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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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세계관-

엘프, 숲의 종족. 아름다운 외모, 인간과 비슷한 생김새라는 이유만으로 인간들이 유일하게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종족들. 그러나, 늘 그렇듯이 그녀들을 노예로 삼으려는 이들은 많았고, 그녀들은 마왕군 점령지로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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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세인츠 (전)단장님이 입장하십니다- 부대차렷- 지금부터 이임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아르시아 단장님이 입장하십니다. 대충 왈왈왈왈- 하여간 군부대 의식은 뭐 그렇지. 이취임식은 간단하게 진행됐다. 무엇보다도 딕은 딱히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함께해서 즐거웠고,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


그 말만 하고, 딕은 도망치듯 내려갔다. 뭐 알고 있지. 기사단원들이랑 얼마나 정 많이 들었겠냐. 그 말만 하고 빠진것도 용하다. 하여간- 저 덩치만 큰 놈, 아예 영영 못 만나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울먹이려고 드나.


그게 뭐 딕 다운 거기도 하지만.


"본래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 만나지 말자 아냐?"


그리고 잠시 기사단원들과 어울리는 시간. 그리고 니알리가 딕의 이임사에 대해 말하지. 뭐, 사실 그렇다고 하기엔 딕은 단원들과 각별했고, 세인트 크룩스 나이츠, 그들에게는 전투에서 단원들을 거의 다 잃었고, 무엇보다도 세인트 크룩스 나이츠 단원들을 데리러 갔을때, 하인리히의 암살을 실패한 이후, 딕을 따르던 모든 단원들 목을 잘라 효수했었으니까.


그리고 그 이후 딕은 솔리아스 교단을 정말로 증오한다. 그냥 증오하는게 아니라 교황놈을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씹어먹어 죽일 수 있냐고 하면, 딕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 정도로 그들을 증오한다.


니알리 역시 그들의 행동을 듣고는 큭큭거리며 웃는다.


"그걸 보면 참, 인간들은 재미있어."


"........재밌지.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을 아주 자연스럽게 하니까 말이야."


그게 분명 제살 깎아먹기라는 걸 알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걸 보면, 참 재밌기 짝이 없다. 그리고 니알리는 날 보면서 놀란듯 묻는다.


"보통 거기선 부정해야 하는거 아냐?"


"같은 인간이 봐도 재밌다고 느끼니까."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행한다는거지. 그래서 뭐? 나만 아님 돼. 그런식이다.


그리고 망가진 나사나, 쓰지 못할 건 다른 곳에서 가져오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거겠지. 그런것과 별개로 슈브 역시 기사단을 견학하면서 호오- 하면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다. 아마 그녀 입장에선 툭 건들면 부서질 것들이 모여서 군대를 이루고 전투 기술을 단련한다는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곧 이어 깐ㅍ........아니, 엘프 여기사단장이 단원들을 불러모은다. 뭐, 여기서부터 딕과 새로운 단장의 차이가 느껴지는군.


일단 그녀의 이름은 [아르시아]. 


딕이였다면 딱히 별 달리 단원들을 불러모아서 일장연설같은건 하지 않을거다. 그냥 간부진만 따로 모으겠지. 사실상 부단장인 아우로라 역시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간부들 역시 이렇게 불러모으는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새지만, 새로운 단장이 들어오는 거니 어찌 할 수가 없다.


사실상 딕은 필요한 일 외엔 이렇게 단원들을 단체로 불러모으지 않는다.


그 필요한 일이 어떤 일이냐면.......


주로 세 가지로 나뉜다.


1.하극상

2.대민 피해

3.성과 부족.


한 마디로 말하자면 본인이 할 거만 다 하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 불시에 점검해서 성과 부족이다 싶으면 단체로 불러다 갈구는 것 외에 매우 프리하다. 즉 느슨하다. 그리고 느슨하지만 하극상과 대민피해를 일으키는 것에대해선 용서가 없다.


그리고 그 성과 부족이라고 함은, 본인의 단련 정도를 점검하는데, 하루 걸러 점검할 수도 있고 10분마다 한번씩 점검할수도 있다. 즉, 언제 할지는 본인 마음대로. 평소에 제대로 단련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검사로, 평소에 놀았다면 어색할 것이요, 평소에도 단련을 거르지 않았다면 딕의 맹공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니.


당연하게도 과반수 이상이 빠져있다?


........그날은 단원들에게 지옥이 펼쳐진다. 단련하는 동안에 내가 준 새로운 장비들의 사용법을 마스터하라고 했는데, 그걸 못했고, 당연하게도- 지쳐 뻗을때까지 계속 돌았다. 그때 생각만해도 치가 떨린다. 그리고 단원들을 데리고 다 같이 연병장을 돌게 했었다.


짐승같은 새끼였다.


진짜 아우로라도 뻗을 정도로 연병장을 계속 돌았고, 단원들이 전부 뻗을 때 까지 계속해서 돌았다. 거기다가 본인에게 전신에 약 10kg짜리 철괘까지 달아놓고서 그 지랄을 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아우로라가 왜 딕한테 단장 자리를 내줬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야 그럴게, 장기전으로 나가면 딕이 그 지랄맞은 지구력, 체력에 스피드까지.


..........후우-


어차피 나도 한 솥밥 먹는 사이니 같이 돌아줬긴 했다만, 진짜로 이놈의 그 지랄맞은 체력만큼은 나도 못 따라간다. 한 번 제대로 빡치면 단원들을 그렇게 전부 리타이어 시킬 정도로 굴려버린다.


과연 이번 단장은 어떻게 하려나.


약간 초록빛이 도는 금발 머리칼. 녹색의 눈동자. 거기에 단련된 팔다리 근육. 등 뒤에는 자기 몸 크기만한 거대한 대궁과 그 대궁의 화살......로 추정되는 숏 자벨린들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단원들을 모아놓고서 아르시아는 말했다.


"아우로라 부단장."


"네, 단장님."


"지금부터 긴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가장 강한 사람과 가장 약한 사람을 한 명 불러내시죠."


"........"


그리고 저 멀리서 딕이 씨익 웃고 있는게 보인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리고 아우로라 역시 날 보고 씨익 웃고 있었다.


.........


이 새끼들, 그러고보니까 다 한패들이었지 참.



"네, 여기- 우리 [기사단]에서 가장 강한 단원입니다."


"........."


그리고 내가 눈빛을 찌릿하게 보내자 딕은 킥킥킥 웃으며 멀어져갔고, 당연하게도 난 저 망할놈을 어떻게 족쳐야 하고 고민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한번, 신입 단장의 실력을 한 번 제대로 확인해보라는 이야기겠지.


".......별로 대단해 보이는 건 없어보이는군요. 왼손의 건틀렛이 무기입니까? 무투? 그리고, 마법을 사용하는군요. 마법사인가요?"


"네, 그는 마법사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전사입니다. 마법의 힘에 의지하는 자는 전사라고 할 수 없습니다."


"......."


참자 참아. 어차피 별로 신경쓸 것도 없다. 날 무시하는거야 아무래도 좋다지만, 마법사, 마법을 무시하는 것 만큼은 화가난다만, 굳이 그것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당연하게도 어차피 난 그녀를 떠보기 위해 여기에 온거니까 말이다.


새로 들어온 암흑기사단의 단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과연 여기에 잘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한 것. 당연하게도 이건 딕의 마지막 부탁이기도 했다. 최소한 나와 함께해줬던 단원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단장이 문제가 있다면 손 볼 생각으로 말이다.


"어쨌거나, 시험해보도록 하죠. 어쨋거나, 가장 강한 자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는 제가 직접 봐둬야 합니다."


아....... 그래, 정말이지- 아우로라도 날 보고 웃고 있고, 당연하게도 내가 내심 이 여자를 향해 싸워서 발라주기 바라는 모양이지만, 난 결과적으로 그녀를 이길 수 없다. 마법을 쓴다고 해도 굴복하지도 않을거고, 어차피 내 장기는 마법이다.


주먹으로 하는 전투는 주력이 아니란 소리다.


"음, 제가 졌습니다."


".......무슨 짓이죠?"


"무슨 짓이냐고 하면, 애초에 주먹으로는 이기지 못하니 그리 한겁니다. 그 말대로 전 마법사지만, 주먹으로 기사단들과 싸운다.......그런 미친 짓은 별로 하고 싶진 않거든요. 거기다, 그걸로 당신을 이긴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인정도 하지 않을거고 말이죠."


"........명령입니다. 지금 당장 덤비세요."


"질게 뻔한 싸움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상대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고 승산이 없는 싸움에 걸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강함을 겨루기 위해 기사단에 들어와 있는게 아닙니다. 확실한 승리, 그리고 그걸 토대로한 마왕군의 검이 되어야 하는데, 강함에 목 매여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힌다. 그래, 여기서 물러나주니 다행이네. 당연하게도 난 마법사고, 당연하게도 그녀와 정면대결을 할 생각같은건 없다. 나름 성질은 있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선은 안 넘네. 음, 합격.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그보다도, 당신의 이름은?"


"풀 네임을 쓰는건 별로 안 좋아합니다. [토시]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클라크=요그소토스. 뒤의 마지막 글자에서 따온 단어다. 가명이지만 굳이 그것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는다. 사실 여기서 가명 쓰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기사단 인적사항에도 [토시]라고 적어놨다.


뭐, 딕과 아우로라가 나에게 맡긴 건 아마도 그녀의 인성을 보고 싶어서 그런거겟지.


"일단은, 사과하겠습니다. 그래요, 토시, 당신 말 대로에요. 후우- 하지만, 적어도, 당신하고 싸워보고 싶은건 사실입니다. 당신의 실력을 보고 싶습니다."


"그러도록 하죠."


"........아까랑 무슨 차이죠?"


"그 미묘한 차이를 모른다면, 아마 여기서 기사단장 생활 하기 힘드실겁니다."


그렇게 말한 이후, 나는 왼손에 건틀렛을 점검한다. 


어쩌면 자신의 실력을 여기서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기사단은 그 실력이 전부가 아니다.


오로지 마왕이 이끄는 인간과 마물이 함께 공존하는 마계를 위해서 싸우는 그런 전사들이지. 당연하게도 뭐, 여기선 적당하게 져주는게 좋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카아아앙!!!


".......어우야."


빠르게 들어오는 숏 자벨린 두 자루. 그리고 그중에 하나를 패리해서 튕겨낸다. 맹렬하다. 그리고 묵직하다. 그리고 그 자벨린을 패리해서 튕겨낼 줄은 몰랐던 모양인지 아르시아 역시 놀란 눈치다. 당연하게도 난 그녀가 적당히 봐주고 말고 할 그런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마법은........


아슬아슬하게 안써도 될거 같았다


카아아앙!!!!


그리고 거대한 대궁으로 내려치기까지. 병기가 극단적으로 큰 것을 이점으로 둔기로 활용하고 있었지만, 굳이 그것에 눌려줄 이유는 없었다.


콰아아앙!!!


"........!!"


"........솔직히 말해보시죠. 단장님, 그거 사실 다 접근전용 무기죠."


".......그건 어떨지, 직접 보는게 어때!"


부우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창 두자루가 맹렬하게 추격해왔고, 뒤로 몸을 날려 피해낸다. 그리고 그걸 기다렸다는 듯 쏘아져오는 4자루의 숏 자벨린. 그리고 그것을 나 역시 모조리 쳐낸다.


카카카캉-!!!!


와아아아아-!!!


손목이 나갈거 같다. 거기에 이어지는 추격타까지. 


쿠우우웅!!!


대궁 그 자체로 들어서 찍어버리는 공격. 이건 막아내는 것도 패리도 불가능하다. 즉, 튀어야 한다. 그리고 쏘아지는 자벨린. 그리고 이번에는 그것을 잡아낸다.


그리고- 다시 투척한다.


"........!!!"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내가 손으로 쏘아낸 창이 지면이 그 충격파를 받아내지 못하고 푹 파였고, 그걸 보고 나더니 아르시아 역시 놀라운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대단하군요."


"더 하실겁니까."


"아뇨, 됐습니다. 실례지만, 당신, 이렇게 싸운지 얼마나 됐죠? 분명 기술과 힘, 방식은 분명 뛰어나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합니다. 거기다가, 제가 쏘아낸 창을 받아서 다시 되돌려서 던진다니. 부단장이 확실하게 추천할만한 이유가 있었죠. 하지만, 어째서 마법을- 이렇게 좋은 실력이라면, 마법 없이도......."


.......극단적인 마법 혐오주의자인가. 아니, 그럴 수 있겠네. 그야 그녀의 종족들, 동족들은 인간 마법사들에게 큰 원한이 있을테니까. 그리고 마법의 힘을 극도로 혐오한다.......그게 아마 그녀들이겠지. 음음, 뭐 그럴 수 있다. 마법이 아니면 살 수 없었던 나와, 그 마법을 혐오하는 엘프라.



"뭐, 각자에겐 각자의 길이 있는겁니다. 그리고, 하나 잘 기억해두시죠. 제가 신임 단장님에게 권하는 바로는, 각자의 길이 있고, 그 길을, 남에게 권유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그걸 일개 단원인 당신이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봅........"


"자자, 아르시아. 그러지 말라고, [토시] 잠깐 아르시아랑 이야기좀 할테니, 들어가도록 해. 아우로라- 나 잠깐 신임단장하고 이야기 하러 갈테니, 병력들 훈련 잘 시키고."


".....단장님, 안가시면 안됩니까."


"에이, 이제 단장 아니라니까."


그렇게 말하고 딕은 조용히 나에게 손짓한다.


이제 돌아가라는 뜻. 뭐, 이미 아우로라에게도 말했고, 당연하게도 난 집으로 향한다. 딕이 뭔 이야기를 할 지 모르겠다만, 아마도 그녀는 높은 확률로 내 집으로 올거다. 뭐, 그렇겠지. 사실 나도 반쯤은 장난친거긴 한데, 그녀는 나쁜 사람은 아니다.


다만, 본인의 고집을 타인에게도 적용시키려고 하고, 그것에 악의가 없으니 더 악질이라는 거지.


전체적으로 옳곧지만, 그야말로 사람 여러모로 피곤하게 하는 타입이다. 쯧, 이거 어부바 해주느라 또 시간좀 걸리겠구만.


".........클라크."


"왜 그러지?"


슈브가 날 향해 묻는다. 눈길이 아르시아에게로 향한다.


"저거, 죽일거야?"


"내 기분 더러운 횟수대로 죽인다면, 아마 살아있는놈 몇 없을걸. 그리고, 아첨하기만 하는 인간은 별로고. 그리고, 각자 서로가 마음에 담은 상처가 따로 있는 법이야. 또 웃긴건 뭔지 알아? 저 여자, 마법 적성이 있어."


"푸하하핫-!! 그거 엄청 웃긴 이야기 아냐?"


그리고 니알리가 그것에 배꼽을 잡고 웃는다. 그야 코미디가 따로없다. 그렇게 마법을 혐오하고, 인간 마법사들 때문에 고향을 잃은 그녀들은 마법을 정말로 싫어한다. 뭐, 그녀의 경우엔 좋진 않지만 아예 못 쓰는건 아니다.


다만, 간단하게 저 화살에 폭발계열 마법을 건다면.......유려없는 엄청난 포대가 생기는거나 마찬가지.


"그래도, 아까 말하지 않았어? 마법은, 클라크 너의 모든 것이라며?"


슈브가 말한다. 그리고 난 그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답한다.


"나에겐 그렇지만 그게 아닌 사람도 있어. 그리고, 그렇게 부정해가면서 살 수 있다면, 그렇게 살게 해 줘야지. 안 그래?"


".......그런거야?"


"그런거지. 그리고, 난 그렇게 일일이 신경 안써. 거기다가, 함께 웃으며 지내며 살 시간도 아까운데, 뭐하러 그런식으로 말하는 거에 신경써?"


뭐, 덤으로 난 지금 생활이 즐겁다. 그리고- 덤으로 뭐랄까.


........그토록 바래왔던, 가정의 따스함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니알리는 내 머리위에 살짝 손을 얹고는 그대로 그 위에 살짝 가슴을 얹어 기댄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데, 슈브? 우리들 삶은 재밌어졌어. 우리 멍청하고 우둔하신 백치 신인 어머니가 낳은, 최고의 동생이지. 어때, 반했지?"


그렇게 기대고 나서 내 뺨을 쓲쓱 만지는 니알리. 그리고 슈브 역시 그 모습을 보고 내 옆에 와서 내 팔짱을 낀다. 니알리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말이다. 당연하게도 포근하게 느껴지는 그 감각, 그리고 그 부드러운 감각까지. 


"......너무 니알리만 보지 마. 나도, 있다고. 그리고- 동생이면, 나도 신경쓰라고."


"뭐야, 질투하는거야 슈브? 어머나~ 질투하다니, 그럼 클라크가 싫어할 수도 있는데~ 다크 영들이 하는 짓이랑 똑같이 구네?"


물론 니알리는 놀리는거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슈브는 정말로 외로웠던 모양인지, 나에게 매달려 있는 모습까지. 그리고 질투하면 싫어한다는 말에 날 본다만 딱히 난 그런것에 대해 싫어하진 않는다.


말 그대로 니알리가 장난친거다.


그리고 뭐- 당연하게도 난 슈브를 그대로 꼭 안아줬다. 음, 그래- 따뜻하다. 이게 뭐 누군가와 함께 있는다는 온기지. 그리고, 그녀는 몇만년 동안이나 홀로 지내왔다고 했고. 당연하게도 뭐, 이제 막 만난 나에 대해서 집착하는 모양이지만.......


"......!"


"이제 진정했어?"


"......놔, 놔! 부끄럽게 하는거, 이런게 좋은거야!?"


더 놀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진짜 큰일 날거 같으니 그대로 한걸음 물러선다. 그리고, 한걸음 물러서자 그대로 또 따라붙어서 손을 잡는다. 


"......그렇다고 너무 떨어지진 마. 떨어지면, 싫어."


"그건 나도 그래."


"........!"


"지금, 아내랑, 너희들이 전부 사라진다면, 난 얼마 안가 미쳐버릴걸."


사실이다.


처음 시작은 별로 좋지 못했지만, 지금은 마법보다도, 마법이 없던 시절에도 나와 함께 해줬던 이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나라는 존재 그 자체 하나만 보고 있는 니알리나- 이번에 와준 이들이 사라진다면, 꽤 섭섭할거다. 그래, 그런거다. 난......적어도 예전처럼 혼자여도 좋다는 식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거다.


혼자였던 그 시절이 차라리 오랬동안 지속됐다면 모를까.


이렇게 타인의 온기를 느끼며, 함께하는 생활을 익혀버리면 모두가 사라졌을때 나는 절대로 버티지 못할 거다. 그러니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생활을 지킬거다.




.......[반드시]









-SIDE : 클라크=요그소토스 후작-




-그나저나, 아르시아?-


-네, 말씀하시죠. 딕 세인츠님.


-음, 그래그래, 일단 뭐 기사단 견식하는건 좋은데 말이야, 본격적으로 업무 수행하기 전에 이곳의 영주인 [클라크=요그소토스]를 만나보지 않겠어?


-그건 청탁입니까?


그리고 그것에 딕은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청탁은 아니다. 다만, 아무래도 그녀가 있던 전 기사단에서도 그녀는 능력은 있었지만 각종 부정부패, 그리고 청탁에 시달렸던 모양. 무엇보다도 그녀는 부단장이었고 단장이었던 인큐버스가 하필 또 로이 스미스와 연관이 있어서 개작살 났고, 당연하게도 그 휘하에서 사용하는 장비하며, 주요 인사진까지 모두 그의 돈을 받아먹은 이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마도 스완도 암흑기사단에 있는 걸 보면 암흑기사단에도 자기 영향력을 넓히고 싶었던 모양이고 스완이 여러모로 분탕질 친것도 있지만 그것도 클라크가 모조리 뽑아냈다. 


-이곳의 영주인데, 적어도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입장이면 가봐야지. 그리고 신임 기사단장이 후작한테 인사도 안하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야?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 그야 그녀보다도 적게 살아온 딕한테 그런 소릴 들으니 싫겠지. 허나 어쩌겠는가.


계급이 깡패인걸. 당연하게도 이곳 기사단의 인프라를 책임져주고, 건의해주면 클라크는 그것을 들어주고, 고민도 해결해준다. 즉, 기사단의 멘탈케어까지 해준다고 이야기 하자-


-기사단이 고작 타인에게 약점을 토로하고, 의존하다니요. 그건 기사답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자마자 딕은 그녀에게 일갈했다.


-그럼 넌 기사인가. 내가 봤을대 너도 내가 그동안 숱하게 봐온 버러지들 중 하나인데.


-.......말 다했습니까!?


맹랑하다. 그리고, 이딴게 어딜봐서 기사단장 감인지. 아우로라가 속 얼마나 썩을지 예상된다. 덤으로 클라크도. 이거 사람 한 번 만들어보라고 던져준거라면, 진짜 마왕은 너무한거다. 물론 그녀가 가진 힘과 실력은 진짜다. 그렇지만-


딕의 손아귀에 붙잡혀 목을 붙잡히고, 들어오린다. 당연하게도 벗어나려고 하고, 발로 찬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딕은 멀쩡했고, 점점 숨이 막혀 시야가 흐릿해지는 모습에 딕은 아르시아를 바닥에 내던졌다.


쿠웅-


-커흑, 커헉- 커허헉.......


-까불지 마라. 네 의지, 네 고집을 남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으면, 거기서 실력이나 더 키워라. 첫날부터 단원들한테 망신당하기 싫으면 처신 잘해라. 만약 1시간내로 후작에게 네가 왔다는 걸 못 듣는 순간, 각오하도록 해. 널 괴롭힐 수단은 이거 말고도 엄청 많으니까. 내 말이 거짓말 같으면 진짜로 해봐도 좋아. 


-.......이런- 짓을.......


-그리고 널 보니 알겠네. 왜 인간들한테 엘프가 밀려서 개작살나고 마왕령으로 온지 말이야. 오만하기 짝이 없어선. 명심해라, 여기서 까부는 건 자유지만, 까불다 걸려서 뒤지는건 네 책임이다. 알아들었으면 꺼져.


그렇게 윽박지르고서 딕은 마왕성에 들어와있다. 현재 마왕성에 자리잡은 사천왕. 딕, 미라, 위디, 그리고 그라핀.


침묵을 유지하는 그녀는 딕과 미라를 보고 있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리고- 그 모습에 미라가 화를 낸다.


"......방금 무시한 거 맞죠?"


"........그만한 실력은 있죠. 그라핀, 새로 들어온 이들에게 인사정도는 제대로 하세요."


그러거나 말거나, 그라핀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뭐 어쩔 수 없나, 하면서 위디도 포기한다. 그리고-


".......일단은, 용사들의 출정 소식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까요?"


"용사, 입니까?"


"뭐, 하인리히가 용사였지만 누군가 말했듯, 여신이 정하면 그게 용사라고 이야기 했죠. 그 말대로입니다. 용사가 출정했습니다."


".......목적은?"


그리고, 그라핀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것에 위디가 놀란듯, 그라핀을 향해 말했다.


"그라핀, 침묵계를 깬다니-"


"깬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난 사교적인 대화를 하지 않을 뿐. 마왕군의 적을 죽이는 자. 그리고 마왕군의 하늘을 수호하는자다. 그리고.........그것들을 죽이기 위해선, 위치를 알아야 한다."


으음, 하면서 위디는 그라핀을 본다. 당연하게도 위디는 이 정보의 제공자가 [클라크]인걸 알고 있다. 그도 그럴게, 클라크는 처음부터 그들의 의도를 꿰뚫고 있었고 시시각각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으니까.


어떻게냐고 하면........당연하게도 그것에 능한 사람이 있다.


당연하게도-


"........그건 좀 곤란하겠네요. 아무래도, 그 정보의 전달자가 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누구지."


"클라크=요그소토스.."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그라핀은 일어난다.


"어디 가는거죠."


미라가 묻는다. 동시에 미라를 향해 바람의 칼날을 날리지만 미라 역시 블랙홀로 만들어진 검을 날리며 받아친다. 바람의 칼날을 흡수하고 그라핀에게 상처를 입힌다.


".......호오? 마냥 맹탕들로만 채워넣은건 아니었군 위디. 진짜로 나랑 싸울건가?"


"제 동생한테, 무슨 짓을 할 생각이죠."


"미라."


그리고 위디가 그녀를 부른다. 당연하게도 미라는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여전히 대치하지만-


"........짜증나게 하지 말고 앉으세요 미라."


".......알겠습니다."


목소리를 낮게 깔고 위디가 이야기 하자 미라 역시 물러난다. 그리고, 코웃음을 치며 그라핀은 날아간다. 갈 곳은 정해져있다.


클라크 타운. 그곳밖에 더 있나.


"........죽을 자리를 찾으러 가는 겁니까?"


"그런 셈이죠. 딕. 하지만- 그녀는 클라크에게 그 어떤 것도 얻어낼 수 없을거에요."


물론 이번 일은 그가 화를 내진 못할거다. 그야 그럴게 그 정보를 제공한게 클라크 본인이고 클라크도 이 정보의 출처가 누구인지 묻는다면, 숨기지 말라고 이야기 했으니까.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했다. 무엇보다도, 나머지 사천왕 하나가 협조를 제대로 안해주는 느낌이고, 뭔가 숨기고 있는게 많다는 말을 듣고 나자마자 클라크가 그렇게 제의했던거니까.


그라핀의 특징, 그리고 정보들을 듣고, 그가 그렇게 하라고 한 셈이다.


"화를 낼거 같은데요."


"이번 일은 클라크씨가 직접 이야기 한 거에요. 누가 묻거든, 절대 그 정보를 숨기지 말라고 말이죠."


".......후우, 부디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차라리 클라크를 사천왕으로 추대하는건....."


"그건 아마도 정말로 질색할걸요. 지금도 거의 구색 맞추기로 작위를 내린거나 마찬가지라서요. 그보다도......후우, 집에 가서 쉬어야 겠네요. 아무래도, 배가 불러오니까 말이죠."


조금이지만 부푼 위디의 배. 그리고 그걸 보고 딕과 미라 역시 흐음, 하면서 이내 손을 마주 잡는다. 그리고 위디는 빙긋 웃는다. 여러모로 클라크에게 많이 신세를 졌다. 자신의 목숨부터, 그리고 마왕군의 주요 고름들을 천천히 짜내고 회복시켜주는 그.


당연하게도 엘리스에게도 너무 많이 일을 던져주지 말라고 직접 구박까지 하고 있다. 그야,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일에 치여 사는 모습이 아닌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빌어주고 싶었으니까.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남편의 아이를 기다리면서- 부디 위디는 클라크에게 앞으로도 더 많은 행복이 있길 기원해준다. 가능한도로 클라크에게 맡기려는 일들을 여기서 커트해주기로 한다. 이미 그곳엔 자신보다도 더 유능한 비서가 자리잡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용사의 침입을, 기회로 만들어 보시죠.


-어떤 기회죠?


-그 기회는 제가 만들어 드리죠. 현 마왕체제에 반항하고 돌아다니면서 마물은 물론이고 인간들도 잡아먹고 다니는 또라이들, 그들을 이용해서 제거해보죠.


그래, 그런 계책을 세우고 과감하게 이행하는 클라크. 마음같아선 그를 마왕성으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그는 그가 지켜야 할 영지, 가정이 있다. 여기서 그를 부르는건 욕심이다. 


"이만, 해산하죠."


그리고, 그걸 끝으로 각자의 집으로 귀환한다. 












-클라크의 집-


"........."


"영주의 궁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나는 깨우친 영주- 클라크=요그소토스라 하오-"


당연하게도 난 지금 최대한 웃음을 참고 있다. 옆에는 니알리. 그리고 팝콘 뜯어먹고 있는 슈브. 차를 준비해오고 있는 안나와 캐롤. 당연하게도 늘 그렇듯 내 집에서 여기가 내자리라는 듯, 내 무릎위에 앉아서 내게 부비고 있는 니아.


그리고 내 집에 당도한, 깐ㅍ.......아니, 엘프, 아르시아까지.


"왜 그리 떨고 있어? 아까처럼 편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는데, 토시씨~ 당신, 이라고 부르면서 말이야."


"저, 어째서- 당신이- 영주를......."


그리고 뭐, 놀랐겠지. 그토록 날 얕잡아보고, 가르치려고 들었는데, 알고보니 그 상대가 꽤나 높은 사람이었다면? 당연하게도 몰래카메라 대성공이다. 쯧, 하여간 그렇게 남들에게 함부로 자기 사상을 주입시키려고 하면 쓰나?


그리고 니알리가 아르시아를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껏 비웃으며 말했다.


"가엽고 딱한 자로다."



.......응, 그러게 말이야. 그럼, 이제부터 좀 재밌게 굴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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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엽고 딱한 깐프로다.


다음화는-


헤으응, 슈브 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