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의 습격을 받은 에밀리아 폰 발렌시아는 힘이 빠진 채 털레털레 깊은 산길을 걷고 있었다.


"으읏... 길을 잃었어... 큰일이군..."


그때였다

-사박, 사박.


풀숲을 헤치고 오는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이 첩첩산중에 이렇게 여유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니 암살자임은 당연할 것이고, 모습을 드러내고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확고한 자신감이 없으면 저런 행동을 할 리가 없다.


"누구냐!!"

"이크, 이런. 놀라게 해드렸군요. 일단은... 헨리라고 하죠, 이런 인적 드문곳을 지나가던 중에 만나뵙다니 인연이군요..."


길고 구불구불한 금발의 한쪽 눈을 가린 음험한 인상의 미청년이 나타났다.


속을 알 수 없는 미소. 무척이나 여유로운듯 공손하기까지 한 말투, 불길한 인상의 사내다.


"이런 첩첩 산중에 어찌 사람이 지나다닌단 말이냐!그대는 이 몸을 노리러온 암살자일테지!"


고개를 까딱거리며 음험한 미소로 에밀리아의 추측에 대하여 부정한다.


"저는 그대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아닙니다, 다만 아리따운 분이 숲속을 헤메이고 계시기에..."


설마... 나를 생포해 능욕할 생각인 것인가...!


"이 무도한 악당놈...! 이 몸의 순결은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다!"

"제가요? 당신을? 무언가 오해가..."


헨리는 무기하나 들지 않고 당황한 듯 무어라 말 했지만 자신만의 착각에 매몰된 에밀리아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 가증스러운 자식... 어찌나 이 몸을 앝보면 무기조차 들지 않는단 말이냐...!'


'이렇게 된 이상 속전속결로! '

"하아압!!"


엄청난 속도로 연속으로 검을 놀리는 에밀리아의 검무에 헨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수인을 맺는다.


"로열가드"

엄청난 빈도로 들려오는 텅 텅 하고 무언가에 막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모든 검격을 막아내고도, 힘든 기색 조차 보이지 않는 그에게 에밀리아는 절망감에 휩싸인다.


"그만하시면 안되겠습니까?, 저는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헨리라고 자칭하는 저 남자는 반격의 자세조차 잡지않고 여유로운 모양이다.

'아아... 이 몸의 순결을 이런 남자에게 빼앗기다니...'

"아, 알겠다... 이 비열한 녀석...! 이런 실력을 가지고도 아녀자를 희롱하기위해 힘을 쓰다니...!"


퍽 당혹스런 기색의 헨리는 몇번이나 오해를 풀기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마구니가 씌인 에밀리아의 머릿속은 궁예가 와도 때려잡기 힘들지니.


"아니... 아니라고 몇번을..."

"문답무용! 이 몸은 그대에게 패하였으니 그대의 뜻 대로 희롱 하도록 하여라! 허나, 몸은 굴복할지언정  마음만은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얼굴을 붉히며 허장성세를 펼치고 있는 에밀리아를 보며 헨리는 생각했다


'이쯤되면 진짜로 자기가 능욕 당하고 싶은게 아닐까...?'


도통 말을 해도 들어쳐먹지 않고선 한사코 거절해도 멋대로 자신의 순결을 받으라며 손에 쥐어주는 꼴에 속으로 한숨을 쉬는 헨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