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일단 본인 입장에서 쓰는거임. 틀릴 수 있음.


 본인 시그너스 출시때부터 플레이 했고 칼리랑 제로 빼면 스토리는 다 밀었던 거 같음.


메이플스토리의 장르는 MMORPG임. 정확히는 역할을 정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이고. 그렇다고 했을 때 메이플 스토리의 제일 큰 문제는 다음과 같음. 이 뒤에 쓰는 이야기들은 전부 스토리를 최우선으로 두고 쓰는거니, 실제 게임 플레이의 재미나 인가 요인과는 괴리가 있을 수 있음. 다만 스토리를 제일 중요하게 보는 사람 입장에서 메이플이 왜 최악인지를 쓰는거임.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게임 속 세상을 유저 본인이 살아간다는 느낌을 주는 거임. 로아를 예로 들면 그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문제를 해결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속도가 스토리 진행의 속도와 유사하게 느껴짐. 최소한 내가 스토리를 보기 위해서 추가적인 성장을 '과도한 시간동안' 하고 나서 "헉헉 이제 스토리 볼 수 있어!!" 가 아니라, 지역 열렸네? > 스토리 열렸네? > 보러가야지 라는 순서가 가능하다고 생각함.


 메이플도 초반은 그랬음. 특히 메이플이 중요한 건 게임 속 롤이 유저의 이입보다는 당해 캐릭터의 정체성을 더 강하게 잡아간다는 점임.


 모험가 / 시그너스 / 미하일 / 에반 / 아란 / 메르 / 팬텀 / 루미 / (   ) / 레지 / 카이저 /엔버 / 키네 / 일리움/ 호영 / 아델 / 카인 등등


 쭉 보다 보면 결국 각 캐릭터들 마다 다른 기원과 서사, 설정을 두고 있는게 이 게임의 강점 중 하나임. 다시말해 군상극을 만들기에 적합한 구조라는거지. 모험가만 해도 직업이 몇 개고, 시그너스 - 레지스탕스 갈등. 영웅즈 서사. 그란디스 이야기 등등. 


 문제는 아케인 리버 가는 순간 다 카오 되는거임.


 군상극이 갖는 강점은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제각기 다른 선택과 인물상을 보여준다는데 있음. 물론 플레이어의 캐릭터라는 점에서 스토리 자체는 유지 되어야지.


 그렇다고 해서 아델과 모험가의 대사가 같아서는 안 됨.


 대맥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 겪은 주체가 바뀌면 세부적인 내용이 달라져야지.


 적어도 직업을 나누고 그 직업이 모험가처럼 단순히 선택을 다르게 한 결과인 게 아니라, 애초에 종족과 기원 서사, 설정이 모두 다르면 거기에 맞는 대사, 어투, 반응이 나와야 함. 그게 롤 플레잉의 몰입감을 만들어주고.


 특히 테마던전이 그럼. 예를 들어 사자왕의 성을 생각해보면, 시그너스 기사단과 아델의 경우에는 사자왕의 성을 보면서 다른 대사를 꺼낼 수 있어야 함. 영웅즈는 당연히 자신들의 행동이 옳았는지, 자신들이 놓친 것은 없었는지를 생각할테고. 모험가들은 나 이전의 시간에 대한 충격을 받겠지. 레지스탕스 역시도 마찬가지고.


 사자왕의 성이 갖는 스토리적 가치는 굉장히 높다고 생각함. 그만큼 반 레온이 입체적인 인물이고 매력적인 것도 맞고, 거기에 반레온을 토벌하는 의미에도 자기 왕을 멈춰달라는 의도가 있으니까.


 그럼 솔직히 아델 입장에서 뭔 생각이 들겠음?


 미하일 입장에서는?


 캐릭터 설정과 서사 만들고, 고유 일러까지 싹 다 뽑은 것도 모자라 아예 클래스 이름이 캐릭터 본인인 수준인데 정작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그 고유성을 살리는 구간이 희박함.


 카이저로 변신 한 다음 NPC한테 말 걸어도 변하는게 없는데 몰입을 어케함. 엔버가 말 걸면 "오 씨발 아이돌!! 눈나아아아!!"하는게 설정인데 막상 변하는 건 없음. 


 그래서 내가 지적하고 싶은 첫 번째 문제점은 군상극으로 만들어 둔 캐릭터들을 막상 유저들이 가장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구간에서 정작 단일하게 퉁 쳐버린다는 점을 꼽겠음. 


 다음으로는 스토리를 볼 수 있는 방법임. 


  희대의 명언인 "스토리는 레벨업의 보상"이라는게 애초에 헛소리라고 생각함. 적어도 이 게임에서는.


 물론 스토리 자체는 하나의 유인이 될 수 있음. 그리고 그걸 위해서 레벨업을 하는 것도 재미라 볼 수 있지. 하지만 그걸 운영진이 대 놓고 '보상'으로 준다는 건 대단한 배짱임.


 적어도 저 생각에는 "너네 우리겜 뒤 스토리 안 보고 싶냐? 이렇게 재밌는데?" 라는 수준의 자신감이 반드시 있어야 함. 


 퀄리티는 넘어가더라도, 최소한 유저의 몰입감을 위해서는 유저가 해당 지역에 단순히 상주하는 느낌을 주어서는 힘듦. 적어도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는 다음 업데이트까지 기다리기 위해서고, 그 이후에는 새로운 이야기를 따라갈 거라는 생각이 있어야 내가 이야기 속을 체험하고 있다는 게임이란 장르의 강점이 살아나게 됨.


 그런데 구간 뚫는데 사냥을 몇 시간 꼴아박아야 하면 그 뒤에 보는 스토리가 재밌겠냐? 애초에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이나 흥미는 사냥 노가다 하면서 사라질 거고, 자연스레 빨리 다음 지역 가서 심볼 열고 스펙업 하고 사냥해야 하는데 가 되어버림.


 애초에 구조상 스토리를 보상으로 즐길 마음을 지우면서 스토리가 보상이라고 말하는 건 무슨 심보인지 잘 모르겠음. 


 다만, 스토리를 무조건 다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님. 스토리가 보상인 건 '레벨업'보다는 '육성 경험 그 자체'의 보상이어야 함.


 예를 들어, 메이플 닌텐도 게임을 보면 4가지 직업을 선택하게 되어 있음. 하지만 직업 스토리를 미는 동안 다른 캐릭터들을 만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캐릭터는 왜 여기에 있는지가 궁금해짐. 결국 내가 첫 회차를 끝내고 나서 '아, 이 캐릭터를 키워봐야겠다.'를 자연스레 유인함.


 이게 상식적인 유니온 유인의 첫 걸음이어야 함. 


 대표적으로 이런 구조를 이야기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릴 게 에반-아란 연계일거임. 초창기 메이플에서 내가 굉장히 메이플에 흥미로워 했던 건 에반의 스토리 진행과 아란의 스토리 진행은 거의 맞닿아 있었다는 점임.


 에반은 영웅이 되고 싶어하고, 주위에 조력자라고 할 사람이 없었음. 애새끼 미르를 애새끼 에반이 데리고 나니니 70렙에 스토리 종결 될 떄 까지 블랙윙이 좋은 애들인 줄 알고 걔네 돕는 삽질함.


 반면 아란은 기억을 잃었을 뿐이지 리린이라는 조력자를 통해서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가지고 있음. 결국 에반이 치는 사고들을 아란이 수습하고, 그 과정에서 두 캐릭터의 스토리가 얼추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함.


카이저-엔버 같은 경우도 그렇고.


 애초에 첫 번째 문제와 연결되어서 말하자면, 이 게임이 스토리를 보상이라 말하고 싶으면 그걸 유니온의 개념에서 적용 했어야 함.메인에서 밝혀주는 것 이상으로 추가적인 연관성을 보여준다거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준다거나. 물론 유니온 보상의 전부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유니온 보상 안에 추가 되어야 사람들이 다양한 캐릭터를 키우는 의미를 가질 수 있음. 지금같은 단순 스펙 올리기용이 아니라.


 내가 그 캐릭터를 키우면 게임 내에서 해당 직업간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거나, 유니온 창 내에서 캐릭터들의 상호 연관성을 보여준다거나. 


 그걸 모으게 하는 유인은 결국 메인 스토리 내에서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을 보여줬어야 하고.그 정도 만드는 건 솔직히 스크립트 만드는데만 시간 투자해도 준비는 할 수 있을거임. 캐릭터 설정이나 서사에 따라서 NPC 응답이 달라지는 건 이미 할 줄 알잖아. 근데 안 하면서 왜 스토리가 보상인지 모르겠음.


 물론 메이플 메인 콘텐츠가 사냥이고, 거기에 스토리는 부가적인 요소가 되었단 게 현실인 건 인정함.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기본을 버리면 결국 사람들이 "게임을 게임으로" 볼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 밖아 안되는 거임. 사냥한 시간이 아까워서, 내가 더 높은 보스를 잡으려고.


 그걸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게임 내 스토리에서 그것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 떄문이잖아.


 그게 없는 한 이 게임은 결국 노가다 사냥 원툴을 못 벗어남. 


 스토리는 레벨업의 보상이 아님. 유저에게 행위의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장치지.


 블루 아카이브를 예로 들면, 내 입장에서 가장 호평하는 부분은 과금을 스토리 내에서 녹여낸 '어른의 카드'였음. 


 과금에 대해서 존중하는 그런 입장도 물론 기분 좋지만, 기본적으로 유저가 스토리 진행에서 사용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내가 가챠로 뽑은" 학생을 사용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장치로서 어른의 카드는 굉장히 잘 만든 장치임.


 무엇보다 그게 블루 아카이브의 주제인 '어른과 선생'이라는 점에서도, 또한 밈 적인 측면에서도 잘 나온 것도 있지만. 적어도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제공되는 캐릭터를 사용하는 순간과 가챠로 얻은 캐릭터를 사용하는 순간을 구분하면서도 플레이어에게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사 내에서 자연스럽게 그 순간을 녹여내었다는게 굉장히 호평 하는 부분임.


 메이플은 그게 없고.


 게임의 기본은 몰입이고, 그 몰입을 방구석 폐인짓이 아니라 체험형 유희로 만드는 건 가장 기본적으로는 게임 내의 설정과 스토리가 주는 핍진성, 당위성임.


 왜 내가 그 짓을 해야 하는데? 에 대해서 답을 주면서 유저들을 계속 플레이 하게 만들어야 게임이지. 


 스토리가 레벨업의 보상이라고?


 무슨 대가리에서 나온 생각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