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RX-7" 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일제 자동차/JDM의 상징 중 하나인 마쓰다의 RX-7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엔진이라고 하면 피스톤 엔진을 생각하시죠. 하지만, 이 세상에는 또 하나의 엔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반켈 로터리 엔진. 

1929년 독일의 펠릭스 반켈 박사가 개발하여,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에 사용되는 소형 엔진입니다.

한때 모든 자동차 회사에서 반켈 엔진의 개발에 열을 올렸지만, 오일쇼크 후 저연비의 반켈 엔진은 자연스럽게 관심사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로터리 엔진은 일반적인 피스톤 엔진보다 작고, 가벼워서 무게중심을 유지하기에 수월하고, 엔진의 출력이 높습니다. 

하지만, 로터리 엔진의 치명적인 약점인 연비 문제와, 내구도의 한계 (가장 유명한 13B 엔진도 10만킬로미터가 한계)로 현재는 사장되었습니다.

한때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로터리 엔진에 관심을 가졌지만, 일본의 마쓰다(マツダ)는 그 중에서 독보적인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마쓰다의 로터리 기술력의 정수인 로터리 스포츠카 라인업은 가히 마쓰다를 넘어 일본차의 상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죠.


RX-7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 선조 RX-3라고도 불리는 마쓰다 사반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반나라는 이름은 RX-7까지도 이어지기 때문에, RX-7의 이야기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피스톤 엔진을 탑재하는 마쓰다 그랜드 패밀리아에 10A 로터리 엔진을 얹은 105마력의 방계 모델로, 신기하게도 기아 브리사의 먼 친척뻘입니다. 

1971년 출시 후 돌풍을 불러온 사반나는, 후에 더욱 강력한 12A 엔진을 얹고, 110마력을 앞세워 하코스카(ハコスカ)라고도 불리던 닛산 스카이라인 GT-R의 일본 그랑프리 50연승을 좌절시키고 일본 모터스포츠계에서 최초로 100승을 거머쥔 영광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RX-7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사반나 RX-7 1세대형, SA22C (북미판 FB)입니다.

여기서 잠깐 다른 얘기를 하겠습니다. SA22C가 무엇이냐?

차량인식번호, VIN의 일부분으로, 모든 사반나 RX-7 1세대형은 그 차량의 VIN에 SA22C라는 번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히 섀시코드라고 하는데, 일본의 스포츠카는 세대를 구분하기 위해 섀시코드로 불러주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섀시코드의 작성방식은 제조사마다 다릅니다. SA22C는, SA22 섀시의 C형 차체란 것입니다.

예를 들면 JZA80(도요타 수프라 4세대), AE86(도요타 코롤라 레빈/도요타 스프린터 트레노 4세대), EK9(혼다 시빅 Type-R 1세대)


그럼 다시 SA22C로 돌아가서, 1978년 출시된 SA22C는 또 한번 일본 자동차계에 광풍을 몰아왔습니다.

성능과는 별개로, 로터리 엔진이 성능 대비 출력이 높아 적은 배기량에도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 덕분에 세금이 적게 나와 (일본의 자동차 세금은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합니다) 민간 시장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처음에는 12A 엔진을 탑재하여 100마력을 끌어내었고, 약 163마력의 터보 모델을 내었고, 후에는 그 유명한 13B (13B-RESI) 엔진을 탑재하여 성능을 135마력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차량인 사반나 RX-7 2세대형, FC3S입니다.

1989년에 출시한 2세대형은 스포츠카였던 SA22C에 비해 투어링 느낌이 강해진 FC3S은 로터리의 신화를 또다시 강화하였습니다.

13B-DEI를 탑재하여 146마력, 후에는 160마력까지 올리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13B-T의 터보 모델은 185마력, 그리고 200마력이라는 성능을 자랑합니다.

쿠페인 FC3S 외에도, 컨버티블인 FC3C도 있습니다.


타 모델 만큼이나 FC3S 역시 대중매체에도 모습을 간간히 보이는 모델입니다.

유명한 사례로는 이니셜D에서 주연 타카하시 료스케의 애마가 1990년형 FC3S Infini III 한정판 모델입니다.

완간 미드나이트에서도 간간히 모습을 비추었습니다.


RX-7 3세대형, FD3S입니다. 여기서부터 사반나라는 이름은 쓰지 않습니다.

앞뒤 자르고 단순 RX-7라고 하면 십중팔구 이 모델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완성형이라 할 수 있죠.

1992년 출시 후 일본 내부에서는 상당 기간 동안 마쓰다의 브랜드 중 하나인 앙피니에서 판매하여 앙피니 RX-7라 불리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터보차저를 탑재한 13B-REW엔진을 탑재했고, 255마력부터 시작해서, 1996년에는 265마력, 1999년에는 280마력까지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사족으로, 지금까지 최강의 로터리 엔진은 유노스 코스모에 탑재된 20B-REW로, 트윈터보 탑재에다가 마쓰다제 시판용 반켈 엔진 중 유일하게 세 로터를 사용하여 (13B를 포함한 일반적인 로터리 엔진은 로터를 두 개 넣습니다) 300마력에 도달하였습니다. RX-7 마니아에게 20B-REW를 탑재한 FD3S는 그야말로 꿈과 같은 것이죠.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2002년에 단종되기 전, 한정판 Spirit R을 발매하였고, 이 중 Type-A는 자타공인 최고의 로터리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1971년 사반나 출시 당시의 105마력에서 1999년 RX-7의 280마력까지 변천사를 보면, 기술의 발전을 직접 느낄 수 있죠.


자동차를 주제로 한 대중매체에서는 FD3S가 없으면 섭섭할 정도로 자주 출현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이니셜D에서 주인공의 라이벌 타카하시 케이스케의 애마인 사례입니다.

그 외에 분노의 질주에서 한과 돔이 탑승합니다. 한의 주황색 RX-7은 분노의 질주에서 가장 유명한 차량 중 하나죠.

이 외에서 명탐정 코난에도 나오는 등, 일본 자동차가 나온다면 한번쯤은 모습을 보입니다.


아쉽게도 RX-7과 로터리 스포츠카의 명목은 2002년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 이후로 로터리 차량은 (제 친구의 입을 빌리자면 "그게 차냐?" 정도의 평인) RX-8이 유일. 이마저도 단종되어 현재 로터리 엔진 차량은 없습니다.

부활한다는 말은 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입니다.

경제적으로 상용화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지만, 로터리 엔진의 성능은 무시할 것이 안 됩니다.

700마력이라는 어마무시한 성능을 가진 787을 가지고 마쓰다가 르망 24에서 최초로 우승할 수 있게 만들어준 비밀병기라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벽은 크지만,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