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겜판의 근본이냐.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솔직히 후대에 흔히 말하는 '게임 판타지' 장르와는 거리가 꽤 멀다.

그냥 가상현실 게임이 소재라는 점만 비슷할 뿐.

분위기도 다르고 핵심이 되는 주제나 이야기도 후대의 게임 판타지와는 꽤 동떨어진 편이다.


솔직히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을 게임판타지 라고 하면,

옥스타칼니스 작가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괴리감이 있음.


엄밀히 말하면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SF 스릴러 소설 이라고 보는게 맞다.





게다가 이게 정말 겜판 근본이 었으면

이 소설 직후에 이 소설을 따라한 겜판 소설들이 우후죽순 처럼 나오거나 그랬어야 하는데


그런거 없다.


옥스타칼니스는 1999년 소설인데, 이 당시엔 3세대 소설인 겜판은 커녕

2세대 소설이었던 차원이동물이 이제막 시작하던 시기임.


(묵향 5권 1999년 말 : 기갑물, 차원이동물의 시초)

(사이케델리아 2000년 초 : 이고깽 차원이동물의 시초)

(소드엠페러 2001년 : 차원이동 양판소의 교과서, 후대의 2세대 양판소들은 소드 엠페러의 파쿠리라고 봐도 좋음.)



본격적으로 게임 판타지라고 할만한 소설은 더 월드 (2003년)임.

얘는 굳이 따지자면 국내 만화인 유레카(2000년)의 영향을 받았지만


아무튼 국내 판타지 소설 중 에선 얘가 사실상 시초고 근본임.



그 후론 뭐 레이센, 어나더 월드, BOV, 신마대전 등등

온갖 겜판소가 인기를 끌면서 등장했지만


여전히 당시의 대세는 차원이동물, 이고깽이 대세였고.

겜판소는 이제 조금 떠오른 수준의 장르의 소설에 불과했음.



겜판소는 인터넷에서는 꽤 인기를 모으고 있었지만

현재와 다르게 당시 진짜 주류는 인터넷이 아니라 대여점 이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어도 책이 안팔리면 도루묵이었고


겜판소는 이 당시에는 대여점 이나 출판 쪽에선 다소 마이너한 장르였기 때문임.




그러다가 등장한게 2007년의 달빛 조각사.

지금이야 퇴물 옛날 소설 취급이지만

이 당시에는 대단했음


한국 판타지계를 지배하던 이고깽, 차원이동물을 밀어내고

겜판소를 진짜 주류 장르로 만든 장본인임.


당시에는 국내 장르소설 중 압도적으로 수익 1위 찍은 소설



그 뒤로는 뭐 아크, 하룬, 대장장이 지크 등등등

수도 없이 많은 겜판소가 양산되기 시작했다.


물론 사실상 많은 부분에서 달빛조각사의 파쿠리 였지만.


차원이동물의 교과서가 소드엠페러 였다면

겜판소의 교과서는 달빛조각사 였다고 보면 좋음.




하지만 2000년대 초반을 전성기로 삼았던 대여점 시절이 저물어 가게 되면서

겜판소, 양판소, 무협지, 영지물, 정판 가릴 것 없이

당시 장르소설 시장 자체가 점차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함.


결국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여점 중심이었던 장르판은

웹소설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함.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건지

새 부대여서 새 술이 담기는 건지.


2012년 즈음 부터 기존의 이고깽 양판소, 겜판들은 비교적 쇠퇴하기 시작했고

그 대체재로 레이드물과 신 차원이동물(누구는 한국식 이세계 물이라고 부르더라)등이 대세가 된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장르들은 대부분 기존 대여점 시절에 존재했던

차원 이동물과 게임 판타지의 요소들이 결합된 존재 들인데.


이들은 기존 겜판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거나 겜판의 장점만을 따서 적용한 장르다.



나귀족 이후에 유행한 레이드물(혹은 헌터물)은

게임 판타지가 가지는 장점인

'현대 사회 파트를 살리면서도, 전투 등은 판타지 세계 파트를 이용한다.'

라는 특징을 그대로 따오고


반대로 게임 판타지가 가지는 단점인

'결국 게임은 유희 일뿐 진짜 삶과 죽음을 건 진지한 싸움이 아니다'

라는 특징은 제거 했다.


이들은 분명 실제 현실의 삶을 살고 치열하게 싸우지만

동시에 게임처럼 레벨업을 하고, 스텟을 찍고, 상태창을 확인하며, 길드를 만든다.



이후에 메모라이즈, 환생좌 등으로 유행한 신 차원이동물(한국식 이세계물)은

기존 2000년대의 차원이동물과 2012년 이후에 새롭게 등장한 레이드물이 

서로 융합되어 파생된 결과물에 가깝다.


결국 한 다리 건너서 이긴 하지만 

차원 이동물 조차도 게임 판타지의 영향력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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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장르 소설은 현재에 와서는

탑 등반물, 성좌물, 회귀물, 책 빙의물 등등 많은 장르로 파생 되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소설들에서

상태창이 나오고 레벨업이나 스텟을 찍고 직업을 고르는 등의

게임 판타지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게임과 같은 방식의 성장이나 상태창은

더 직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느낄 수 있고

동시에 성장과 강해짐을 바로 바로 독자가 느낄 수 있게 해주어서


지금까지도 애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쭉 많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국내 장르 문학을 주름잡았던 장르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이 영향은 지워지지 않을 거라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