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워드리스 스쿼드의 지휘관이 되었다

니케에서 smg는 뭘까.

모래주머니? 족쇄?

그래서 좀 무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피륙으로 된 인간이 니케 님들의 총을 쏘면 어떻게 되는지.

슴지든, 머신건이든, 소총이든, 샷건이든, 스나든.

일단 쏘면 좆된다.

그냥 총처럼 보이는데.

쏘면.

쏴보면!


"아아아아악!!"

"그러니까 쏘지 말라 그랬잖아! 지휘관, 빨리 방아쇠에서 손 떼!! 그건 지휘관의 즐거움이 아니잖아. 응?"

"지, 지휘관님, 유니도, 미하라랑 같은 생각이야. 쏘지마!"


그래도 슴지니까 괜찮을거라고?

지랄, 지라알 염병을 씨발!


"아, 아,아,아아,각!!"


총을 얹어둔 쪽의 어깨는 이미 탈골된 듯 축 늘어져 바람에 흔들리는 빨랫감처럼 너덜거렸다.

쏘면 쏠 수록 어깨가 씹창나는게 뼈에 와닿는다.

총의 무게와 반동의 대부분은 엄폐물과 엮은 니케용 가죽끈이 흡수하고 있음에도, 그냥 얹은 것 뿐인데 어깨는 이미 부러졌고 다음은 쇄골이라는듯 몸 상태가 정상이라면 닿아서는 안될 부분까지 총이 파고들어온다.

그럼에도, 쏘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코코볼 날아오기 전에 버스트 못채우면 진짜 다 뒤진다고오오!!!!"

"지휘관. 그게 무슨 소리야?"

"지휘관님... 알았어. 유니는, 지휘관님 믿을게!"


씨발 진짜.

버스트 게이지 차는게 안 느껴지면 그냥 다 포기하고 드러눕기라도 하겠는데, 감이 온다.

특수 요격전에서 어떻게든 블랙 스미스의 네 번째 코코볼을 지워보려고 센티 없이 똥꼬쇼하며 0.1초에 한 번씩 버스트 게이지를 곁눈질 하던 때의 쫄림.

어깨가 갈리면서 쏜 총알이 흠도 못 내고 튕겨나가고, 바닥에 처박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거, 뭐 하려는 것 같은데? 지휘관. 혹시 알아?"


미하라의 목소리에 앞을 보자, 블랙 스미스가 익숙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게 보였다. 화를 내는듯 몸체를 앞으로 내밀며, 부르르 떠는 모션. 사출구의 빨간 원이 점멸하는게 환각처럼 겹쳐졌다.

그 자세를 본 순간, 총을 쥔 양 손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그 열기에 눈물이 나왔다.


"....김, 니붕."


잠깐 고민했다.

마리안을 불러야 하는지, 내 이름을 외쳐야 하는지.

그래도 일단 쏘고 있는건 나니까 되지 않을까?

엄폐물!! 이라고 외칠 수는 없잖아.

좆같이 쪽팔렸지만, 성능은 확실했다.


"...!"


입으로 기운을 뱉은 것처럼 손 안의 열기가 줄었다.


"유니."

"지휘관님, 왜? ....어?!"


버스트 씬은 없었다.

버프가 켜졌다는 아이콘도 없다.

하지만.


"꺄아아아앗...!!"


유니로부터, 정확히는 유니가 든 런쳐의 포구로부터 자그마한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그 순간, 어깨를 내리누르는 총의 무게가 확 묵직해졌다.

장탄수 증가, 그리고..!


"뭐, 뭐야 저게! 유니는, 저런 거 몰라!"


거대한 분홍색 사슬의 환영이 허공에 나타나 뱀처럼 움직이며 랩쳐를 감싸는 원을 여럿 이룬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사슬의 궤적을 따라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미하라는 이 비현실적인 이변이 자신에게까지 이어질 것임을 예견했는지 긴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빨간 원이 여섯번 점멸할 때.. 지금!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부탁해 미하라!!


"미하라!!!"

"읏!"


왜인지 몸을 부르르 떠는 미하라를 중심으로 푸른 충격파가 퍼져나간다. 충격파는 닿은 모든 것들을 타고올라가 뒤흔들었고, 블랙 스미스가 막 내뱉으려던 코코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코볼들이 나오기 직전 연쇄폭발을 일으키며 블랙 스미스에게 커다란 데미지를 입힌다. 그 충격으로 등판의 빨간 여드름에까지 금이 가 체액 비스무리한 것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풀 버스트.

그 단어를 떠올린 순간 총의 반동과 무게가 곱절이 되었다.

고통은 제곱으로 계산하는지 네 배였고.

나는 그 시점에서 정신을 잃었다.


***


"미하라, 이거, 이상, 해!!"

"그러게. 이게 무슨 일이람!"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흠집조차 나지 않던 타일런트 급 랩쳐다.

토벌전은 여러 번 있었으나 전멸했다는 기록만 있는, 그 누구도 정복해본 적이 없는 괴물.

그 괴물이 자신들의 손에 비명을 지른다. 깨지고, 박살나면서도 생존을 위해 비틀거리며 도망이라도 치려는 듯 꿈틀대고 있다. 도중부터 미증유의 힘은 사라졌지만 이미 형세는 기울어져있었다.

잡을 수 있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얼마나 더 쏴갈겼을까.


"....진짜, 잡았어... 블랙 스미스를..."


마침내 그 타일런트 급이 굉음을 내며 쓰러졌다. 단 한 번도 잡히지 않았던 랩쳐가 잘 알려지지도 않은 '워드리스'라는 스쿼드에 의해 쓰러졌다.

미하라는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유니는 다른 부분에서 미하라와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금 보았던 그 사슬은 대체 뭐란 말인가?

나름 슈엔의 옆에서 온갖 신기한 기술들을 구경했다지만, 이런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심지어 다른 기계나 기술에서 튀어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 트리거는 지휘관이 당겼을지언정 그 때의 분홍색 사슬은 분명 유니 자신이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압도적인 화력은...

어떻게 한 건지, 또 할 수 있는건지 물어봐야 했다.


"어? 지휘관님!?"

"이런...!"


지휘관은 엄폐물에 몸을 기댄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유니는 덜렁거리는 지휘관의 팔을 보고 화들짝 놀라 지휘관에게 달려가, 몸을 바로 눕혔다.

한 눈에 봐도 지휘관의 부상은 처참했다.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유니 옆에서 부상을 살피던 미하라는 고통을 위해 익혀둔 지식 덕에 지휘관의 상태를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총을 얹고 있던 어깨는 탈골, 어깨를 중심으로 한 쇄골과 날개뼈 등은 최소 골절, 주위 근육은 파열이 일어난데다 내출혈이 얼마나 심한지 뜯어진 지휘관복 사이로 보이는 속살은 못봐줄 색을 하고있었다.

유리 동상의 어깨를 망치로 내려친 것처럼, 신체에 심각한 균열이 간 상태.


"하아..."


미하라는 한 숨을 내쉬고 곧바로 지휘관의 주머니들을 뒤졌다. 그러다 손에 걸리는 원통 모양 물체를 꺼내 잠시 살펴보더니, 뚜껑을 따고 곧바로 지휘관의 허벅지에 찔렀다.

당장 살아는 있다지만 의식을 회복하기도 전에 쇼크사할 지경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그녀는 애써 자위했다. 후유증에 힘들어 할 지휘관에 대한 죄책감을 애써 지워내고, 고개를 들자 유니가 울고 있었다.


"미하라.. 지휘관님, 죽는거야?"

"아니. 안 죽어. 걱정하지마 유니."

-....이게 무슨.


훌쩍이는 유니를 달래던 미하라는 배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홀로그램 창이 떠있었는데, 익숙한 얼굴이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일런트 급이 잡혀있...? 지휘관은 왜 저렇게 다쳐있고, 이게 어떻게 된거야...!!

"시프티. 정신차려."

-읏...! 아, 후.... 죄송합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통신이 전혀 안 되고 있었거든요. 간략하게 상황 보고 부탁드릴게요.


하늘색 머리카락에 파란 눈동자. 손에는 메모를 위한 펜이 들려있고 가슴팍엔 특유의 주머니가 있는 오퍼레이터, 시프티.

극도의 감정 과잉을 배제하기 위해 오퍼레이터용 진정제를 투약하여 진정한 뒤, 그녀는 미하라에게 보고를 요구했다.


"BA-01이 격추되어 추락. 워드리스 스쿼드는 생존 후 지상에서 교전하다 니케 마리안과 동행하던 지휘관과 합류. 침식 상태이던 마리안에게 유도당해 타일런트 급 랩쳐, 개체명 블랙 스미스와 교전. 그리고.."

-승리, 했군요.


진정제를 맞아 어둡게 가라앉은 시프티의 눈동자가 더욱 더 깊히 가라앉았다.


-교전 과정에 대한 자세한 보고는 방주로 복귀한 뒤로 하겠습니다. 일단 최대한 가까운 엘리베이터까지 유도하...


고저없이 이어지던 시프티의 입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어딘가에 못박힌 듯 꽂혔다. 시선의 끝에는 너덜너덜해진 마리안이 있었다.


"시프티?"

-실버 레인 스쿼드의 코드네임 마리안. 그녀가 BA-01을 격추한 니케임이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침식 상태임을 감안, 지휘관의 처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휘관은, 아.

"니케용 총기를 교전 초중반부까지 연사했어. ...마... 취제도 주사했고."


미하라의 입에서 튀어나온 어처구니 없는 사실에, 시프티는 진정제를 복용한 상태임에도 의자에서 튀어오를 정도로 놀랐다.

사람이? 그걸? 몇 발 쏘고 끝도 아니고 교전 초중반부까지 쐈다고?

적어도 시프티의 상식 내에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네?! 지휘관이요?? ...살아계셔서 다행이네요. 하지만, 마리안을 저대로 놔두고 갈 수는 없어요. 만에 하나 헬레틱이나 이레귤러라도 되어버린다면, 인류의 적을 하나 더 늘려버리게 됩니다.

"그럼 저 상태의 지휘관을 깨우기라도 하라고?"


미하라는 고개를 저었다.

오퍼레이터와 약간의 트러블이 있더라도 지금은 일단 지휘관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지휘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지휘관이 손을 뻗어 유니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것도 총을 받치던 어깨 쪽의 팔을 써서.

시프티와 미하라, 쓰다듬을 받던 유니까지도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의 입이 열렸다.


"Nano machine. 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