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런 문자가 와있었다.



밖에 나가보니 시즌스 오브 미스트에서 시킨 택배가 와 있었다.

작년 12월에 시켜놓고 이제야 온 것.

사실 안에 동봉된 페르세포네의 신보를 예약구매해서 한번에 온 것이기에 늣게 온 것이다.



보기엔 허접했는데 은근히 충격방지에도 신경을 썼음.



측면샷



왼쪽부터 차례로 Solution .45의 15년작, 16년작, 그리고 오늘 리뷰할 Persefone의 신작 디지팩이다.



포장을 뜯은 자태



내부


아래부터는 이 앨범을 들은 리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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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efone 의 음악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가장 주된 테마는 바로 '고양감' 일 것이다. 2013년 발매된 앨범 'Spiritual Migration' 의 수록곡 'Upward Explosion'은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상승감을 의도한 곡이며, 그 외에도 이러한 상승감이나 고양감을 유발하는 듯한 트랙이 여러 앨범에 수록되어있다. 이들의 음악을 들어본다면 전체적으로 고음을 향해 올라가는 신스를 비롯해 여러 구성요소들이 마치 곡 전체의, 또는 앨범 전체의 텐션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듯 한 인상을 받는다.


사실 이번 앨범에서 선공개된 곡들을 처음 들었을 때 실망이 컸다.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르겠는 아리송한 가사와 컨셉, 진부한 구성을 가리려는듯한 화려하기만 할 뿐인 연주 등, 마음을 확 잡아끄는 요소가 없었다. 잘만든건 알겠는데 가슴에 미처 와닿지는 않는 느낌이었다. 이미 그 시점에서 예약구매를 한 터라 걱정은 더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발매되고 6일이지나고 도착한 앨범을 다 듣자마자 걱정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별로라고 느껴졌던 두 곡도 앨범으로 듣게 되자 완벽히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고, 그 외의 다른 곡들도 너무나 적절하고 뛰어난 모습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특히 4번 트랙인 연주곡 'Leap of Faith'를 들었을 때는 충격을 받았다. 본래 연주곡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이번 앨범의 연주곡들은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완벽해서 이 앨범의 핵심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다면 왜 선공개때는 별로라고 느껴졌던 트랙들이, 앨범으로 들었을 때에는 무한한 감동을 선사한 것일까? 빌드업이다. 앞서 이야기한 상승감을 일으키는 요소들은 단순히 청취자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해당 곡의 앞뒤의 곡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소위 '빌드업' 이다. 한 곡이 뒤의 트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해하기 쉽다. 이번 앨범에서도 선공개된 곡인 'Katabasis' 를 인트로인 'Metanoia' 가 받쳐주면서 완성되었다. 그 외에도 다른 수많은 앨범에서도 이어지는 곡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전의 곡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끝난 곡에 무엇을 더 한다는 것인가? 화룡점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끝맛이 아쉬운 곡들을 완성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선공개된 곡인 6번트랙 'Merkabah'가 그렇다. 약간 부족했던 느낌의 곡의 뒤에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인 'Consciousness Part III'가 따라붙자 완전한 하나의 곡이 된 것이다.


앨범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는 이전작들과 비슷하나, 따져보자면 직전작 'Aathma'보다는 13년작인 'Spiritual Migration'에 조금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특히 Consciousness 시리즈가 13년작으로부터 이어진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앨범이 가진 컨셉트는 완전히 다르다. 13년의 앨범이 영적 초월을 다룬 앨범이라면, 이 앨범은 제노폰의 저서 '아나바시스'를 기초로 한다. 이 점은 앨범에서 느낄 수 있는 서아시아풍의 분위기에서도 알 수 있다. 아나바시스 자체가 페르시아 원정에서 귀환하는 일대기를 다룬 내용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6번 트랙의 제목인 Merkabah는 현재 페르시아의 후손인 이란과 적대시하는 국가인 이스라엘의 말, 즉 히브리어 라는 점이지만... 어쨌든 여러모로 서아시아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전체적인 구성을 보았을 때, 앨범 전체의 텐션이 인트로부터 빠르게 올라간 후, Merkabah와 Concsiousness에서 정점을 찍은 후, 타이틀 트랙인 Anabasis에서 차츰 풀어지는 모양새를 보인다. 오히려 구성 자체는 직전작인 Aathma와 비슷한 셈. 이는 원작인 아나바시스 자체가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만, 사실상의 전작인 Spiritual Migration에서 뒤로 갈 수록 치솟는 텐션의 구성과는 대비되는 구성이다. 마침 소재도 대비가 되는데, 13년작은 이름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만, 영혼이 육신을 떠나가는 과정을 담은 반면, 이번 앨범은 귀환의 과정이다. 여러모로 정확히 대치 되는 셈. 만약에 이러한 요소가 의도된 것이라면, 이들의 수준이 범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셈 이다.


연주는 이미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완벽하다. 다소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이번에는 멜로딕 데스 메탈이라기 보다는, 하쉬보컬을 주로 쓰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는 느낌을 매우 강하게 받았다. 그마저도 비중이 이전에 비해서 많이 줄었다. 그러나 비중이 줄어든 만큼 등장할 때마다 막강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그리고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화려한 게스트도 이 앨범을 즐기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Leprous 의 보컬 Einar Solberg가 맡은 인트로는 청자를 압도하여 앨범에 빠져들게 만들고, 9번트랙에서 기타로 참여한 Steffen Kummerer와 Angel Vivaldi의 연주도 완벽하다.


아직 올해가 1/6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최고의 앨범을 꼽으라면 마땅히 이 앨범을 선택할 것 같다. 프로그레시브 데스 메탈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10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