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빙의당했다. 


나는 5700자를 쓰지도 않았고 오히려 작품을 성실하게 연재하는 작가에게 후원을 박았고 심지어는 추천을 꼬박꼬박 넣으며 댓글로 항상 좋은 작품 감사하다며 대가리를 박았다. 


내가 빨았던 작품은 제국 아카데미에는 괴물이 삽니다. 라는 제목을 가진 전형적인 아카데미 캐빨물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는 매우 안정적이었고 개연성과 같은 문제는 전혀 없었다. 연중도 하지 않았고 감사하게 완결까지 잘 달렸던 좋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나는 어째서 빙의당한걸까? 작가님에게 감사하며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날이었다. 


"작가님에게 매일이 왔네?"


후원자였기 때문일까, 작가님은 나에 대해서 알고 계셨고 나에게 메일을 보내셨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신의 작품을 끝까지 읽고 믿어줘서 감사하다는, 그럼 가슴 뭉클어지는 내용이었고. 


나는 고된 알바를 끝마쳤음에도 그 메일을 읽고서 힘이 절로났다. 나는 누렁이였으니까. 그래서 다시 정주행 하려는 그 순간, 나는 빙의당해버렸다. 


"..."


사실, 작품 자체는 19금 떡타지이기도 했다. 주인공이 가진 능력이 바로 결투를 통해 패배한 히로인의 능력을 일정부분 복사하며 히로인을 복종시키는 능력이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빙의한 히로인은... 주인공에게 패배하고 복종하여 따먹히는 히로인들 중 한 명... 


"하아... 좋아..."


대체 왜 작가님에게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이렇게 된 이상... TS로 히로인이 되어버린 내 운명을 아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야. 


결국 주인공이 히로인을 공략하고 따먹는 건 기본 시작이 히로인에게 도전해 히로인에게서 승리하는 것이었다. 그래, 그것이 시작이지. 


그렇다면? 주인공에게 따먹히지 않으려면, 박히지 않으려면, 공략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존나 쌔지면 된다. 


주인공에게 결코 패배하지 않는 히로인이 되면 그만이라는 거다! 


작가님, 대체 왜 저를 빙의시키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저는 공략불가히로인이 되어보이겠습니다! 


아무리 내가 히로인이 되었다고 해도 나는 남자였으니까. 그리고 공략당하더라도! 함락당하더라도! 결코, 결코 쉽게 당하지 않으리라! 


패배해도 간지나게 패배하고 저항해보이리라. 


그러니까 계획을 짜보자. 그녀석을, 기본 실력도 사기캐에 능력 조차 너무 불합리한 괴물 그 자체인 주인공에게서 패배하지 않을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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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썼던 소재인 존나 강해져서 공략불가 히로인이 되려는 빙의TS물임  


어때 보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