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소문 1편: https://arca.live/b/lobotomycoperation/101381844

뜬소문 2편: https://arca.live/b/lobotomycoperation/101460589

뜬소문 3편: https://arca.live/b/lobotomycoperation/101693208

뜬소문 완:  https://arca.live/b/lobotomycoperation/101947970

학교괴담 1편: https://arca.live/b/lobotomycoperation/102055964





...


...


흠흠.

친구들?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서로 얼굴 풀고 편안히...


롤랑, 미안한데 잠시만 나가있어줄래?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으음, 하지만 내가 나가면 너희 싸울 거잖...


나가.


네,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은 짓을...




ㅡㅡㅡㅡㅡㅡㅡ


...


그새 제법 친해진 모양이네.


앤젤라...


넌 아까부터 내 이름만 계속 부르네.

뭐든 말해, 말쿠트. 그러려고 온 거잖아?


앤젤라...

난 네가 한 짓을 용서할 수 없어.


말하려고 한 게 고작 그거야?


용서하지 못하면 어쩔 건데?

결국 넌 날 도울 수밖에 없어.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우리 중 누구도 널 진심으로 도울 수 없을 거야.


너희들의 진심이 내게 필요할 것 같아?

웃기지도 않아...


앤젤라. 

네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나도 알아.

하지만 이렇게까지 극단적일 필요는...


극단적?

하아... 더 말해봤자 의미 없겠네.


...


너와 내 생각에 깔린 인식조차 엇갈리는데,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어?

이만 나가줘.


...

알겠어, 앤젤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괜찮아, 말쿠트?


아, 롤랑이구나.

방금은 미안했어. 다짜고짜 나가라고 해서...


그건 신경쓰지 마.

앞으로 같이 일해야하는 처지라, 잘 지낸다면 좋겠지만...

내가 그걸 강요할 자격은 없으니까.


...


혹시 괜찮다면...

이야기를... 들어줄래?


들려준다면야.


예전에, 이곳이 구 L동이었을 때...

나와 내 친구들은 L동에서 동아리를 운영했었어.


뭐? 구 L동에서 동아리를?

거기에 사람이 있었단 말이야?


많이... 놀랐나봐.


당연하지.

애초에 거긴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었다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부지라는 것만 알려졌을 뿐, 오랫동안 출입이 엄금되어 있었는데...


그곳은 네 말대로 에너지를 생산했지만... 동시에 어떤 비밀 실험을 위해 마련된 곳이었어.


충격적이네...

그 실험의 목표는 뭔데?


이 학교는 자유롭고 다채로워보이지만... 실상은 달라. 오히려 어느 곳보다도 폐쇄적이고 무거운 곳이지.

우리는 학생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라는 이름의 기업형 동아리를 만들었어. 그곳이 구 L동이야.


마음을 치유한다라...

비유적 표현이야? 난 그런 건 좀 약한데...


우리가 하려던 건... 학생들이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거였어.

실제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


대단하네.

이 학교에서 가장 어려운 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건데.

그래서?


많은 시도 끝에 결국, 우리 동아리가 거둔 성과가 드디어 빛을 보려던 그때...


앤젤라가 전부 망쳐버렸어.


아...

그래서 서로 표정이 좋지 않았구만.

그러면 전부 앤젤라가 잘못한 거야?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을 거야.

앤젤라에게도 사정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바꾸고도, 이제는 나를 이용하겠다는 앤젤라를...

나로선 용서하기 힘드네.


음...

뭐, 대충은 알겠어.

이야기에 공백이 많아서 완벽히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전부 말해줄 수 없어서 미안해, 롤랑.

아직 난... 널 완전히 믿을 수 없어.


미안해할 것 없어.

너와 난 만난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서로 뭘 믿고 정보를 죄다 공유하겠어?

말 못하는 게 당연한 거야.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


...


표정이 계속 안 좋네...


말쿠트, 이렇게 해볼래?

자, 들이마시고~


흡~


내쉬고~


후~


들이마시고~


흐으읍~


내쉬...



(쾅)

크, 큰일났어!



(콜록콜록)


아이고...



ㅡㅡㅡㅡㅡㅡㅡㅡ



무슨 일이야, 피트?


설명할 시간 없어, 일단 빨리...


(우당탕)

으윽!


괜찮아, 잭?

어디 다쳤어?


난 괜찮아. 

그런데 저 녀석, 진정할 기미가...


이런, 명찰만 있었어도 저런 것쯤은...


...


저건 뭐야? 괴물?


이번에 들어온 책들을 정리하던 중에, 핀 녀석이 책들 사이에서 웬 명찰을 발견했어. 

잃어버린 명찰을 대체하겠답시고 그 명찰을 가슴에 달았는데, 갑자기 저렇게 변해버렸다고,

핀 녀석, 죽은 거 아니야?


그러고 보니, 저런 걸 예전에 본 적이...


롤랑!


어, 말쿠트? 

가까이오지 마. 위험하니까.


난 저게 뭔지 알아. 

저건 환상체야.

구 L동에서 연구했던 대상 중 하나지.


뭐? 저런 괴물을 연구했다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핀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는지도 알아?


쉽게 말하자면, 지금 핀은 환상체와 동화된 거야.

그러니까, 환상체와 함께 그 안의 핀을 때려눕힌다면...


꺼낼 수 있다, 이거군.


좋아, 다들 물러서.

힘으로 해결된다면야 쉽지.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으으...

어떻게... 된 거죠?


기분이 어때, 핀?


이상해요.

무언가에 씌인 것 같았는데...

되게 우울해지는 기분이었어요.

게다가 지금 온 몸이 욱신거리는데...


미안, 그건 아마 나 때문일 거야.

널 좀 열심히 때렸거든.


절 삼켰던 그건...

지금 어떻게 되었죠?


아, 그거 말인데...

네 오른손 좀 볼래?


네? 어, 뭐지?

교복의 오른손목에... 웬 붕대가 감겨있네요.


말쿠트가 알려주길, 환상체와 동화되었던 경험 때문에 네 교복에 달라붙은 모양이야.

몸에 해롭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더라.

오히려 잘만 쓰면 도움이 될 거라는데.


괜찮아, 핀?


아, 말쿠트 선배님.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이게 뭔가요? 환상체는 또 뭐고요:?


여기가 구 L동이었던 시절에 연구하던 개체들이야.

이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들 사이에 섞여 들어왔나봐.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 책들은 원래 구 L동에서 쓰던 것들이거든.


...


애, 앤젤라.

여기까지 온 건 처음 보는 것 같네.


그런 난리를 쳤는데, 한 번쯤 와볼 법도 하잖아?

다들 기억해둬. 앞으로 도서관에 들어올 책들 중에, 환상체가 봉인된 명찰이 달린 책이 있을 거야.

그 명찰을 차면 환상체와 동화되니까, 가급적 주의하도록 해.

동화를 풀어줄 사람이 없을 때에는 특히.


환상체와 동화된다라...

그러면 이번처럼 때려서 동화를 해제해버리면, 또 이렇게 교복에 달라붙는 거야?


맞아.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어.

환상체에게 동화되었을 때 제때 풀려나기만 한다면, 입고 있는 교복에 환상체의 힘을 부여할 수 있으니까.


힘을 부여한다고요?

그게 무슨...


예를 들어볼까?


(스윽)


애, 앤젤라. 왜 또 칼을 꺼내고 그래.

뭘 하려고...


(슉)


으앗!


(캉)


...방금 뭐였지?

칼이 막혔잖아?


이런 식으로 쓰는 거야.


힘을 부여한다라...

교복이 무기, 명찰이 배터리라는 건 상식이지만, 이런 명찰은 듣도보도 못했어.

이런 명찰을 팔면 큰 돈이 될 텐데, 앤젤라.


안타깝지만 이 명찰들은 도서관 바깥에서는 힘을 내지 못해.


뭐? 설마...


맞아.

이것들도 와이파이 사정권 안에 있어야 하거든.


...늘 느끼는 거지만, 좀 깬다.


...


흠흠.

핀도 원래대로 돌아왔으니, 상황 수습을 해야겠네.


피트, 날 도와서 핀을 부축해줘.

피에르는 잭을 부축해주고. 잭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조금만 받쳐주면 될 거야.

피트는 망치와 레니가 돌아오면 지금 우리가 한 설명을 그대로 들려줘.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마저 책을 정리하자. 그때에는 나도 도울게!


이야.

지휘가 능수능란한데?


그야 당연하지.

이게 내 일이었는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휴, 겨우 수습했네. 

앤젤라, 이건 네가 의도한 거였어?


맞아.

구 L동에서 쓰였던 책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서들이 명찰과 접하게 되기를 바랐지.

다들 이 도서관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온 것 같아서, 나름의 경고를 줄 생각이었어.


되게 무서운 방법이네.

난 가끔 네가 너무 무서워...


가끔?


...


롤랑. 물어볼 게 있어.

말쿠트하고는... 무슨 말을 했어?


별 거 아니었어.

구 L동에서 있었다는 일에 대해 들었는데, 그마저도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었지. 

나중에 자세히 듣기로 했어.


...네가 무슨 말을 듣던, 상관은 안 하겠지만...

이거 하나는 변하지 않아.

나는 내가 한 짓을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거.


좋은 태도라고 생각해.


뭐가?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거 말이야.

난 그게 안 됐거든.

예나, 지금이나.


...


뭐, 지루한 이야기지.

나중에 들려줄게, 이건.

참, 앤젤라. 제안할 게 있어.


뭔데?


이런 일이 또 일어날까봐 그러는데...

녀석들이 제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자기 명찰 정도는 지니게 해주는 건 어떨까?


...

네가 책임지고 관리한다면.


허락해줘서 고마워.

그 정도야 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


...


그 오른손의 붕대를 풀면 혹시...


재미 없으니까 조용히 해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간이 이제야 나서 오랜만에 쓰네요.


로보토미, 라오루 세계관을 적절히 어레인지하는 것을 목표로 쓰는 콘문학입니다.

교복=무기

명찰=배터리

학교=도시

구 L동=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신 L동=도서관


개념글 달면 다음 편 씀.

아래는 차회 예고.





마스.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털어놔.


...


용서해줄 테니까, 입 벌려봐.

왜 안 벌리는 거야?

...너, 설마.


(꿀꺽)


...마스! 이 미친 놈아!

내 한정판 케이크, 아직 맛도 못 봤는데!


달더라.


달겠지 그럼!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