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항상 붙어다녀서인지 가족처럼 자란 소꿉친구

어느 날, 같이 등교하기 위해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는데

문을 열고 허겁지겁 뛰쳐나오는 모습에 뜬금없이 반해버림


그 이후로 친구라고만 생각했던 그녀의 모습 하나하나를 의식하게 됨

귀여운 마스코트에 집착하는 모습이라던가

아이스크림은 항상 딸기, 빙수는 항상 초코맛이라던가

고민이 생기면 귓볼을 만지작거리는 습관이라던가

어려운 문제때문에 끙끙거리고 있으면 어디선가 나타나 필기 노트를 빌려준다던가


나는 소꿉친구 근처만 가도 눈이 돌아가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나도 모르게 주춤거리게 되는데

소꿉친구는 항상 나한테 꺼리낌없이 다가와서

내가 흥분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도록 포커페이스를 유지할려고 하지만

나를 남자로 보지 않는건가? 동성끼리나 할 법한 섹드립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됨


그런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남자로 인식되고 싶어서 하지도 않던 공부를 시작하고, 귀찮기만 하던 스킨케어 로션을 바르기 시작함

약속에 늦는 사람은 싫다는 그녀의 말 때문에 약속장소에 일찍 나오는 습관도 생김

예전에 지나가듯이 이야기했던 운동 잘하는 남자가 좋다는 이야기에 관심없던 축구 동아리에 가입했고

요리 잘하는 사람은 멋있지 않냐고 한 이야기에 최근엔 요리 유튜브를 뒤적거리기 시작함


최근들어 치마를 입기 시작하고, 화장을 하기 시작한 그녀의 모습에

나만 아직도 이성으로 느끼지 않는건가 조바심이 느껴지지만

괜히 고백했다가 익숙해진, 언제나 설레는 이 사이를 망치고 싶지 않아

오늘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감추면서 그녀랑 하교길에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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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항상 붙어다녀서인지 가족처럼 자란 소꿉친구

어느 날, 같이 등교하던 도중,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는데

쓰러지지 않게 나를 붙잡아준 그의 모습에 뜬금없이 반해버림


그 이후로 친구라고만 생각했던 그의 모습 하나하나를 의식하게 됨

지루한 수업때문에 졸고 있으면 놀라지 않게 조용히 깨워준다거나

최근들어 운동을 시작해 항상 땀에 젖은 모습으로 들어온다거나

이상하리만치 자잘한 규칙을 지키려고 아무도 없는 횡단보도에서 기다린다거나

약속을 잡으면 1시간도 전에 일찍 나와서 기다린다거나


나는 소꿉친구 근처만 가도 눈이 돌아가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볼이 달아오르는데

소꿉친구는 내가 다가가도 항상 반응이 옅어서

나를 여자로 보지 않는건가? 은근슬쩍 오기가 생겨

남녀사이엔 부끄러운 이야기도 꺼내보았지만 항상 무반응으로 고개를 돌림


그런 그에게 조금이라도 여자아이로 느껴졌으면 해서 하지도 않던 화장을 배우고, 부끄럽게만 느껴졌던 치마를 입기 시작함

예전에 나에게 선물해준 캐릭터 장난감엔 이상한 집착이 생겨 나도 모르게 그 캐릭터 물품들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최근들어 요리를 배우기 시작해, 지나가듯이 요리 잘하는 사람은 멋있지 않냐 물어보기도 함

은근슬쩍 친구들이 물어본 이상형 질문에, 그가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넘어진 사람을 받아줄 정도로 운동신경이 좋은 남자라고 대답하기도 해봄


최근들어 남녀 혼성 스터디클럽에 가입하고, 하지도 않던 피부관리를 시작한 그의 모습에

나만 아직도 이성으로 느끼지 않는건가 조바심이 느껴지지만

괜히 고백했다가 익숙해진, 항상 포근한 이 사이를 망치고 싶지 않아

오늘도 달아오르는 뺨을 숨기면서 그의 등을 따라 집으로 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