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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아재인데 진짜 "퐁퐁단" 기준에 본인이 해당하면 좀 반성해야 해. 그건 결혼생활에 대한 선택에 문제가 있었던 거야.

처음에는 저렇게 결혼하는 사람이 어딨나 했는데 그런 사람이 커뮤니티에 실제로 많은 것 같더라. 그래서 잔소리를 좀 쓸까 해.(난 맞벌이고 배우자가 나보다 더 잘 벌고 생활비 관리는 내가 해서 퐁퐁단은 아닌 것 같다ㅎㅎ)


글들을 읽고 있다보면 결혼생활에 대한 교육이 없어서 그런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나는 다행히 집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어.아버지가 집안일을 열심히 하시는 편이고(할머니가 60년대 경상도에서 아들에게 집안일을 나눠서 시키셨어...) 어머니도 잠깐 경단녀였다가 내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 운좋게 일을 다시 하셨어. 그래서 나는 항상 어머니가 밥을 차리면 아버지가 설거지하고 자식들이 청소하는게 익숙해. 어린이 때부터 세뇌가 그렇게 됐어. 집안일을 하면 인간으로 대하고 안 하면 식충이로 대했던 것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런데 대부분의 우리 세대, 그리고 아랫세대들은 보통 집에서 결혼 생활의 롤모델을 찾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세상이 너무 바뀌었거든.(돌아가셨지만 나는 늘 할머니에게 감사해.) 그러면 공부를 해야해. 결혼보다 인생에서 중요한게 잘 없어. 최소한 결혼할 때는 배우자랑 수십년 같이 살고 재산도 공동 소유를 할 거라고 생각하잖아. 이게 주식, 부동산, 대입보다 더 중요한 판단이지 않아? 그러면 그 정도는 공부를 해야겠지. 안 그러면 억울해지는 거지. 



무엇이 좋은 결혼생활인가를 논하기에는 내 짬이 너무 짧아서 다른 건 모르겠고 한 가지만 말할게.

결혼은 동반자를 찾는 거지 돈주고 상대방의 무언가를 사는 거래가 아니야. 성적 파트너를 사는 것도 아니고 가정부를 사는 것도 아니야. 내가 집에 돈을 벌어오니까 집에서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마음가짐이면 결혼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어. 그런 마인드면 그냥 다 돈 주고 사람을 사서 써야지. 단기적으로면 가능하겠지만 결혼생활처럼 수십년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생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해. 그리고 배우자를 그렇게 취급하면 또 바람피울 확률도 높아. 기능적인 역할은 시장에서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감과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거든. 40대 아저씨들의 이상형이 '내 말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이유가 있어.


물론 되는 대로 만나서 기능적인 역할을 하면서 잘 사는 부부도 있어. 특히 과거에는 많았어. 하지만 요즘처럼 결혼을 유지하게 하는 외부의 압력이 감소한 시대에는 이혼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건 분명해. 


그리고 가급적 가능하면 부부는 모두 사회활동을 하는 걸 추천해. 한 명의 수입이 부족하지 않으면 다른 한 명은 봉사활동이나 커뮤니티 활동을 해도 괜찮아.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거면 괜찮아. 그렇지 않으면 위에서 말한 공감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거든. 사회활동하는 사람의 스트레스를 집안일하는 배우자가 이해를 못하게 되고 그 반대도 똑같지. 그러면 퐁퐁단이고 뭐고 일단 부부관계가 삐그덕거릴 수 밖에 없어.


거기에다가 잔소리를 더 붙이자면 금수저가 아니면 맞벌이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한 명이 수입을 충분히 만들면 배우자는 가정을 담당하는 것도 좋지 않냐는 의견도 있어. 나는 반대야. 생각보다 길게 봤을 때 경제적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거든. 다행히 우리 집은 어머니가 직업 전선에 잘 복귀하셨고 그래서 아버지가 좀 힘들 때 어머니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수입을 얻으셨어. 그래서 내가 밥 굶지 않고 성인이 되었지. 사실 퐁퐁단이고 뭐고 외벌이는 위험한 거야. 부부가 각자의 커리어를 유지하는 건 가정의 안정을 위해 엄청나게 중요해. 한 쪽이 돈을 잘 벌어도 언제 무슨 일이 터질 지 모르기 때문에(사업이 망하지 않아도 건강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아)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양쪽이 모두 커리어를 유지해야 해. 주위에 돈 잘 버는 40대 아저씨들도 외벌이들은 근원적인 불안감과 배우자에 대한 원망감이 있어.



3줄요약

1. 결혼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 함. MZ세대는 자기 집에서 결혼 생활의 롤모델을 찾기 힘든 경우가 많음. 인생에서 제일 큰 결정인데 주식보다는 더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음?

2. 결혼은 파트너에게 돈 주고 뭘 시키는 관계가 아님. 그런 관계를 원하면 그냥 가사도우미를 불러야 함.

3. 가급적 부부는 사회생활을 모두 해야 함. 그게 부부 간의 공감대 형성에 압도적으로 도움이 됨. 이왕이면 둘 다 돈을 벌고 최소한 커리어를 유지하는게 가정경제의 안정화에 도움이 됨.


잔소리 하나 더 붙이자면, 이번 주에 고등학교, 대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또래 아저씨들 모여서 설거지론 이야기했는데 다들 놀라더라. 다들 맞벌이로 애 키우며 허덕이지만 그래도 부부 모두 커리어 때문에 퇴직은 안 하려고 하거든. 그리고 반 정도는 부인이 더 잘 버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솔직히 여자는 무능하다 이런 소리를 커뮤니티에서 보면 좀 놀랍긴 해. 내 주위에는 여자들이 딱히 못 나가지 않아. 다들 조직에서 인정받고 있고 동기들 중 승진이 빠른 편이야.


마지막으로 외벌이를 해도 꼭 식기세척기는 구매하길 추천해. 퐁퐁으로 설거지한다고 퐁퐁단이라고 이름붙이는 건 너무 올드한 거 아니냐. 요즘 가정용 주방세제 시장의 구성이 변할 정도로 식세기가 보편화되었는데. 10만원대 중국산 사도 퐁퐁으로 하는 것보다는 10만 배 좋아.(글 다 쓰고 찾아보니 퐁퐁 식기세척기용도 있긴 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