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이 사람. 무림맹 소속 무사가 그리 함부로 입을 놀려서야. 억측으로 동료를 조롱하는 게 아닐세"


사형의 따끔한 주의에도 불구하고 화산파 검객은 주장을 멈추지 않았다. 억측이라기에는 근거가 너무 확실했던 탓이다. 


수련을 위해 뽑았던 검을 도로 꽂으며 그가 사형에게 말했다.


"생각을 좀 해보세요, 사형. 남궁형이 언제 한번이라도 기루를 드나든 적이 있습니까?"


"그저 모범적인 사내인 게지. 홍등가를 쏘다니는 게 무슨 자랑거리라고?"


"그런 의미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남궁형이 여인에게 관심을 준 적은? 단 한번이라도 있습니까?"


"아직 여색에 관심이 없는 게지. 연애보다 수련을 더 좋아하는 이들도 많은데 그게 뭐 대수라고? 그럼 역으로 사내에게 유별나게 관심을 보인 적은 있던가?"


그러자 화산파 검객이 눈빛을 번뜩이며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바로 그겁니다, 사형. 요새 남궁형이 매일 막내 놈이랑 붙어다니지 않습니까? 그, 부친 인맥빨로 들어온, 허우대만 멀쩡해서 영 곱상하게 생긴......"


"제갈통 말인가?"


"맞습니다, 제갈통! 요새 둘의 사이에 관해 이런저런 뒷말이 많아요. 수련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멱을 감을 때도, 심지어 잠을 잘 때도 함께 붙어다닌다고 합니다. 이게 어디 평범한 수준의 우정입니까?"


"으음, 그건......"


확실히 반박하기 어려운 지적이었다. 


제아무리 수어지교(水魚之交)를 맺은 절친이라 한들, 엄연히 본인들의 사생활은 존재하는 법. 그조차 없이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는 관계라면 평범한 우애로 보기 힘들었다. 


허나 검객의 사형은 크흠, 헛기침을 하며 후배의 의문을 일축했다.


"하여간 중이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정신이 팔렸구나! 매화십이수에 정진할 생각은 않고 그런 불미스러운 낭설이나 캐고 다니다니! 스승님을 뵙기 부끄럽지 않느냐?"


"악! 사형!"


꽁, 꿀밤을 먹이자 녀석이 억울한 낯으로 입술을 삐죽였다. 


하지만 제기된 질문에 함부로 공감해줄 수도 없는 법. 


남궁형은 무림맹에서 명성이 높은 불세출의 기재 중 하나였다. 무공도 절륜하고, 재주도 뛰어나고, 인품도 탁월하여 차기 맹주로 번번이 거론되는 최고의 후기지수였다. 


미래를 이끌 인재에게 남색가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독고형이 아니시오?"


맑고 부드러운 호남아의 목소리. 


둘이 고개를 돌리자 정파의 무복을 갖춰입은 젊은 사내가 웃으며 예를 갖추었다. 


뛰어난 풍채와 훤칠한 미모를 두루 갖춘 사내. 바로 소문의 남궁형이었다. 


그 옆에는 다른 종류의 무복을 입은 앳된 사내가 쭈뼛거리며 서있었다. 


잘생겼다는 인상이 강한 남궁형과는 달리, 계집처럼 예쁘장한 느낌이 강한, 다름아닌 막내 제갈통이었다.


"오셨소, 남궁형."


이쪽에서도 예를 갖추자 남궁형이 제갈통과 어깨동무를 하며 입을 열었다. 남궁형의 손이 닿자 제갈통은 흠칫 떨며 살며시 얼굴을 붉혔다.


"여기, 제갈 아우를 데리고 맹의 서고(書庫)로 가는 길이었소이다. 옛 고수들의 경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 있어서 말이오. 한데 혹시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으셨습니까?"


"하하, 그럴 리가 있겠소? 요 놈이 하도 쓸데없는 것에 파묻혀 살길래 한마디 따끔하게 꾸짖을 뿐이외다."


"야, 제갈통."


뾰로통하게 독고형과 남궁형의 대화를 듣고 있던 화산파 검객이 불쑥 입을 열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제갈통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삐져나온 옆머리를 귓가로 넘기며 제갈통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네? 왜 그러시는지......"


"하아, 참. 몇 번을 말하냐? 대답은 좀 사내답게 씩씩하게 하라고. 누가 너 잡아먹으려고 부르간?"


"인석아, 적당히 해라."


"아니, 맞지 않습니까? 아무리 막내라고 해도 여긴 무림맹인데. 사내면 사내답게 듬직한 맛이 있어야죠. 무슨 계집도 아니고......"


"죄, 죄송합......"


부끄러운 낯으로 제갈통이 눈을 내리까는 찰나였다. 남궁형이 제갈통의 어깨를 탁탁 치며 유쾌하게 대꾸했다.


"너무 그러지 말게. 사람마다 성정이 다른 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안 그래도 제갈 아우와 그 문제로 계속 상담을 하고 있네. 곧 무림맹의 무사답게 씩씩한 남아가 될 테니 걱정하지 말 게나."


말을 마치며 남궁형이 제갈통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당당한 걸음걸이로 멀어지는 남궁형과 그 뒤를 졸졸 따르는 제갈통을 보며 화산파 검객이 의기양양하게 속삭였다.


"어떻습니까, 사형? 제 말이 맞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니까요? 저게 어딜 봐서 벗 간의, 으악!"


"적당히 하라고 했다, 이 놈아. 그럴 시간에 가서 검이라도 한번 더 휘둘러."


"아, 알겠다고요!"


사형의 구박에 화산파 검객은 투덜거리며 수련장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던 그의 사형은, 문득 남궁형과 제갈통이 사라진 자리를 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빛냈다. 


끄응, 답답한 신음을 흘리며 그가 이마를 짚었다. 


부디, 남궁형. 그 추잡스러운 풍문이 거짓이길 바라겠소이다.



()()()



"아흑, 하흐흑!"


"이런, 목소리를 낮춰야지. 자꾸 그러면 들킬지도 모르는데?"


남궁형의 말에 눈물을 글썽이던 제갈통은 하아, 달콤한 한숨을 쉬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 제갈통의 다리를 남궁형이 더욱 넓게 벌렸다. 그리고는 다시금 고간 중심부에 얼굴을 부드럽게 묻었다. 


칼로 천을 잘라내고 드러난 맨살. 그 위에 남자의 혀가 닿자 제갈통은 허리를 비비 꼬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나, 남궁형! 이제 그만......"


"우리 약속하지 않았나?"


남궁형이 제갈통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둘이만 있을 때는 다르게 부르기로."


뒤이어 혀놀림이 더욱 거세졌다. 


그만 균형을 잃고 만 제갈통은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남궁형의 머리를 짚고 버텼다. 아래가 찌릿찌릿해 다리를 오므리고 싶었지만, 남궁형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아하앙, 혀를 내밀고 헐떡이며 제갈통이 모기만한 성량으로 그를 불렀다.


"나, 남궁......오라버니......"


씨익. 잘했다는 듯 남궁형이 짓궂게 웃었다. 


그러더니 마치 꿀이라도 바른 양 게걸스럽게 제갈통의 하반신을 애무했다. 


아예 도망치지도 못하도록, 힘을 잃은 그녀의 다리를 목마를 타듯 어깨에 걸치고 말이다. 


"아항, 하으응! 흐앗!"


정인의 애무에 전율하며 제갈통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오, 오라버니는 거기가 맛있어? 하윽, 왜 맨날 거기만 집요하게......아앙!"


"맛있지. 우리 정화 보지라서 더더욱."


"하앗, 싫어! 그런 음란한 단어 쓰지 마......!"


도리질을 하며 제갈통, 아니 제갈정화는 질 속을 파고드는 남궁형의 혀를 돌기 마디마다 느꼈다. 


누구보다 엄격했던 아버지 제갈막. 


가풍을 이을 건장한 아들을 원했으나, 정작 나약한 딸을 얻은 그는 실망감에 젖어 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내의 옷을 입히고 제갈통이라는 가명을 주며 그녀를 사내로서 키웠다. 


아들을 얻지 못한 상실감을 보상받기 위해, 그리고 억지로라도 가풍을 이어가기 위해. 


덕분에 제갈통의 진짜 정체, 제갈정화에 대해 아는 사람은 무림맹에 단 한 명도 없었다.


오직 하나.


맹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준 선배, 남궁형을 빼고는.


"으흑, 흑! 하읏, 흐흑!"


갑자기 정화의 볼을 타고 낙루가 줄줄 쏟아졌다. 쾌감으로 인해 흘리는 눈물이 아닌, 슬픔으로 인해 흘리는 애처로운 물기였다. 


"미, 미안해, 하윽! 으흐흑, 미안해, 오라버니."


"뭐가?"


정화의 보지에서 입을 떼며 남궁형이 슬며시 그녀를 안았다. 책장을 기대고 있던 정화의 몸이 뒤로 밀리며 삐꺽, 낡은 가구를 흔들었다. 


그런 정인의 등을 어루만지며 정화가 말했다.


"나 때문에......나 때문에 그런 오해나 받고......나만 아니었어도 오라버니가 남색가라는 오명은......"


할짝. 소금기로 가득한 눈물을 남궁형이 핥았다. 그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상관없어. 정화, 너랑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남색가가 아니라 더한 별명이 붙어도 웃어넘길 텐데, 뭐."


"오, 오라버니......"


스륵. 정화의 옷깃이 아래로 내려갔다. 풀어진 머리카락이 사르륵, 새하얀 앙가슴 위로 내려앉았다. 


어느덧 반쯤 나체가 된 그녀는 하아하아, 거친 숨결을 뱉으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궁형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캉, 그런 정화의 엉덩이를 부여잡으며 남궁형이 지분거렸다.


"하아, 엄청 흥분되는데? 사내의 차림새로 젖가슴과 어깨를 전부 내놓은 정화라니. 평소에는 이 큰 가슴을 어찌 숨기는지 모르겠어."


"흐윽."


남궁형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정화가 조용히 흐느꼈다.


"오라버니는 변태......"


잠시 후,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음란한 향만이 진동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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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게이 남궁형만 나오다 보니, 사실 게이가 아니었던 남궁형을 써보고 싶었다


남장여자 애인을 위해 게이 행세까지도 감수하는 낭만주의자였던 거임 ㅇㅇ


이것이 바로 정파의 기품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