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커버를 올리고싶은데 이미지가 안올려지네


밴드의 리더 다니엘 길덴로우는 2014년 전반기에 병원신세를 지고 있었다. 박테리아 감염으로 등에 구멍이 뚫릴 지경이었던 그는 한 계절을 꼬박 병원에 처박혀있어야 했다. 죽을 수도 있었던 이 경험을 앨범의 컨셉으로 써먹을 거냐고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다니엘은 처음엔 ‘…굳이?’ 싶은 심경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이 컨셉으로 할만한 이야기가 많음을 깨닫게 되었고 2년 뒤인 2017년 초 밴드의 회춘을 알리는 앨범 <In the Passing Light of Day>가 발매된다.
 
앨범은 밴드의 초창기 앨범들 같은 강렬한 사운드를 다시 가져옴과 동시에 음산하고 시니컬한 분위기를 극대화해서 적절하게 익숙하고 적절하게 새롭다. 대략적인 컨셉은 병원침대에 누워 시들거리며 삶을 고찰하는 주마등 내지 현자타임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앨범 타이틀인 'in the passing light of day'는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하루하루 뜨고 지는 해를 바라보는 상황을 의미한다. 다니엘의 자서전이라 봐도 좋은 4집 <Remedy Lane>과도 어느 정도 접점이 있는데, 보컬 멜로디를 따온 곡도 있고 전체적으로 4집의 우울증 걸린 동생격인 앨범이다.
 
본인은 군대에 처박혀서 이 앨범을 처음으로 들었는데, 새벽에 눈을 치우며 마지막 트랙을 흥얼거리던 기억이 난다. 갖고 있는 컬렉션 중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앨범이다. 너무 열심히 들은 나머지 케이스를 깨먹어버려서 안타깝다
 
 

10분짜리 대곡이지만 1초만에 듣는이의 마음을 확실하게 사로잡는 훌륭한 오프닝 트랙이다. 폴리미터의 끝장을 보겠다는 듯한 집념마저 느껴지는 곡이다. 곡의 중반 지점에는 당시의 리듬기타 라그나 졸버그가 작곡한 <I Lost the Way>라는 곡의 후렴이 사용되었다. 트랙 순서를 정할 때 본래는 그냥 중간 언저리에 배치할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이 곡의 데모버전을 들은 다니엘의 친구가 꼭 맨 앞에 집어넣으라고 강권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근데 정작 그 친구는 후일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더라. 멤버들은 앨범을 버틸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관문같은 곡이 되었다고 자평한다.




‘나 좆됨’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곡이다.




라그나 졸버그가 만든 곡 <Rockers Don’t Bathe>를 밴드의 사운드에 맞게 편곡한 트랙이다.




음 잘 모르겠고 좋다.




폴리리듬이 뭔지를 설명할 때 교보재로 써도 좋을 것 같은 곡이다. 이 곡의 주제와 사운드는 다음 앨범인 <Panther>의 근간이 된다.




굉장히 기묘한 트랙이다. 이런 곡은 영미식 프록에선 아마 볼 일이 없으리라. 처음 들은 지 5년이 넘은 지금도 좋음과 기괴함 사이의 그 어딘가에서 벗어나질 않는 너무나도 프록스러운 곡이다.  




이 앨범에 몇몇 존재하는 ‘필러’트랙 때문에 개인적으로 다음 앨범인 <Panther>보다 낮게 평가하는데, 이 트랙이 그 필러라고 할 만한 곡이다. 1분이 넘어가는 기타솔로도 있고 나쁘지 않지만 결국은 인상이 약한 곡이다.




기타리프의 독특한 그루브가 인상적이다. 브릿지와 후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식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당장 세상이 망할 것만 같은 우울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개인적으로 이것도 필러라고 생각한다. 드럼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고 끝냈으면 인터루드로 괜찮았을 것 같지만




10분짜리 대곡으로 시작한 앨범은 15분짜리 대곡으로 끝난다. 개인적으로 킹크림슨의 <Island>가 프록메탈이 된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7:24 부근에서 4집 수록곡인 <Ending Theme>의 후렴 멜로디를 차용했고, 8:05 부근의 프리코러스는 라그나의 곡인 <The Hope>의 후렴 멜로디를 적당히 비튼 듯하다. 가사는 전체적으로 젊을 적의 추억을 되새기는 느낌이고 하여튼 주마등의 분위기를 팍팍 풍긴다. 



음악만 들으면 세상이 무너지도록 진지한 사람들같지만 앨범을 들여다보면 실없는 조크를 많이 집어넣어놨다. CD가장자리 둘레를 따라서 잡다한 것들을 적어두는 공간이 있는데, 여기다가 뭔가 적당한 말을 적어둬야겠다고 횡설수설하다가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말을 하다 말기를 시전한다. 두번째 CD에는 몇몇 트랙의 데모버전이 들어있는데 그 마지막트랙은 일부러 병신같이 녹음한 블루퍼 모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