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 제가 하겠습니다."


"뭐...? 아니야, 그건 아니야."


용사는 거대한 등짐을 내려 놓은, 눈 밑에 다크서클이 한 가득하고 머리가 희게 새어버린 소년을 바라보았다. 


본래라면 비단 결 같이 부드러웠을 검은 머리결은 푸석푸석해지고 모두 흰색으로 새어버렸다. 


힘 없이 미소지으며 앞으로 나서는 짐꾼을 보며 용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러분들은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여기에 소모되게 둘 순 없습니다."


"웃기지마, 그럼 너는! 너는..."


"저는 조금 더 힘이 강하고 단지 어린시절 부터 해왔던 일을 했을 뿐... 그냥 그것 뿐입니다."


짐꾼은 처연하게 웃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다 죽어가는 마왕, 그 마왕의 몸은 지극히 불길한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마왕이 부활하거나 아니면 혹시 모를 자폭으로 모두 죽는다. 


그렇기에 마법사는 마왕을 봉인할 아주 강력한 봉인마법을 준비했고.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죄송하지만 용사님... 저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본래라면 이 파티에 자원한 것도 죽기 위해서."


가족도 친구도 무엇도 남은 것도 없다. 


소년이 짐꾼으로서 용사파티에 자원한 것은 용사파티에 대한 동경과 함께 죽기위해서기도 했다. 


처음 부터 누군가가 희생해야 한다면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한 짐꾼이었기에. 


"아, 아니야... 그건 아니야 아니라고!"


"마법사님. 희생 없이는 안 되는 거 맞습니까?"


"맞아... 누군가가 마왕과 함께 봉인되지 않는다면 봉인은 얼마 안 가 풀려버릴 거야."


봉인이란 매개체가 필요한 법이고 매개체들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짐꾼은, 잃을 것이 없는 짐꾼은 자신을 제물로 삼으라 말하는 것이었고. 


용사는 이성적으로는 이게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게 맞다, 용사파티의 모두들 해산 이후에도 할 일이 많았기에. 


그러나... 그러나 감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을 위해 계속해서 희생해준 짐꾼을 이렇게 떠나보내야 한다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고작 짐꾼인 저와 함께해주셔서."


짐꾼은 그렇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마왕의 봉인을 위한 제물이자 매개체가 되어 마왕함께 봉인되었다. 


마왕성 전체가 영원히 녹지 않을 얼음으로 뒤덮혔고 용사는 망연자실 한 체 한참을 마왕성을 바라보았다. 


'이래선... 이래선 안되... 절대로, 절대로 이래선 안 된다고!'


그러나 용사의 마음속에는, 그녀의 마음속에는 결국 이별해버린 짐꾼에 대한 마음이 커져갔고...


"너를... 꼭 구해줄게."


깊어지고 커진 마음은 집착이 되어 용사의 마음에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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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문제 없던 용사파티의 짐꾼이 모두를 위해서 희생한 상황 


거기에 용사가 짐꾼에게 집착하는 이야기 


이건 비튼게 아니라 아예 다른 이야기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