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때문에 앞으로 호위같은 몸 쓰는 일을 제대로 못할 것 같아서 그냥 적당히 퇴직금 받고 퇴직했는데, 

아가씨한테 별다른 마음 없이 그냥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남자는

그냥 고용주인 사장님하고만 이야기하고 퇴직 결정을 해버린거임



하필이면 아가씨가 해외 일정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을 때라서

퇴직하기 전 인사를 못 하고 가는게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일 한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고

아가씨 같은 사람이 직원 한명 퇴직하는걸로 굳이 직접 일일이 만날 일도 아니겠다 싶어서

안부 인사만 전해달라고 하고 남자는 아무 생각 없이 일을 그만두는거임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아가씨는 귀국하고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의아해 하면서 다른 호위에게 물어보는데, 퇴직했다는 이야기를 그제서야 듣고 

귀신같은 표정으로 화를 내면서 그게 무슨소리냐고 날뛰는거임


아가씨는 당장 그녀석을 만나러 가야겠다고 난동을 피웠지만,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아가씨를 혼내면서 떼쓰지 말고 얌전히 방에 있으라고

반성할 때까지 외출 금지를 시켜버리는거임


그제서야 자기 혼자힘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걸 깨달은 아가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반성한 척 얌전히 아버지의 말을 따르는데...



그리고 몇년 뒤, 옛 직장에서 만났던 아가씨의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을 무렵에

새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한 남자는 집에 돌아왔다가

모르는 사람이 방 안에서 자길 기다리고 있는걸 발견하고 흠칫 놀라는거임


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다가, 그 사이 훌쩍 커버려서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아가씨를 알아보지 못한 남자는 당황하면서 누구냐고 물었지만


얼마 전 '은퇴'해서 지방의 별장에서 지내고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재산을 전부 물려받은 아가씨는, 당황하는 남자에게 다가가 싱긋 웃으면서

그 때 말했던 대로, 아빠한테 말하지 않아도 뭐든 할 수 있게 됐어...라고 말하며

짐은 미리 다 옮겨놨으니까 얼른 가자, 라면서 남자의 손을 잡아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