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살 때부터 그런 것 같아요'



'한번에 열두글자만 나오는 병?' 


'네, 열한자도 열세자도 안돼요.'


'어기면 아파? 글자수를 어기면.'


'물고긴 다리로 걸을 수 있나요?'


'물고긴 다리가 없잖니 해미야.'


'저도 글자수를 어길 수 없어요.'


'그렇구나, 선생님도 이해했어.'


'응석이라고 말씀 안 하시네요?'


'병에 걸린 거잖니? 응석 이라니?'


'그러거든요, 어른들이 저한테.' 


'해미가 응석을 부리는 거라고?'


'네. 왜 하필 열두자냐고. 화내요.'


'누가 그렇게 화를 냈니? 해미야?'


'할매요. 무당이셨어요, 젊을때.'


'무당이신데 열두자에 화내셔?'


'네, 열두개는 하늘의 숫자래요.'


'그래서 인간인 해미는 안 된다?'


'인간이 완전하면 벌받는대요.' 


'그렇구나, 할머니가 뭘 하셨어?'


'굿을 하셨어요, 예순 밤낮동안.'


'병을 고쳐 달라고 굿 하신 거니?'


'네, 실패해서 드러누우셨어요.'


'저런! 지금은 몸이 괜찮으시니?' 


'아뇨, 저번달에 돌아가셨어요.'


'내가 괜한걸 물어 봤구나 미안.'


'아뇨, 괜찮아요. 오히려 좋아요.'


'할머니가 돌아가신게 말이니?'


'이제 매일 쌀알을 안 세거든요.'


'쌀알을 센다는게 무슨 말이니?'


'제가 먹을 쌀을 세게 하셨어요.'


'먹을 쌀알을 매일 세게 하다니?'


'딱 1727개에요, 한그릇에.'


'왜 1727개를 세개 하셨니?'


'12의 세제곱 빼기 1이에요'


'그것도 완전한 숫자 때문이니?'


'네.부정을 씻는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조금 이상하네 해미야.'


'뭐가 조금 이상한가요, 선생님?'


'무당이 숫자에 밝은 것 말이야.'


'그건 진외조부님 때문이에요.'


'할머님의 아버님 말하는 거니?'


'네, 산관이셨대요, 조선시대에.'


'산관은 셈을 하는 관리 말이니?'


'네, 할머니는 막내딸이었어요.' 


'할머님은 셈법을 배우신 거니?'


'네, 막내딸인 우리 할머니만요.' 


'그런데 왜 할머니만 그런거니?'


'소학교 교사 되길 바라셨대요.'


'왜 교사가 되기를 바라신거니?'


'진외조부님은 못 되셨거든요.'


'아까는 산관이셨다고 했잖니.'


'그거야 조선이 있을때 얘기죠.'


'일제시대에 해직이 되신거니?'


'그렇죠 뭐, 교사 시험은 불합격.'


'그래서 할머닐 교사로 만들려...'


'근데 할머닌 무당이 되셨지요.'


'상심을 하셨구나, 진외조부님.'


'사실 진외조부님 때문이래요.'


'뭐가 진외조부님 때문인거니?'


'열두글자씩만 말하는 병이요.'


'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니?'


'네, 진외조부님의 원혼이래요.' 


'할머님도 숫자에 집착하신게...'


'네, 산관은 수를 써서 쫓아내요.'


'이렇게 다 이야기 해줘도 되니?'


'개인적인 이야기를... 말인가요?'


'그래. 옛날 일까지 말해주다니...'


'해준 말씀이 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말이니 해미야?'


'당연하죠, 죽으면 말 못하는데.'


'뭐라고 말 하셨니 할머님께서?'


'이 이야기를 전부 말 해주라고.'


'선생님한테 말하라고 하셨니?'


'아뇨, 아무한테나 상관없어요.'


'왜 이야기해주라고 하신거니?'


'그럼, 옮겨간다고, 그사람한테.'


'이 이야기를 다 들은 사람한테.' 


출처: https://m.dcinside.com/board/aoegame/11505253

글 보자마자 생각나서 찾아보니 나오네. 이 글 보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