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





전속 의뢰 【성채도시 무단 침입 및 위병 살해자의 신병 구속에 대한 결과보고서】


의뢰자 - 레티에라 상인•모험가 조합장 마드리에 체페슈


보고자 - 상인•모험가 조합소속 조사담당 례스의 안테이아


xx월 xx일 밤, 용의자 '하겔•엘라이나•페나르핀 '은 성채도시 무단 침입 및 위병 살해 혐의로 다음날 전속의뢰를 받은 '신속'의 능숙한 조사와 추적으로 인해 의뢰 접수 후 2일 후인 xx월 xx일에 구속되었고, 이내 레티에라 근위대에가 용의자의 신변을 확보했다.


그녀가 들고있었던 도검 '야츠후사'는 왕궁 마도사들이 조사를 위해 넘겨받는것을 원했지만, '신속'의 게르트가 그것을 완강히 거부해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전속의뢰를 완벽히 수행해왔던 그간의 행적이 마음에 들었던 국왕이 직접 그것을 허가해주어, 현재 야츠후사는 '신속'이 소유하게 되었다.


용의자는 자신의 범죄를 인정했으며 xx월 xx일 밤, 근위병 다섯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었고, 레티에라를 다스리시는 위대하신 국왕폐하의 명을 받들어 용의자 '하겔•엘라이나•페나르핀'은 7일 뒤 "사형"에 처하게 되었다.


이상, '신속'의 전속의뢰에 관한 보고를 마친다.


왕국력 xxx xx월 xx일. 보고자 상인•모험가 조합소속 조사담당 례스의 안테이아








"......그래서, 어떻게 할텐가?"


"..........왜 내게 그걸 묻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네 어머니가 아닌가. 그러니...."


"내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지금 사형당할 저 엘프의 손에 말이지."


"......너를 버렸던 얼굴도 모르는 친부모보다, 너를 키워줬던 의붓어머니보다 중요하다....이거야?"


"......그분은 사랑으로 나를 키워주셨지. 충분히 안다. 하지만....하지만, 무고한 사람을 죽인 그 죄는 충분히 무거워."


"......어떤 선택을 하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네. 그걸 알아주게나."


"................"











야심한 밤, 레티에라 지하 감옥.


"...큭!"


챙-!


"대...대체 누구..!?!"


퍽-!


"끄억."


감옥 저 멀리서부터, 누군가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네놈들, 구속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퍼벅-!


감옥을 지키는 경비들을 하나, 둘...차례대로 쓰려트리며 다가오는 누군가.


"빠...빠르..!"


"끄허억..."


레티에라의 깊고 넓은 동굴을 개조해 만든 감옥에는 사형을 기다리는 사형수나 그에 준하는 범죄를 저지른 악인들이 갖혀있었기에, 레티에라의 어디보다도 많은 병력들이 감시를 하는 곳이었다.


물론 감옥을 지키는 경비들 또한 수준급의 전투력을 지닌 병사들이기도 해서, 한번 이곳에 갖히게 된다면 그 누구도 함부로 빠져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당신들! 그만....!"


"꺄아악..!"


왕도개혁으로 인해 레티에라의 군단은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지닌 이종족들이 군단에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감옥의 경비 및 탈옥수를 추적하기 위해 코볼트와 같은 개나 늑대의 특징을 지닌 이종족들이 일반 경비병들과 함께 경비를 서게되었다.


즉, 지금 감옥에 침입한 자들은 마물소녀의 힘을 꺾고, 급소를 한번 공격하는것으로 기절시킬 정도의 힘을 가진 실력자들이라는 뜻이었다.


"끄흑..."


"깨갱!"


"끄하악..."


차례차례, 빠르게 쓰러트려가며 감옥에 갖힌 누군가를 향해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실력자.


....뚜벅....뚜벅....뚜벅...


이내, 그 실력자의 발소리가 뾰족한 귀를 통해 들리기 시작했다.


뚜벅....뚜벅....뚜벅....뚜벅...


발소리는 또렷하고, 강하게 들려오고 있었으며, 실력자의 수는 하나가 아니었다.


"................"


어두운 감옥에 갖혀, 창살만을 멍하니 바라보던 뾰족한 귀를 가진 엘프가 발걸음이 들리는 방향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마치 죽은 생선처럼 탁하고 어두웠다.


뚜벅....뚜벅....뚜벅...


마치 누군가를 찾듯, 규칙적으로 한번씩 멈춰가며 감옥을 수색하는 실력자들.


뚜벅....뚜벅....뚜벅...


그들의 그림자와 발소리가, 점점 엘프가 갖힌 감옥을 향해 다가왔다.


뚜벅...뚜벅....뚜벅.


그리고는, 이내 엘프를 발견한 두사람이 창살 너머의 엘프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냐."


엘프는 죽은 눈으로 그림자가 드리운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에 계셨습니까, ontaril(어머니)."


창살 너머의 실력자의 목소리는, 엘프의 귀에 너무나도 낮익은 목소리로 엘프들의 언어로 자신을 불렀다.


그림자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망토두른 갑옷을 입고 검을 찬 갈색머리의 남성이었다.


"........흑..."


창살에 갖힌 엘프는 그 정체불명의 실력자를 바라보자,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조용히 흐느꼈다.


"......꽤 깊은 곳에 계시는군요. 춥지는 않으셨습니까, 어머님?"


눈물을 흘리는 엘프를 향해, 걱정하듯 말하는 여성의 목소리.


남자의 옆에 선 그녀는 남자처럼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 망토 사이에서, 두꺼운 꼬리가 슬쩍 보였다.


"닥쳐라...이...hlócë.....흑...흐흑..."








살인자, 하겔•엘라이나•페나르핀은 사형집행 3일 전쯤인 xx월 xx일 새벽 즈음, 복면과 후드를 쓴 정체불명의 2인조에게 도움받아 탈옥했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렸다. 이것은 단 한명의 탈옥수도 없었던 감옥에 있었던 최초의 탈옥사건이었다.


그로 인해, 왕궁은 소란의 연속이 되어 성채도시 내부를 샅샅이 뒤지라는 국왕의 어명에, 모든 병사들은 분주히 움직였으나, 결국 탈옥수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또한, 용의자를 풀어주었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정체불명의 2인조의 정체가 '신속'의 2인조였다는 몇 안되는 목격증언에 힘입어 그들을 조사했다.


그들의 체포를 맡았던 '신속'은 용의자의 신변을 인도해준 뒤 한동안은 성채도시를 여행했다는 마드리에 조합장의 발언에 혐의가 인정되지는 않았다.


근위대 사이에서는 그들이 감옥에 들어가 용의자를 풀어준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지만, 속속들이 나오는 증거들과 마드리에의 증언으로 인해 신빙성이 없는 주장이라 판단되어 금새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성채도시 지하감옥 최초의 탈옥자에 대한 이야기는 성채도시의 전 구역에 퍼져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바람처럼 사라진 탈옥수와 의문의 2인조의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시간만이 흐를 뿐이었고, 그렇게 레티에라에 살던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점점 잊혀져갔다.




그렇게, 두달의 시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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