일어나니 나는 생전 처음보는 집에 들어와 있었다.


잠시 상황 파악이 안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니 얀붕이는 헛웃음을 흘리며 나에게 자기 손에 들려 있던 냉수를 건내주었고, 숙취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던 나는 정신 없이 그 물을 마셨다.


"아. 그러고보니 고맙다는 말을 못했네.. 정말 고마워. 평소에는 너 진짜 나쁜 새낀줄 알았는데, 좀 싸가지 없게 생긴 좋은 녀석이였구나?"


물을 마시고 정신을 조금 차린 나는 그제서야 얀붕이에게 스스로 뭐라고 말했는지 까먹을 정도로 빠른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얀붕이는 머쓱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었다.


"야, 네 집이나 말해, 바래다 줄라니까. 지금 시간이 몇신데...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새끼야!"


부모님은 집에 계시지 않는다.


한참 사랑받고 자라는 청소년들에게는 의아한 이야기일테지만, 우리 집에 나같은 문제아를 사랑해줄 가족 같은건 존재하지 않았다.


"걱정되는거야? 그럼 따라와도 괜찮고."


"너 잘못되면 내가 용의자로 체포될 것 같아서 그렇다 이 년아."


그렇지만, 그것을 얀붕이에게 말하고 싶진 않았다.


왠진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그때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내가 얀붕이를 잘못 판단했다는 사실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얀붕이는 생각외로 정이 많고, 친절한 성격이었다.


"아니, 너 이야기를 듣고 있기는 한거냐?"


"어~ 듣고 있으니까 계속 하라니까?"


"그래. 진짜 믿는다? 아무튼, 그때 우리 여동생이..."


이렇게 웃고 떠들며 이야기 하는 동안에 얀붕이는 평소 자주하는 섹드립을 하기는 커녕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나의 몸 쪽을 쳐다보지도 않으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색다르기도 하면서,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였다.


섹드립은 어쩌면 얀붕이가 다른 쓰래기들과 친해지기 위해 했던 수많은 노력중 하나일지도 몰랐다.


나를 구해준 이후로 얀붕이에게 약간의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렇게 얀붕이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록 점점 더 그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좀 더 이 아이를 파해치고 싶다.


좀 더 얀붕이를 알아가고 싶다.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관심이 갔던 것은 내 가장 친한 친구인 얀수지 이후로 처음이었다.


"오, 으리으리 하다잉? 좋은 집에 사는구나 너?'


그렇게 얀붕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어느새 도착한 집.


얀붕이는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왠지,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얀붕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것 때문이였을까? 


"그럼, 그 좋은 집 한 번 구경해 볼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얀붕이를 은근하게 유혹하고 있었다.


당연히 얀붕이는 당황하여 뒷걸음질을 치려 했지만, 내 행동이 더 빨랐다.


나는 얀붕이를 꼭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래에서 본 얀붕이의 얼굴은 상당히 빨게져 있어 귀여웠다.


"너, 지금 너무 머리가 과열됐어.. 지금 집에 부모님도 계시는데,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야?"


"오늘 부모님도 집에 안 계시는걸..? 혼자 있기 무서운데, 안되는거야..?"


얀붕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머리를 박박 긁으며 집안으로 안내하라는 말을 남겼다.


아무 이상한 짓도 안한다는 괴상한 혼잣말이 들렸지만 나는 그 소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샤워를 하기 위해 옷을 벗었다.


꿀꺽-


이 침 넘어가는 소리는 흥분한 얀붕이가 낸 것일까, 아니면 긴장한 내가 낸 것일까?


정확한 사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사실 하나는 이후에 얀붕이와 나는 일선을 넘었다.


얀붕이의 그것은 작고 귀여웠다.





NTR은 죽어도 넣지 않는다


오직 역NTR만이 있을뿐


다음편은 언제 올지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