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정리가 안 되네~.


사랑이란 놈은 꽤 만만치 않구만


계속 앉아서 작업을 했더니 몸이 굳어버렸네


조금 숨을 돌릴까나~


아들도 같은 곳에 앉아만 있으면 피곤하진 않아?


빙글빙글 말려있네


깜빡 잊고 있었어.


있지, 오늘은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나는 착한 엄마니까 들어주는거야.


그러고 보니 머리가 좀 길었네


개운해지고 싶은 마음도 알아.


좋아, 알겠다. 앞으로는 이발의 시간으로 할까,


요, 밧줄은 밖에 없어.


대체로 밖에 나가면 내 마마를 발휘할 시간이 적어지잖아.


짐작했나 보네. 그런 거야.


마마의 역할을 하는 것,


아들의 머리를 잘라줄 수 있어야지


준비하고 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그러면, 도구를 모아왔어.


미사기가 한 벌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네~


나? 나는 해본 적 없어.


그래도 도화 공작 성적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으니까


「문제 없음」 아닐까나~


겁먹지 않아도 괜찮아. 내 그대로인 사랑을 믿고, 느긋하게 있어줘~


그러면 처음에는 샴푸부터 시작이지.


의자에 빙글빙글 감겨 있으면


나 혼자서는 욕조까지 옮길 수가 없네.


밧줄을 풀자고?


풀었을 때 도망가면 안되니까.


도망가면 난 상처받을거라고?


나는 이렇게나 아들을 사랑하는데 아들은 날 떠나가는구나, 하고


응응, 각오를 다졌나보네.


아들이 솔직해서 난 너~어~무 기뻐.


자, 욕실로 가자?


스스로 걸을 수 있지?


옷 벗어 놔. 


음~? 창피해?


팬티는 입고 있어도 돼. 


젖어버리겠지만 세탁해 버리면 되니까.


그런데 말야, 미사키랑 사야가 돌아왔을 때 건조대에 아들의  팬티 하나만 널려 있으면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


못 참겠어서 지렸나 봐, 라든가.


농담, 농담이야. 아직 널지 않은 빨래가 몇개 있어서 말야.


제대로 같이 빨아서 널게.


자, 그러니까 안심하고 준비해줘?


좋아, 좋아. 그럼 거울 앞에 앉아 줘.


샤워할게?


음, 딱 좋은 물이 됬네. 뒤에서 뿌릴게?


앞쪽에도 뿌리니까 눈 감는거야~?


샴푸 하기 전에 먼저 가볍게 얼룩을 제거하고 갈게?


좋은 느낌이네~. 다음은 샴푸야.


그대로 머리에 친숙해지도록 갈게~?


씻어내고 남은게 없도록 확실히 해야 해.


아들은 남자라서 그런가? 털이 굵어.


자신한테 쓰는 샴푸랑 여러가지로 달라서 재밌네~


있지, 있지. 가려운데는 없어?


손으로, 부드럽게 긁어줄테니까.


그거 곤란하지 않을까?


만약 가려운 곳이 있어도, 잘 전달할 수 없지?


정수리에서 뒤쪽으로


3cm 아래로, 거기서 지구가 도는 방향으로 15도라고 하면,


전달되려나?


꽤나 수상한 것 같지만


그러니까 무리해서 전하지 않아도 돼.


전체적으로 하면 자연스럽게 가려운 곳도 포함될 거고.


이러면 된 건가? 그럼 샴푸를 씻을게.


개운하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야.


컨디셔너도 쓸거니까.


길어서 미안해? 하지만 미용실에 비하면 짧은 것 같아.


미용실은 진짜 아직도 씻고 있을 정도로 집요하게 당하니까.


나는 질려서 잘 못하는 것 같아.


미사키는 기분 좋아서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고.


사야는 어느쪽이려나? 다음에 물어보자.


컨디셔너는 샴푸처럼 뻑뻑하지 않아.


머리에 딱 발라주는 느낌이야.


지금 같으면 재미있는 머리를 할 수 있겠네.


예를 들면, 촌마게(일본식 상투)


조금 끈적끈적하네. 하지만 귀여워, 아들.


이 정돈가? 컨디셔너도 씻어낼게.


자, 올라갈까.


타월으로 닦아줄게?


쪼그리고 앉아주면 고맙겠네~. 영차,


이걸로 준비 완료야.


커트는 정원 벤치에서 할까?


오늘은 따뜻하기도 하고 청소하기에 편하니까.


에또, 그러네. 옷은 입어야겠다. 이웃들이 깜짝 놀라잖아.


됐어? 그러면, 가자~


으응~, 날씨 좋다~.


이런 날은 밖에 나가기만 해도 기분전환이 좀 되네.


거기 앉아 있어. 이발용 망토를 걸쳐줄게~.


이 케이프, 재밌지 않아? 우산을 뒤집어놓은 것처럼 생겨서,


땅에 머리카락이 안 떨어져.


이런 걸 갖고 있다는 건 미사키는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는 걸까?


아니면, 아들의 머리를 잘라줄 생각으로 샀나?


그렇다면, 내가 아들에게서 그 처음을 몰래 받게 되는 거네.


큰일 났네~. 혼날려나?


이렇게 혹시 지금 넘으면 안 되는 것을 넘어서고 있는 걸까~ 하는 스릴, 오싹하지 않아?


그만둔다는 선택지는 없어. 포기해 줄래?


안심해 줘. 일까?


나도 아들의 머리를 망치려는 건 아니니까.


조금 다듬는 정도로 참아둘테니까, 어깨 힘을 더 빼도 돼.


그래도,


만약, 만약이야? 만약에 하는 이야기지만 자꾸 손을 헛디뎌서 너무 잘라버린다면.


예를 들어, 구렛나루를 이런 데까지 잘라버리거나, 앞머리가 이렇게 짧아지거나, 그렇게 되면,


아들은 집밖에서도 계속 이상한 눈으로 봐져서 힘든 생활을 하게 되겠구나~.


아니, 아니, 이건 생각보다 책임이 막중하네~.


나의, 이 손에.


아들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해도 좋겠네.


손이 떨리지 않냐고?


괜찮아, 괜찮아. 이 정도는 무시해도 될 정도니까.


흔들리고 있는 건 변함없지 않냐고?


그러네.


걱정 마. 페이퍼크래프트 같은 거니까, 아마도.


자, 각오는 다 됐어?


이제 진짜 가위 넣을 거야?


일단 앞머리부터 갈까, 길이를 조금 다듬기만 하면 되니까 가장 간단할 것 같아.


뭐, 앞머리에서 실패하면 이제 어떻게 해도 돌이킬 수 없지만 말야~,


자, 갈게? 나한테 모든 걸 맡기는 거야~.


잘려버렸네~, 아들의 머리카락이.


뭐라고 숨을 참는건데.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소중해.


뭐, 지금은 연습이니까 머리끝밖에 안 잘랐지만~.


응, 응, 감은 잡았어.


괜찮을 것 같으니까 본격적으로 갈게?


봐봐, 에? 안 보여?


아 그렇구나. 거울을 써붜.


잘 했지?


아냐아냐, 잘하잖아, 나. 


솔직히 좀처럼 잘 안될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아니, 실패하려고 한 게 아니야. 성공할려고 했는데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아, 이놈, 도망가면 안 돼.


앞머리로만 끝나면 밸런스가 안 좋아.


다음에는 구레나룻을 다듬을까?


여기는 귀도 가깝고, 신중하고 차분히 가야하겠네~.


먼저, 오른쪽에


나도 모르게 숨을 참았네.


떨림이 멈추지 않는 거야.


거울은 당분간 맡기지 않을게.


이것저것 확인하고 있으면 시간이 걸리고,


나를 믿어 줘.


그래서 이대로 왼쪽을 할게.


어라, 라던가. 그냥 말해 본 거 뿐이야.


그냥 농담이었는지, 정말로 실패했는지는 마지막에 확인하는 것이 좋아.


그때까지는 어느 쪽의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거야.


슈뢰딩거의 헤어컷이네~.


나머지는 목덜미려나.


그 3군데를 다듬으면 개운해질 거야. 


정돈되어 있으면 하는 얘기지만,


그럼 마지막이야.


조금만 더 있어줘?


다 된거야. 케이프 벗길게?


자, 기다리셨습니다~.


자, 거울. 마무리를 천천히 관찰해 봐도 돼.


응, 이거, 완벽해.


나도 깜짝 놀랐어.


이것도 분명 엄마의 사랑의 힘이 아닐까?


자, 만족, 만족!


집 안으로 돌아갈까?


어? 내 머리도 자랐는데 안 자르냐고?


확실히 자라긴 했네.


그래도 머리 커트 같은 건 아마추어가 손대는 게 아니야.


실패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도저히 할 수가 없네


왜 그래? 이상한 얼굴로.


빨리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