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신께서는 빛 아래의 모든 것을 보고 계세요...."


내게 붙어있는 성녀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덜덜 떨고 계셨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곳은 완전한 적지. 무서워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곳은 빛의 신께서 보실 수 없는 곳이에요."


툭.

약한 힘이었지만 방심하고 있는 나를 밀어낼 수 있을 정도는 되는 힘. 그 힘에 밀려 나는 바닥에 눕혀졌다.


"서... 성녀님..?"

"죄송해요."


사르륵. 옷이 살결에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대체 왜 이런 소리가 들려오는거지?


"이곳은 신께서 보시지 못하는 장소."


툭.

옷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위에서 들려오던 숨소리가 점점 아래로 내려온다.


"이곳은 신의 법이 닿지 않는 곳이에요."

"성녀님...? 지금 대체...!"


포옥.

성녀님의 가녀린 몸이 다시 내 품에 안긴다. 아까와는 다르게 따스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내 신경을 자극한다. 성녀님의 복장은 살결 하나 드러나지 않는 옷이었는데.


"용사님."


그녀의 목소리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표정도 알 수 없다. 성녀님의 상태도 알 수 없다. 느껴지는 건 소리와 촉감, 그리고.... 처음 맡아보는, 여인의 냄새.


"저는 빛의 신께서 선택하신 성녀. 신의 도리를 따라야 해요. 하지만.... 여기서는 아니에요."


성녀님의 온기가 점점 다가오다 왼쪽 어깨 위에서 멈췄다. 등을 껴안는 그녀의 팔. 내 위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무게. 그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빛이 없는 곳에서는 저는 한 명의 여인일 뿐이에요. 사랑을 감추고 있던, 한 명의 여인...."

"성녀님...."

"보여드릴 수 없어서 죄송해요. 이런 여자라 죄송해요. 하지만.... 하지만 용사님께서 허락해주실 수 있다면...."


그녀의 호흡이 얼굴 바로 앞에서 느껴진다. 숨결에 담겨있는 물기도, 향도, 열기도 느껴진다.


"신이 없는 이곳에서, 저를 품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