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개꼴리는 소재 생각나서 켰는데 별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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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은 수백년의 역사에서 더없이 혼란한 상황이었다.


평범한 인간 남성과 이종족 여성의 비율이 극심한 여초사회를 나타내는 수도는 남자 하나를 두고 온갖 괴물들이 붙어먹는 상황이 빈번했다.

이에 인간 여성 역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물이 되는 길을 택하거나, 혹자는 몬무스들의 역간과 집착을 버티지 못해 스스로 알프의 길을 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관리국에서는 이 현상을 처리하기 위해 몬무스와 인간의 거주 구역 분리라는 초강수를 두었으며, 결과적으로 이는 종족간의 갈등을 심화시켜 반동분자들의 급증을 초래했다.


몬무스들은 인간 남성들을 대거 납치하여 교도소라 부르는 건물에 가두고 마음껏 능욕하였으며 그렇게 자신들의 욕망을 채워나갔다. 



1)


" 배식 시간이다, 이 고깃덩어리들아! "


비대한 몸집의 하이오크 교도관이 낄낄대며 굳게 닫힌 철창들을 발로 걷어찼다. 추위를 간신히 막을 수 있는 판초 형태의 누더기를 걸친 인간들이 비척거리며 일어나 앉았다.


남자는 목을 단단히 감싸는 차가운 무쇠 목줄을 한 번 당겼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렇게 하면 갑갑한 느낌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 감사히 먹겠습니다! "


아랫목이 좁고 폭이 넓은 접시 위로 조그만 고깃덩어리 하나와 탁하고 비린 액체 같은 것이 툭툭 떨어졌다. 자신의 몸보다 넓게 벌릴 수 없는 구속구가 채워진 손으로 먹는 것은 불가능해서, 남자는 이 형편없는 밥을 위해 개처럼 엎드려 그릇을 붙잡고 핥아야만 했다. 


" 우웁, 큭, 콜록, 으윽.. "


남자는 목구멍을 타고 넘는 역한 냄새를 견디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접시를 깨끗하게 비워냈다. 남자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감시하던 교도관 헬하운드는 눈을 번쩍이며 뭉툭한 진압봉 끝으로 남자의 머리를 꾹꾹 눌렀다.


" 얜 말을 싹싹하게 잘 들어서 좋아. 그렇지 않냐? "


" 저항만 안 했더라면 여기까진 안 왔을텐데, 어쩜.. "


배식을 맡은 시로헤비가 입가를 가리며 안쓰러운 동정을 보내왔다. 말이 교도소지 내부 시설은 인간이 죽지 않을 정도의 복지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목장 따위였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강간과 성희롱으로 교도관에게 반항한 죄수는 독방으로 끌려가곤 했는데, 다시는 보지 못한 녀석만 벌써 열 명이 넘는다.


" 소등한다! 전원 취침! "


" 편안한 밤 되십시오! "


남자의 시선이 어두워진다.



2)


" 어이, 거기 청년, 일어나! "


남자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 눈을 떴다. 오늘만 헬하운드 셋을 상대로 총 아홉번을 사정한 남자에게 남은 체력은 없었으나, 자신을 제외한 방의 모든 죄수가 깨어 있었기에 결국 일어나 앉을 수밖에 없었다.


" 이것 보게나, 보이는가? "


왼쪽 눈에 흉터가 있는 죄수가 벽을 두드리더니 석회질 가루가 흩날리는 벽돌을 드르륵-하고 뽑아낸다. 남자는 실로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고 하였으나 이내 입술을 짓눌러 막았다.


" 이게, 대체.. "


" 어떻게 한 거냐고? 흐흐, 수갑 조각으로 파내는 데 두 달이나 걸렸다! "


남자는 빠진 벽돌 틈으로 새어드는 달빛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감옥은 수감자들의 공모를 방지하기 위해 배식구를 제외하면 좁은 창 하나가 밖으로 나 있는 것이 전부였다. 이 정도 속도라면 확실히 간수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우리들만 몰래 나가는 거야. 자네는 같은 방을 쓰니까 특별히 알려줌세. "


남자는 희망으로 가득 차서, 이 곳에 들어온 이래 처음 웃었다.



3)


점심을 먹고 난 오후 일과는 밭을 덮은 알라우네 벌초였다.

열악한 도구로 굵은 덩굴을 애써 긁고 있노라면 당연히 따라오는 성적 착취는 필수적이였다.


" E-32번! 대열로 복귀해라! "


" 야! 저 새끼 저거 잡아! "


남자는 시끄러운 틈을 타 외곽의 밭을 파헤쳤다. 손 끝이 붉어져도 신경쓰지 않고 뿌리에 달린 붉은 색 열매를 입에 무더기로 쑤셔넣으며 행복에 잠겼다. 음식이란 이런 것이었다. 혀로 맛 보고 전율하는 것이었다!


" 그렇게 맛있니? "


" 네, 정말 먹어도 먹어도.. "


남자는 빵빵한 볼로 웅얼거리다 곧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앞에 여덟 갈래 채찍을 든 데몬 교도소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당장 속을 게워내고 흙으로 덮은 뒤에, 납작하게 엎드려 양 손을 모으고 빌었다.


" 제발, 제발 한 번만.. "


" 따라와. "


남자는 어리둥절하여 데몬을 삼 초 응시하다가 허겁지겁 일어나 뒤따라갔다. 교도소 건물 안으로 들어 온 남자는 계단 두 층을 올라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소장실의 창가에 섰다.


" 뭐 해? 이리 와서 앉아. "


남자는 몸을 돌려 널찍한 테이블에 자리잡았다.



4)


" 천천히 마시렴. "


데몬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남자가 그 커피를 모두 마실 때까지 기다리던 데몬은 눈꼬리를 휘어 웃으며 그 가는 손가락으로 종이와 비닐 한 장을 꺼냈다.


" 이거, 뭔지 알고 있지? "


남자는 커피를 마셨는데도 타는듯한 갈증을 느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은 수갑 조각과 끄트머리가 마모된 벽돌 한 장, 교도소의 건물 설계도였다.


" 너희가 오후 일정을 수행하면 교도소 본채를 청소하는데.. "


남자는 탈옥 모의가 드러났나는 사실에 절망했다. 데몬이 비웃듯 손 끝으로 찍은 설계도에는 전기 철조망과 외벽이 있어서, 아마 건물 밖으로 몰래 나왔다고 해도 그것을 통과하는 일은 불가능 할 거라고 보였다.


" ㅈ..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는.. "


" 아냐, 아냐. 널 처벌하는 게 아냐. "


데몬은 다시 깨끗한 종이와 만년필을 가져오고, 남자의 뒤에 서서 목에 팔을 걸어 감싸안았다.


" 그 녀석들의 이름만 여기에 다 써. 아, 싹이 보이는 놈들도. "


남자는 떨리는 시선을 붙잡았다.


" 어차피 오늘은 이 방에서 보내게 될 테니. "


데몬은 정복 상의를 벗어 옷걸이에 걸쳤다.


재입실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린다. 남자의 눈 앞에 또 다른 커피가 놓였다. 시선이 뿌옇게 떠오르며 머리가 지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