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잉크처럼 퍼져나갔다.


칠흑같은 태양이 하늘을 가린 채 불타오르는 바닷가에는 불어오는 해풍을 따라 절규하는 사람들 뿐.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은 초월계의 누군가가 현실의 장막을 찢고 현현하며 빚어낸 검은 지옥이었다.


불로 제 눈을 사르고, 귀를 찢어대며 세계로부터 도피하려는 자들은 이내 헛된 발버둥을 멈추고 비참하게 죽어갔다.


"초이! 어서 도망쳐! 저것들을 보면 안 돼!"


밝은 문명의 손길이 이 땅에 찾아든 이래로 그 누구 하나 부정할 수 없는 이 아비규환 속에서,


오직 한 남자만이 떨리는 손과 동공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조선이라고 했던가. 어릴적 다 죽어가는 비렁뱅이 하나를 가엾게 여긴 공사의 도움으로 고국을 떠나온 자였다.


뭇 짐승들조차 본능의 부름에 따라 사방으로 살 길 찾아 흩어지는 가운데에서도 남자는 비척비척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낡은 입간판에 부딪히고, 곰팡이 슨 오크통에 엎어지면서도 아주 느릿하지만 무거운 발걸음이 그 존재를 향해 다가간다.


어느새 주워들었는지 낡은 식칼 하나와 붉은 병 하나를 든 채 초이는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안돼!!!!"


차마 바라볼 수 없어 소리만으로 그 광경을 상상하던 제임스의 귓가에 첨벙-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 이제는 그 검은 머리칼을 다시 볼 수 없으리라. 조용하나 마음씨 넓고 어려운 자 돌보기 주저하지 않던 그 헛헛한 남자를.


온몸을 비틀며 길항하는 이기심과 생존 욕구 사이에서 신음하던 그는 문득 찾아온 정적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키에에에에에에엑―!]


그와 동시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 그의 눈동자에 붉은 피를 뿌리며 꿈틀대는 괴물과, 그 위에서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는 남자가 보인 것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만 뻐끔거리는 사이, 헤집어둔 상처를 따라 초이가 붉은 병을 박아넣었다.






















그 날, 퀸스쇼어의 새로운 명물인 툴곱새와 크툴루탕탕이, 툴포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